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레이디 문화톡톡](9) 미술평론가 정준모 ‘미술이 쉬워지는 미술 감상법’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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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예술은 타인의 것에 대한 관심… 아는 것만 보지 말고 아는 것 자체 버려라”

현대미술이 난해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작품의 어디에서 아름다움을 느껴야 할지,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오리무중일 때도 많다.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문화톡톡’ 9월 강연에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및 대변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장 등을 역임한 미술평론가 정준모씨에게 미술 감상법을 들어봤다. 지난 25일 경향신문 5층 북카페에서 2시간 넘게 이어진 열강 중 주요 내용을 추려 소개한다.

정준모 미술평론가가 지난 25일 경향신문 5층 북카페에서 경향 독자들을 만나 미술 감상 방법을 강연하고 있다. 그는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이 미술”이라면서 현대미술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시선이 중요하므로 내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정준모 미술평론가가 지난 25일 경향신문 5층 북카페에서 경향 독자들을 만나 미술 감상 방법을 강연하고 있다. 그는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이 미술”이라면서 현대미술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시선이 중요하므로 내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내가 미술 동네에 들어와서 생계를 유지한 지가 근 30년 됐는데, 요즘처럼 미술이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는가 싶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환수 목록에 포함된 미술품이 얼마짜리냐를 놓고 여러 언론사의 정치부와 법조 출입기자들의 문의 전화가 내게 그치지 않고 왔다.

이처럼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그림을 이야기할 때 돈과 관련해 말한다. 그림의 가치 기준을 모르니 가격을 곧 가치로 이해한다. 그림은 ‘재벌’ ‘비자금 조성’ ‘페이퍼컴퍼니’ 등과도 맞물려 회자되면서 ‘사는 곳’이 아닌 재산증식 수단으로 전락한 집처럼 가치의 본질이 오도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그림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초·중·고 학창시절에 미술이라곤 ‘그림 그리는’ 교육만 받았다. 보는 교육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림 보는 수준은 인상파와 고전주의 이전의 그림 수준에 머물러 있다보니 현대미술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변기 하나 놓고 작품이라 하고, 물감을 질질 흘린 게 그림이라고 하니까. 다양한 양식들이 존재하는 현대미술을 이해하려면 모더니즘을 이해해야 하는데, 정서적으로 농경사회에 머물러 있는 우리는 모더니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사실 미술은 도처에 깔려 있다. 컬러TV가 대중화된 이후 색조화장이 유행한 현상, 외출복 색깔을 맞춰입는 것 모두 미술에 해당한다. 비싼 식당의 의자, 냅킨, 식기류, 테이블 세팅, 직원들 복장도 모두 미술이다. 미술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명사가 아닌 ‘동사’, 즉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관찰을 하라. 예술행위란 남이 만들어놓은 것을 눈여겨봐주는 것이다. 타인의 것에 대한 관심이다. 그림 보는 데 몇 분이나 걸리는가. 아는 사람의 그림은 25~30초, 모르는 작가는 5초쯤에 불과하잖나. 그러고는 미술을 모른다고 단언한다. 혹자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아는 것만 본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뭘 그린 걸까 묻는데, 보면 된다. 그림은 구체적인 사실일 때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린 것도 많다. 사랑을 눈으로 본 사람은 없잖나. 또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묻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작가의 의도를 작품에 넣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작가의 의도를 넣을 수 없게 됐다. 무당이 접신의 경지에서 칼춤 타는 것처럼 작가들도 흘러가는 대로 그림을 그린다.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시선이다. 옛날에 잘 그렸다는 그림은 대개 얼마나 닮게 그리는지가 관건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년)가 그린 ‘모나리자’는 왜 명작일까. 명암법, 원근법, 해부학 등을 동원해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린 최초의 그림이기 때문이다.

같은 시대에 그려진 ‘비너스의 탄생’(산드로 보티첼리 작)을 자세히 보면, 다리는 정형외과에 가야 할 판이고, 팔은 옆구리에서 나왔다. 파도를 제대로 못 그려서 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두 그림을 비교하면 다빈치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그럼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년)는 왜 유명한 화가일까. 남의 눈보다는 내 눈으로 본 것을 그렸기 때문이다.

아름답기 때문에 좋은 그림이 아니라 사물의 표현방식을 혁신시켰기 때문에 그 시대에 인정받은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년)는 ‘아비뇽의 처녀’에서 동시에 앞 얼굴과 옆 얼굴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이걸 아름답다고 느끼면 그게 이상한 거다(웃음).

그림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다. 그러므로 남의 눈이 아니라 내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르네 마그리트의 인어 그림을 보면 불편한 이유는, 늘 상반신이 사람, 하반신이 물고기라고 머릿속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그림 볼 때는 아는 것만 보려 하지 말고 아는 것 자체를 버려야 한다.

미술 전시장에서 모든 그림을 이해하고 감동을 받으려고도 하지 말라. 책 읽을 때 모든 페이지를 다 기억하고 감동받는 것은 아니잖나. 중요한 것은 그림을 보는 것이다. 그림 중에 한두 개 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정해서 내가 왜 이 그림이 마음에 드는지를 생각해보길 권한다. 전시를 보려면 3시간은 봐야 된다. 우선 한 번 휙 보고, 섹션별로 나눠서 보고, 눈여겨봤던 그림을 다시 한번 감상하는 식이다. 하지만 남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 보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생각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감동이 다르듯이 그림도 마찬가지다. 볼 때마다 감회가 다르다.

그림의 한계는 너무 생생하게 보여줘서 감상자가 파고 들어갈 구멍이 적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같은 작품을 봐도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게 미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은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미술은 그리는 사람이 완성시키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완성시키는 것이다.

■ 톡톡 입문법
“그림 팔 때 가격은 살 때 가격의 절반
투자재 가치 가지려면 최소 25억 돼야”


그림은 투자재로서 가치가 낮다고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말한다. “팔 때 가격은 살 때 가격의 절반이 된다. 다이아몬드보다 더 토막나는 게 그림”이라는 것이다. 취향이 맞는 이들 사이에서만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미술품 매매가격 통계에서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것은 팔린 것만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미술품 매입은 ‘프티부르주아가 자신이 부르주아 계급에 편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 등을 비롯해 대부분 감성적인 동기에서 비롯된다.

정 평론가는 “많은 분들이 돈 될 만한 그림을 추천해달라고 하는데, 2000만~3000만원으로는 어림없다”면서 “최소 25억~30억원짜리 작품은 돼야 투자재의 가치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림은 거래수수료율도 높다. 중개상이 일 년에 한두 개 팔아 사업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좋은 그림을 사려면 좋은 작품에 관한 정보를 가진 화랑 주인과 친분을 유지해야 한다.

그림 수집가는 문화유산인 미술품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역할을 한다. 정 평론가는 “미술품과 문화재를 미술관에 기부하는 이들에 대한 세제혜택은 그래서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가가 특정한 그림을 사들이기 시작하면 문화적 종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고, 더 많은 기회비용을 들이게 된다. 대신 민간 수집가들의 기부를 받으면 공공재로서 다양한 종류의 미술품을 미술관에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에 수많은 컬렉터들이 기꺼이 기부를 하는 것은 기부에 대한 세제혜택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화제를 모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 가치는 왜 낮게 나타났을까. 그는 “선물을 받으면 액면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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