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레이디 리더십]“야망이 아닌 꾸준히 걸어가겠다는 자세가 성공을 만든다”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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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심재명 ‘명필름’ 대표이사

“야망은커녕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던 걸요.”

영화기획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이사가 성공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는 것은 의외다.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한국 영화제작자 중 최고의 실력자로 손꼽히는 심 대표가 욕심이 없었다니. 야망이 없었다면 그의 빛나는 성공은 무엇으로 빚어진 것일까.

지난달 30일, 심 대표가 열한 번째 알파레이디 리더십포럼의 강사로 나섰다. 강연 주제는 ‘소녀들이여, 야망을 가져라(Girls, Be Ambitious)’. 하지만 심 대표는 첫머리부터 이 주제를 뒤엎어버렸다. 욕심과 야망을 앞세우지 않고도 성공한 여성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지 더욱 궁금해졌다.

영화기획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정동 문화공간 산다미아노에서 열린 알파레이디 리더십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심 대표는 자신만의 원칙과 철학을 갖되, 타인과 ‘소통과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김창길 기자

영화기획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정동 문화공간 산다미아노에서 열린 알파레이디 리더십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심 대표는 자신만의 원칙과 철학을 갖되, 타인과 ‘소통과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김창길 기자


“저는 저돌적인 실행력이나 추진력은 별로 없는 편이었어요. 용감하게 나서서 개척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요. 주어진 상황에 불만을 품거나 원망하기보다는 받아들이면서, 그 상황을 어리석지 않게 이용하는 편이었어요.”

올해 16주년을 맞는 ‘명필름’이 그동안 만든 영화는 30편에 이른다.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비롯해 국산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까지, 상업적 성공을 거둔 ‘웰메이드’ 영화들이 즐비하다. 지난 10월 심 대표는 <마당을…>의 성공에 힘입어 ‘2011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이력을 만든 건 심 대표의 ‘야망’이 아니었다. 그는 “평생 한 편의 걸작, 천재적 작품을 만드는 사람보다 꾸준히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근차근, 한 발자국씩 꾸준히 걸어가겠다는 자세가 쌓여 오늘날의 그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성실하기만 한 태도가 전부는 아니다. 심 대표는 “다른 건 몰라도 어려서부터 고집은 좀 셌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원칙과 철학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기회가 옵니다. 로맨틱 코미디가 성공한다고 해서 뒤따라 만들면 그건 두 번째, 세 번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관객들의 선택에서 후순위에 밀리게 되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할 때 큰 기회가 온다는 것이 제 철학이고, 기준입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주변에서 가장 말렸던 작품이다. 심 대표는 “군대 이야기, 분단이라는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 당시만 해도 성공한 적이 없었던 박찬욱 감독이라는 3가지 이유 때문에 주변에서 제작을 말렸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생순>은 당시 생소했던 스포츠 영화임에도 인정을 받은 작품이고, <마당을…> 역시 애니메이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고집’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많은 사람들과 작업을 해야 하는 영화판에서 오히려 독일 수 있다. 확고한 철학을 펼치려면 그만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영화 제작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리더십과 통솔력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의 열의를 모아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죠. 한 사람의 재능과 열의, 노력을 뽑아내려면 마음을 이해하고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통과 공감 능력은 어떤 지성이나 학식보다도 중요해요.”

심 대표는 자신의 장점으로 ‘호기심과 관찰력’을 꼽았다. 영화 <머니볼>의 스카우터 빌리 빈(브래드 피트)처럼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배우의 재능을 알아채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려면, 그 사람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상대방을 잘 이해하면 소통과 공감이 자연스레 이뤄진다. 심 대표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성공은 성실하고 꾸준히 삶의 단계를 밟아오면서 만들어진 현재의 순간일 뿐이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과정 중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노력하고, 그랬는데도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아쉽지만 깨끗이 승복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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