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레이디 문화톡톡](5) 여행작가 채지형의 ‘7가지 여행 노하우’
이고은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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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여행은 길 위에서 만드는 ‘나만의 역사’… 아침을 즐기고 시장에 가보라”

햇볕이 조금씩 따가워지기 시작하는 5월은 다가올 여름휴가 여행을 준비하기에 좋은 시기이다. 알찬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이달의 ‘알파레이디 문화톡톡’은 ‘여행을 재밌게 만드는 7가지 방법’을 강연 주제로 정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사옥에서 강연자로 나선 여행작가 채지형씨(42)는 1994년 대학 시절 다녀온 유럽여행일기를 토대로 쓴 책 <여행일기>를 시작으로 <지구별 워커홀릭> <넌, 이번 휴가 어디로 가?> 등 여러 권의 여행에세이를 출간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그는 지난 20년간 세계일주를 포함해 총 70여개국을 여행했다. 어린 시절 길을 잃고 헤매다 간신히 귀가한 그에게 “세상 공부 잘하고 돌아왔구나”라면서 새 운동화를 쥐여준 아버지의 격려가 오늘의 원동력이 됐다고 채 작가는 말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경험을 축적하는 겁니다. 네팔의 자낙푸르에서는 아름다운 벽화를 그리면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여인들을 통해 지역사회를 만드는 여성의 힘을 느꼈지요. 히말라야 트레킹 때는 고산지대에서 지독한 감기로 고생하면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독일 노부부의 친절함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여행작가 채지형씨가 지난 22일 경향신문사 5층 강연장에서 열린 알파레이디 문화톡톡 강연에서 ‘여행을 재미있게 만드는 7가지 노하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여행작가 채지형씨가 지난 22일 경향신문사 5층 강연장에서 열린 알파레이디 문화톡톡 강연에서 ‘여행을 재미있게 만드는 7가지 노하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그가 소개한 여행을 즐기는 첫 번째 방법은 이처럼 ‘만남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여행길 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베트남 북부에서는 길가던 아주머니와 함께 팔찌를 만들며 반나절 수다를 떨었다. 일가친척이 횡렬의 집단주택에 모여사는 브루나이의 ‘롱 하우스’에서는 가족끼리 모여 사는 생활방식을 들으면서 한국의 개인주의적인 주거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진흙을 머리에 발라 아름답게 꾸미는 나미비아 힘바부족과 티베트 ‘토론의 정원’에서 손뼉을 치며 의견을 나누는 승려를 비롯해 세상에는 저마다의 인생이 다채로운 빛을 발하며 살아간다.

“다양한 삶을 만나면서 제 인생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어요. 돈도 많이 벌어야 할 것 같고, 아이도 있어야 할 것 같고, 누구나 평범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중압감을 느끼잖아요. 하지만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인생이란 그런 조건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달린 문제임을 깨닫게 되죠. 그 깨달음이 희미해질 때쯤에 다시 여행가방을 꾸립니다.”



여행을 즐기는 두 번째 방법은 ‘미소’이다. 새로운 만남에서는 필수품이다. 한국 최초의 세계여행가인 고 김찬삼 교수도 ‘웃음’을 통해 원시부족과 소통할 수 있었다며 “웃으면 강도도 달아난다”고 회고했다.

세 번째는 여행에서 꼭 하는 ‘나만의 무엇’을 찾는 것이다. 채 작가의 경우 여행 때마다 엽서를 썼다.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짧은 메시지를 적어 보내며 그 나라의 우체통 사진도 찍어서 모아두었다. 엽서를 받는 이에게는 마음을 전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난 뒤에는 ‘우체통 사진전’을 열 기회도 얻었다. 그는 “헌책방, 현지음식, 재밌는 발상의 사진, 자전거 타기 등등에서 하나를 정해서 시도해보는 게 좋다”면서 “되도록 쉬운 것으로 정해야 오랫동안 유지해서 ‘나만의 역사’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네팔 자낙푸르의 그림 그리는 여인. | 채지형 작가 제공

네팔 자낙푸르의 그림 그리는 여인. | 채지형 작가 제공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서 트레킹을 하는 노부부. | 채지형 작가 제공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서 트레킹을 하는 노부부. | 채지형 작가 제공


네 번째 노하우는 그 나라만의 문화를 볼 수 있는 ‘시장’을 즐기는 것이다. 주민들의 즉석 탱고 공연이 펼쳐지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장, 남미풍의 아름다운 직물과 공예품이 눈길을 사로잡는 과테말라의 치치카스만보 시장 등이 꼽힌다.

다섯 번째는 ‘아침’을 만나는 일이다. 여행에서는 으레 늦잠과 휴식을 즐기게 되지만, 하루쯤은 여행지의 아침을 즐겨본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는 한낮에는 소음 범벅이지만 해 뜨기 직전에는 고요함의 깊이를 보여준다. 새들의 소리만 가득한 새벽녘 창녕 우포늪은 원시에 맞닿아 있다. 채 작가는 “자욱하게 낀 안개 속을 호젓하게 걸을 때면 엄청난 충만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근사한 여행을 준비할 때에는 “큰 줄기만 계획하고 작은 줄기는 기대하라”고 채 작가는 말한다. 바로 여섯 번째 노하우다.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리되, 자유로운 마음으로 여행의 의외성을 찾아 누리라는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것도, 안 해보던 것도 해보기 위해서 여행을 가는 거잖아요. 나의 방식, 내 인생만 고집하기 위해 떠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때론 나의 취향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흐르는 대로 바람 가는 대로 둬보는 것, 그게 여행 아닐까요.”

티베트 ‘토론의 정원’에서 토론하는 승려들. | 채지형 작가 제공

티베트 ‘토론의 정원’에서 토론하는 승려들. | 채지형 작가 제공


마지막 노하우는 ‘기록하고 공유하기’다. 항상 볼펜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그는 수첩에 소소한 이야기들과 자신이 느낀 감정을 적는다. 급할 때에는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기도 하고, 사진이나 안내책자를 오려서 꾸미기도 한다. 이 기록들은 타인과 공유하면서 두고두고 이야깃거리로 남겨둔다.

채 작가가 소개한 노하우는 7가지이지만, 모든 여행에는 저마다의 인생처럼 각자의 노하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본의 사진작가 후지와라 신야의 책 <인도방랑>의 한 구절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세계는 좋았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자연은 도덕이었다. 침묵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침묵에서 나온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이 좋았다. 나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새벽에 바라본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 채지형 작가 제공

새벽에 바라본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 채지형 작가 제공


이탈리아 거리의 우체통. | 채지형 작가 제공

이탈리아 거리의 우체통. | 채지형 작가 제공


▲ 톡톡 입문법
여행의 큰 틀만 계획하고, 변수를 기대하라…
사진·메모는 그날 그날 정리를


채지형 작가는 여행 준비를 위해 ‘마인드 맵’을 그려볼 것을 추천한다. 머릿속에 있는 계획을 연상되는 대로 모두 적어 옮기고 나면 하나의 ‘나무’와 같은 그림이 완성된다. 이번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를 세세하되 자유롭게 정리할 수 있다.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한 관련 컴퓨터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한다.

‘여행작가들은 세수는 못하더라도 여행사진은 정리하고 잔다’고 한다. 여행 후 기록들을 잘 정리해두는 것이 훗날 큰 자산이 된다. 기록을 마무리하는 ‘마감 시간’을 스스로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채 작가는 여행사진을 정리할 때 “목적을 분명히 하라”고 말했다. 그중 가장 추천하는 목적은 ‘공유’다.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여행 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나누다 보면 동기가 부여된다. 글솜씨나 사진실력이 나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행 메모는 작은 수첩에 수시로 적는다. 영수증으로 동선과 주소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명함이나 팸플릿은 비닐 지퍼백에 보관한다. 여행 뒤에는 파일들을 한 묶음씩 정리한다. 그의 작업실에는 과거 여행자료들이 서류철에 빼곡하다.

그는 “하나씩 정리해놓는 습관을 들이면 여행기를 쓸 때 유용하다”고 말한다.

여행국에 대한 공부도 필수적이다. 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해당국가에 관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다.

네팔에 갈 때에는 네팔의 국가, 네팔에 관한 퀴즈 앱 등을 이용하는 식이다. 베트남에 가기 전에는 <호찌민 평전>을 읽었다.

채 작가는 “현지어나 사투리를 꼭 배워가라”고 조언한다. 여행에 맛을 더하는 양념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는 기본이고 ‘맛있다’ ‘예쁘다’라는 단어를 알고 가면 여행이 한결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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