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레이디 문화톡톡](2) 사진작가 조세현 ‘내 마음속의 사진’
이고은·박효재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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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유명인 찍다 입양아에 눈돌려… 제 사진엔 늘 사람이 동행하죠”

“어떤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지난해 한 대학생이 던진 질문이 사진작가 조세현을 당혹케 했다.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답변할 수도 없었다.

조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이다. 특히 연예인, 명사 등 각종 유명인들의 인물 사진을 아름답게 찍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질문은 사진으로 밥벌이를 해온 자신에게 ‘철학’을 묻는 것이었는데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시작된 고민은 그해 겨울까지 계속됐다. ‘내 마음속의 사진은 무엇일까.’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문화톡톡의 두 번째 시간은 조 작가의 마음속에 자리한 단 한 장의 사진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1983년부터 30년간 ‘직업사진가’로 살아온 그가 꼽는 사진 한 장을 설명하는 것이 복잡한 사진기술과 영상미학을 논하는 것보다 훨씬 가슴에 와닿는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메트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2월 강연의 주제는 ‘내 마음속의 사진’이었다.

사진작가 조세현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메트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문화톡톡’의 2월 강연에서 ‘내 마음속의 사진’을 주제로 강연하던 도중 참석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사진작가 조세현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메트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문화톡톡’의 2월 강연에서 ‘내 마음속의 사진’을 주제로 강연하던 도중 참석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조 작가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사진을 찍는 유명작가 두 명의 사진을 소개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왜곡과 확대의 기법을 사용하는 영국의 사진작가 빌 브란트, 정확하고 치밀한 세부 묘사로 유명한 에드워드 웨스턴이다. 빌 브란트는 사람의 신체 부위 일부를 자연의 하나로 생각하고 사람을 찍어 그 속에서 자연을 찾았다. 반면 에드워드 웨스턴은 자연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려 했다.

초현실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세계를 갖고 있던 두 작가에게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깊이 있는 관찰력과 피사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사진의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어떤 물체를 굉장히 가깝게 들여다보기만 해도 아예 다른 물체처럼 보이기도 해요. 평소 잘 보지 못하던 것을 굉장히 잘 보이게도 만들고 아예 못 보던 것을 보이게도 해주죠. 보이지 않는 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역할, 바로 사진만의 매력이죠.”



좋은 사진을 위한 전제조건은 대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관찰력이다. 이는 시력과는 다르다. 조 작가 자신도 남들이 보지 못한 작은 곤충이나 동물을 잘 찾아낸다고 한다. 작은 것 하나에도 애정을 갖고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력을 키우는 것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첫걸음이다.

조 작가는 “사진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정의한다면 바로 ‘시간예술’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유 방울이 떨어질 때 생기는 현상인 ‘밀크 크라운’을 영상으로 잡아내려면 2000분의 1초, 총알이 사과를 뚫고 지나가는 장면을 찍으려면 10만분의 1초의 시간을 잡아내야 한다. 인간의 눈만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찰나의 영역이다.

“카메라는 타임머신이 되기도 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 어머니가 있던 사진 속 그 장소,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가게 되죠. 시·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을 하게 됩니다. 사진 속에서는 그 사람이 일종의 ‘미라’가 되는 겁니다. 제 작업실, 노트북, 파일북에는 수많은 인물 사진이 있는데 그 중에는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바로 ‘미라 제조기’예요. 하지만 사진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남아있죠. 그런 의미에서도 사진은 ‘시간예술’입니다.”

사람들은 ‘조세현’ 하면 유명 연예인들의 아름다운 사진을 떠올린다. 연예인과 유명 인사들을 비롯해 일반인의 사진까지 합하면 그가 찍은 인물 사진만 10만장은 족히 될 것이다. 조 작가는 인물 사진만을 고집하는 작가다.

“사진은 마이너스(-) 예술입니다. 회화는 백지에 그림을 그려 채우는 플러스(+) 예술이죠. 하지만 사진은 존재하는 현상 중에서 뺄 것은 빼고 버릴 것은 버립니다. 그걸 ‘프레임’이라고 하죠. 저는 화려한 배우들의 사진을 찍을 때도 장신구 하나 없이 흰색 옷만 입게 합니다. 배경도 없습니다. 다 버린 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으려 하죠.”

조 작가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1990년대 당시 스스로를 ‘돈벌레’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2003년 이후 조 작가가 사진으로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 사회복지사의 부탁으로 3~4개월 후 입양되는 아이들의 백일사진을 찍게 된 것이 계기였다. 조 작가의 참여 이후 국내에서도 입양에 대한 인식과 문화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는 촬영 과정과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사진을 통해 뭔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입양아를 위한 사진을 비롯해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아이들, 노숙인,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의 모습 등 사회 문제들을 사진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강연 맨 마지막, 드디어 조 작가의 ‘내 마음속의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 속 주인공은 유명인이 아닌, ‘주원이와 하원이’였다. 오래전부터 입양을 기다리다 조 작가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좋은 가정에 입양된 쌍둥이 자매다. 그는 “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 결혼할 때까지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따뜻한 가정에서 커갈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 됐다. 조 작가는 자신을 오랜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으로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제 마음속 사진은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동행’. 사람과 같이 가는 사진이 제 마음속의 사진이 갖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으며 찾아낸 저의 해답입니다.”

■ ‘톡톡 입문법’
무표정한 한국인 얼굴, 카메라 각도 약간 위에서 잡으면 잘 나와


사진은 한자로 ‘寫眞(베낄 사, 참 진)’이라고 쓴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본뜬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진작가 조세현은 이 단어가 사진의 본뜻을 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본래 ‘빛의 그림’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빛이 작용해 빚어진 상을 렌즈로 카메라 속에 저장하는 것이다.

최근 널리 쓰는 디지털 카메라는 ‘카메라의 혁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는 저장공간이 다를 뿐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디지털로, 필름 카메라는 필름 속에 빛을 저장한다. 이 밖에 렌즈, 조리개, 셔터 등 다른 모든 카메라의 기능은 아직도 아날로그 형식 그대로다. 차이점을 구분한다면 디지털 사진은 기계적인 작용, 필름 사진은 화학적인 작용을 통한다는 정도다. 조 작가는 이를 음악을 들을 때 아날로그 레코드인 LP판으로 듣느냐, CD로 듣느냐의 차이로 비유했다.

카메라의 사양이 높아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조 작가의 답은 ‘그렇다’이다. 그런데 설명이 의외다. “해상도 등 세부적인 사항 때문이 아니라 좋은 카메라를 쓰면 사진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카메라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조 작가는 휴대폰 카메라도 잘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찍고 싶을 때’ 찍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찍히는 법도 있다. 인간의 얼굴은 완벽한 좌우대칭이 아니기 때문에, 거울을 보고 가장 예쁘게 보이는 각도를 찾는 것이 좋다. 또 양쪽 눈 중 상대적으로 작은 눈을 카메라에 가깝게 하면 원근감으로 양쪽 눈 크기에 균형이 잡혀 아름다운 얼굴을 잡아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의 얼굴이 대부분 무표정하고 언뜻 보면 화가 나 보일 수 있는 얼굴이어서 이를 보완하려면 카메라 각도를 약간 위에서 잡아 찍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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