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레이디 리더십]“돈이 돈 벌고, 많이 써야 행복하다는 건 오해… 나를 위해 쓰자”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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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똑똑한 재테크’ 멘토 제윤경 에듀머니 이사

요즘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단어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돈’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의 척도이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재테크는 ‘신화’가 됐다. 주식이나 펀드를 하지 않고 한푼 두푼 저축만 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다. 행복의 척도는 돈을 많이 쓰는 것이다. 명품에 대한 사랑은 중독 수준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비싼 명품을 사려 혈안이 되어 간다.

경제활동을 시작한, 혹은 앞두고 있는 알파레이디들에게도 재테크는 고민거리다. 많이 벌고 많이 쓰고 싶고, 잘 모아 똑소리 나게 살고 싶은데 잘 안된다. 월급통장은 월급이 ‘스쳐가는’ 곳으로 전락했다. 할인혜택 때문에 신용카드를 만들었는데 카드 결제액은 불어만 간다. 이런저런 권유로 들어둔 보험과 펀드는 꼭 필요한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지난 28일 아홉번째 알파레이디 리더십 포럼의 주제는 ‘똑똑한 재테크’였다. 개인재무상담과 재무교육을 하는 사회적기업 에듀머니의 제윤경 이사가 강연자로 나섰다. 제 이사는 우리가 가진 돈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뒤집으며 2시간의 열강을 했다. 그는 ‘돈에 대한 오해 3가지’ 즉 △돈이 돈을 번다 △돈을 많이 쓰면 행복하다 △노후 대책을 미리 해야 한다 등의 통념을 반박하며 강연을 했다.

제윤경 에듀머니 이사가 28일 저녁 서울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포럼에서 ‘알파레이디의 똑똑한 재테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제윤경 에듀머니 이사가 28일 저녁 서울 정동 문화공간 산 다미아노에서 열린 포럼에서 ‘알파레이디의 똑똑한 재테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돈이 돈을 번다며 금융상품에 투자들을 하는데 정작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왜 얼마 없을까요? 사람에게는 ‘손실 회피 심리’라는 게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이익을 따르기보다 손실을 피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거죠. 금융상품 가치가 오를 때엔 더 오를까 싶어서 투자해놓고도 팔지를 못해요. 그럼 언제 팔까요? 결과적으로 ‘본인이 인내할 수 있는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팝니다. 이걸 투자실패의 감정 곡선이라고 합니다.”

돈을 모으려면 아껴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인들은 각종 할인혜택과 합리적인 소비를 찾아 눈을 번뜩인다. 그렇지만 과연 돈을 아끼기 위해 우리가 하는 행위들이 정말 합리적인 걸까. “수박 반 통에 7000원, 한 통에 1만원이라고 해요. 사람들은 뭘 살까요? 수박 한 통을 삽니다. 그러면서 이익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3000원을 더 썼는데 말이죠. 정말 수박을 그만큼 먹고 싶었는지 생각해보세요. 따져보면 한 통을 산 이유는 ‘반 통만 사면 손해를 볼까봐’ 하는 두려움 때문일 뿐입니다.”

소비를 둘러싼 심리적인 함정은 그것뿐이 아니다. 가장 큰 것은 ‘돈을 많이 쓰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제 이사는 “씀씀이를 줄이면 비참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안 쓸수록 좋아지는 점이 더 많다”며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 진짜 필요한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망치가 필요해서 샀는데, 집 안의 망치들을 다 찾아보면 10개쯤 되지요. 그렇게 물건이 많으면 새로 사더라도 즐겁고 고마운 걸 몰라요. 부족함을 느낄 때 소비를 해야 충족감이 더 큽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덜 쓰고 모으자는 게 아니다. 제 이사는 돈을 버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돈은 쓰려고 버는 것인데, 사람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돈을 버는 모순에 빠져 있다. “도박으로 번 돈은 도박에 쓰고, 투자로 번 돈은 투자에 쓰는” 것이다. 돈이 돈을 위해 존재할 뿐, 정작 우리 자신의 행복을 위해 쓰는 경우는 점점 줄고 있다. 제 이사는 그래서 ‘지름신 적금’을 만들었다고 했다. 다달이 몇 만원씩 모아 30만원, 50만원이 되면 “오로지 나를 위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걸 산다. 기대감 속에 모으는 즐거움, 나를 위해 쓰는 즐거움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럼에 참가한 젊은 여성들이 웹사이트에 미리 올린 질문들 중엔 ‘노후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것도 많았다. 제 이사는 ‘노후 자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60세에 10억원 정도의 자산이 필요하다는 식의 광고나 언론보도가 많지만, 이런 것들은 공포심을 키우는 금융상품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후 준비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나이가 든 뒤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70세부터 외국어를 배우고 80세에 시집을 낸 어르신들을 만나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진짜 노후 준비죠.”



“고령화 시대엔 수명만 느는 것이 아니라 늙는 속도도 느려집니다. 60세 넘어도 충분히 건강해요. 돈을 쌓아뒀다가 꺼내어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뭘지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세요.” 제 이사는 “여러분들 생각보다 국민연금이 든든하다”면서, 쓸데없는 걱정에 매여 금융회사들의 연금마케팅 등에 넘어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수록 다른 이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아집니다. 저는 나이 들면 일주일에 사흘은 일하고, 나흘은 빈둥거릴 거예요. 나를 위해 책도 읽고 여행도 하고, 놀 겁니다.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려보면, 그 기대심리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돈이 돈을 벌어다주는’ 재테크가 아닌, ‘행복해지는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참석자 이가을씨(23)는 “물건이나 돈보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대상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행복한 재테크의 길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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