[알파레이디 리더십]전투병과 첫 여성 장군 송명순 준장
윤민용 기자 vist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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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남성과 싸워 이기는 게 아니라 섬세함 발휘해 함께 성장해야”

종일 폭우가 쏟아진 지난 29일, 서울 정동에 모인 알파레이디들은 국군 창군 60여년 만에 전투병과 첫 여성 장군으로 진급한 송명순 준장(53·여군29기)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압도됐다. 작은 체구, 자분자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군생활 30여년의 경험이, 진심이 녹아 있었다.

현재 합참 정보본부 해외정보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송 준장은 먼저 장군 진급 후 각계의 반응을 소개했다. “전투병과 최초로 여성 장군이 된다는 게 그렇게 큰 반향을 부를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날 신문을 보고 나서야 지인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았다는 안도감이, 잠시나마 그들을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줬다는 행복감과 더불어 부담과 책임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그의 30년 군생활은 대한민국 여군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임관 초 여군은 900명 수준이었다. “중령 시절, 사무실에 가니 계급이 더 높은데도 여군 부사관들이 대학 나온 사병들 커피 심부름을 하고, 복사를 하고 있어요. 그걸 보며 여군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는데 많은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내무생활을 하던 여군부대가 1년 반 만에 없어지고 전후방 각지로 부사관과 장교들이 파견됐습니다. ‘편안하게 커피만 타도 되는데 하루 종일 눈더미만 보이는 골짜기로 나를 보냈다’고 울면서 전화하는 후배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고마워합니다. 전후방으로 파견돼 그런 노력을 했기에 지금 여군이 6000여명으로 늘어난 겁니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1000명에 그쳤을 것이고, 저는 대령에서 끝났을 겁니다.”

국내 최초 전투병과 여성 장군인 송명순 준장이 29일 서울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알파레이디리더십포럼’에서 20~30대 여성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송 준장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나는 조직에 어떤 보탬이 되고 있으며 어떤 위치에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 정지윤 기자

국내 최초 전투병과 여성 장군인 송명순 준장이 29일 서울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알파레이디리더십포럼’에서 20~30대 여성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송 준장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나는 조직에 어떤 보탬이 되고 있으며 어떤 위치에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 정지윤 기자


그는 갈수록 군에서 여성에 대한 역할과 기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전술이 중요해지고 첨단과학기술이 동원되는 등 전장 환경이 바뀌고 군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군에서 여성들이 해야 할 역할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송 준장은 앞으로 군이 여성의 섬세한 특성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자들은 특히 사람 다루는 게 서툴러요. 우리 여성들은 특유의 감각이 있잖아요. 우리 군이 65만명인데 그중 10만명이 직업군인이고 나머지 85%가 의무복무 장병들이에요. 이들은 군생활 후 사회로 돌아갈 사람들인데, 그들이 군대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가게 만들어야죠. 여성은 상호관계작용에 강해서 조직구성원들 이야기를 잘 들어줍니다. 이건 민주적 성향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훈련병 교육기관에 여군들이 많이 가 있습니다.”

방황한 적도 없지 않다. “30년 군생활을 하면서 20년간 틈만 나면 제대하려고 했어요(웃음). 야근이 있으면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내가 왜 이 고난의 길을 걷나 했는데, 20년이 지나니까 조직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겁니다. 출근하면 내가 할 일이 있고,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여성들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 “앞을 볼 줄 아는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비전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추진력이 있어야죠. 남과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사회적 관계 내에서 소통하고 포용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정체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조직에서 내 위치는 무엇인가를 반추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늘 준비하는 사람이 되세요. 능력과 더불어 인격, 겸손함을 갖춰야 합니다.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자신을 낮추면 조직은 분명히 여러분을 인정해줄 겁니다.”

하지만 청중이 깊은 감동을 받은 대목은 따로 있었다. “남성과의 경쟁에서 무조건 이기는 게 성공하는 것이라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여성으로서의 장점을,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일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 알파걸의 반대가 ‘베타보이’라고 하죠. 알파걸과 베타보이만 있으면 사회의 균형이 깨집니다. 남자와 여자가 공존·공생해야죠. 알파레이디가 되려면, 알파맨도 키워야 합니다. 그럼 우리 사회가 확실히 건강해질 겁니다.” 알파레이디들은 가감없이 외길 인생을 들려준 송 준장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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