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레이디 문화톡톡](1) 지휘자 서희태 ‘클래식 읽기’
이고은·박효재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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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하이든의 리더십·베토벤의 삶… 고전음악도 아는 만큼 재미있죠”

지난 2년간 ‘알파레이디 리더십 포럼’ ‘알파레이디 북토크’ 등 다양한 강연 프로젝트로 2030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온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시리즈가 벌써 3년째를 맞았다. 2013년 신년을 맞아 새롭게 시작하는 시즌 3는 ‘알파레이디 문화톡톡’이란 이름으로 기획됐다. 올 한 해 매월 클래식, 미술, 영화, 문학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하면서 해당 분야의 안목을 키우고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한 프로젝트다. 풍성하고 탄탄한 문화적 소양을 갖출 수 있는 기회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2013년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문화톡톡’의 첫 강연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메트로신문사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의 실제 모델인 서희태 지휘자가 초대돼 ‘맛있는 클래식 이야기’를 들려줬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2013년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문화톡톡’의 첫 강연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메트로신문사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의 실제 모델인 서희태 지휘자가 초대돼 ‘맛있는 클래식 이야기’를 들려줬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막상 ‘어떤 곡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좋아하지만 어렵고 복잡해 잘 알지 못하는 클래식의 세계. 클래식을 ‘맛’있게 공부하고 ‘멋’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013년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문화톡톡’의 첫 번째 시간은 ‘클래식’의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클래식은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 가운데서도 특히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이 높아 ‘입문법’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 장르다.

강연은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예술감독을 맡았고 주인공 ‘강마에’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지휘자 서희태씨가 맡았다. 그는 지난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메트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맛있는 클래식 이야기’를 주제로 알차고 흥미로운 첫 강연을 선사했다. 이날 차가운 겨울비가 내렸지만 강연장 열기는 뜨거웠다. 서 지휘자의 위트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강연으로 강연장은 박수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서 지휘자는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으로 유명한 클래식 음악을 허밍으로 부른 뒤 “이 곡의 제목을 아느냐”고 물었다. 누구나 흔히 듣던 익숙한 곡인데도, 선뜻 손을 들어 제목을 말하는 이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곡의 제목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하이든의 스트링 쿼텟 넘버 17, 작품번호 3-5번, 안단테 칸타빌레 세레나데’.

“분명히 들어본 멜로디인데도 그 곡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죠? 결과가 중요하고 정확한 답을 내야만 한다고 교육받아 왔기 때문이에요. 조금만 생각해보고 유추하다 보면 정확하진 않더라도 답에 가까운 의견을 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음악이 꼭 정답을 갖고 있어야 할까요? 우리, 음악에 대한 편견을 바꿔봅시다.”


클래식 음악은 우리의 일상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와 있다. 청소차가 지나가면서 흐르는 음악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달인’의 주제곡은 클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 아이스크림 조스바 광고에 나오는 음악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의 일부다. 우리는 생각보다 클래식 음악을 잘 알고 있다. 스스로 ‘알고 있다’고 여기지 않을 뿐이다.

클래식 음악이 탄생한 시대와 작곡가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클래식을 이해하는 시작이다. 서 지휘자는 이번 강연에서 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시대로 꼽히는 ‘고전파 시대(1750~1820년대)’를 이해하는 데서 클래식의 첫걸음을 내디디자고 제안했다. 바로크 시대와 로맨틱 시대 사이의 고전파 시대는 후대로부터 말 그대로 ‘클래식(classic)’이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모범적이고 정연한 음악을 선보였다.

“고전파 시대에는 3인방으로 꼽히는 음악의 거장이 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지요. 이들은 각기 개인사적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클래식을 듣는 재미가 한층 커질 것입니다.”

고전파 시대의 맏형인 하이든(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1732~1809)은 온화하고 친절한 성품으로 ‘파파 하이든’이라 불렸다. 30년간 에스테르하지 후작 가문의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생활한 그는 리더십이 훌륭하기로도 유명했다. 서 지휘자는 그의 성품을 말해주는 재미난 일화를 소개했다.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휴가를 주지 않자 단원들의 원성이 자자했답니다. 하이든은 후작에게 직접 휴가를 요구하지 않고 대신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고별 교향곡(45번)’이라는 이 곡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 중 한 사람 한 사람씩 연주를 끝내고 나가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후작이 곡을 감상하는데 단원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악기를 주섬주섬 챙겨 밖으로 나가버리는 겁니다. 그제서야 후작은 단원들이 휴가를 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음날 모두에게 휴가를 주죠. 하이든은 직언 대신 기지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더불어 위대한 곡도 남겼고요.”


모차르트(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1756~91)는 천재로 칭송받았지만, 말년에는 우울한 삶을 살았다. 천재로 빛나는 삶을 살았지만 짧은 35년 생애 끝에 맞이한 그의 죽음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세 살 때 누나가 연주하는 피아노곡을 어깨너머로 듣고 연주했고, 아홉 살 생일 직전에는 교향곡을 작곡했다고 하죠. 열네 살 때는 바티칸궁의 성 시스틴 성당에서 18개 성부로 이뤄진 10여분짜리 합창곡 ‘미제레레’를 단 한번 듣고 집으로 돌아가 바로 악보로 그려냈다고 합니다. 짧은 생애 동안 무려 626곡의 작품을 남길 정도로 위대했죠. 하지만 지금은 모차르트의 무덤조차 남아있지 않아요. 많은 돈을 벌었지만 도박으로 죄다 탕진했다고 합니다.”

베토벤(루드비히 판 베토벤, 1770~1827)의 삶도 드라마틱하다. 베토벤은 자신을 ‘제2의 모차르트’로 키우려던 아버지의 압박으로 성격장애를 갖게 됐다. 그는 피아니스트로 음악을 시작해 연주와 교습으로 돈을 벌던 최초의 프리랜서였다. 청력을 잃어 더 이상 연주할 수 없게 된 막막한 현실 앞에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인생의 새로운 반전을 가져다 준다. 이후 작곡에 매진하면서 전성기를 누린 베토벤은 ‘악성(樂聖)’ 혹은 ‘교향곡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존경받았다.

음악가의 삶을 촘촘히 들여다보고 나면 클래식은 어느덧 내게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서 지휘자는 “클래식은 재미없는 음악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 자신도 3월에 예정된 공연을 계기로, 클래식으로 관객과 함께 뛰고 노는 ‘놀마에’로 변신할 예정이다.

■ 클래식 음악 감상법
제목을 보면 곡과 작곡가의 역사가 보인다


클래식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일단 제목 때문이다. 길고 복잡한 데다 온통 외국어와 숫자다. 곡목을 읽는 법을 아는 것, 곡과 작곡가를 이해하는 첫 단계다. 클래식 곡의 제목은 작곡자 이름, 곡의 종류, 곡의 번호(No.), 조성, 작곡가의 작품번호(Op·작품이라는 뜻의 라틴어 ‘Opus’에서 유래), 부제 등의 순서로 이어진다. 보통 작품번호의 숫자가 낮을수록 초기 작품, 높을수록 후기 작품이다. 예컨대 은 “베토벤 교향곡 제5번 다 단조 작품번호 67번 운명”으로 읽으면 된다.

특정 작곡가는 작품번호를 매길 때 다른 체계를 쓰기도 한다. 고전파 시대 음악가인 하이든은 곡 번호를 표시할 때 ‘Hob(호보켄)’을 사용한다. 이는 안토니 반 호보켄이라는 사람이 하이든의 음악을 연대순으로 정리하면서 번호를 붙였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루드비히 폰 쾨헬이 정리했기 때문에 곡 번호 앞에 ‘K(KV, 쾨헬번호)’를 붙인다. 모차르트는 평생 626곡을 작곡했기 때문에 K.626은 모차르트가 죽음을 앞에 두고 쓰다 마지막으로 남긴 미완성 곡 ‘레퀴엠(장송곡)’이다.

베토벤은 총 9곡의 교향곡을 썼다. 하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곡은 제3번 ‘영웅’ 교향곡부터다. 초기 작품인 제1번, 제2번 교향곡은 그리 유명하지 않다. 베토벤은 1802년 청각장애 판정에 절망해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다. 이후 생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작곡에 쏟아부으면서 2년 뒤인 1804년 35번째 작품인 제3번 ‘영웅’ 교향곡이 탄생했고 이후 교향곡은 모두 ‘불후의 명곡’으로 남았다.

<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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