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톡톡 나와 만나는 시간](7) 대인관계심리전문가 양창순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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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내 결핍 채우려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사랑은 삐걱거리기 쉬워”

경향신문 연례기획 ‘심리톡톡-나와 만나는 시간’ 7월 강연에서는 대인관계심리 전문가인 양창순 박사를 초청해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를 주제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탐구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을 펴낸 양 박사는 자신을 이해하는 데서 타인과의 건강하고 튼튼한 사랑이 자라난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강의실에서 열린 강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강의실에서 열린 ‘심리톡톡-나를 만나는 시간’ 7월 강연에서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가 ‘가장 강렬한 감정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강의실에서 열린 ‘심리톡톡-나를 만나는 시간’ 7월 강연에서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가 ‘가장 강렬한 감정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가장 강렬한 감정, 사랑

성격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에게 ‘어장관리’ 당하는 여성분이 상담하러 왔습니다.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알면서도 그러질 못했어요. 남에게 조언하듯 나 스스로에게 ‘옳은 조언’을 하지 못하는 “사랑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기 때문”이죠. 인간을 움직이는 원동력인 감정이 사고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왜 사랑을 갈구할까요. 사랑은 우리를 살게 하는 감정 중에서도 최고의 기쁨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인정의 욕구가 최고로 충족됐던 경험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을 때입니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죠. 이 같은 욕구는 바로 ‘연애’할 때 다시금 충족됩니다. 사랑은 뇌 전체와 온몸이 반응을 하는 감정이고, 내 뇌와 몸이 기억을 합니다. 그래서 나를 아는 것, 내 사랑의 역사를 아는 것이 최고의 인문학이죠.

■ 내 사랑의 역사 탐구 7단계


1) 나는 왜 그를 사랑하는가

사랑의 역사는 만남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왜 하필 그 사람일까요. 그 이유를 알면 나의 현재의 모습부터 과거의 역사까지 알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자가용이나 재산, 외모, 학벌이 좋아서 그를 선택했다면 어떤 욕망이 작용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내가 상대를 선택한 의식적인 이유와 무의식적인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거죠. 예를 들어 ‘나쁜 여자’ ‘나쁜 남자’만 좋아한다면 내 안의 표현하지 못한 파괴본능을 상대방을 통해 충족하는 것일 수 있어요. 혹은 상대방이 우리 아버지와 비슷하거나 전혀 다른 경우도 있죠. 상대방을 선택한 이유를 보면 나와 부모의 관계, 성장기의 상처까지도 알 수 있어요.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도 대단히 중요해요. 내가 외롭고 힘든 상황에서 만난 사랑은 상황이 끝나며 사라지기 쉽죠. 내 결핍을 채우려 그 사람을 만난 건 아닌지 솔직하게 직면할 필요가 있어요. 사랑해서 필요한 것과 필요해서 사랑한 것은 달라요.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이 많을수록 관계는 삐걱거리기 쉬워요.

2) 그를 사랑하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세상과 소통하는 존재입니다. 세상과 나의 관계는 나와 내 마음의 관계입니다. 현대인은 어느 정도 다 노이로제 환자예요. 자신의 잠재능력을 창의적이고 건설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낭비하는 상태가 노이로제입니다. 나를 왜 얼마나 사랑하는지 따져묻는 상태죠. 자신에 대한 잘못과 선입견 때문에 자신을 오해하고 상대방을 오해하지요.

대인관계를 힘들어하는 사람의 두 유형이 있어요. 1번은 만날수록 편해지는 사람, 2번은 처음 만날 때만 편하고 이후 불편해지는 사람입니다. 1번은 불안감과 두려움, 2번은 자신감 없음인데요. 결국 자기의 힘이 약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건강하지 않을 때에는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도 사랑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어요.

3) 사랑할 수 있는 나의 힘을 확인하기

감정(Emotion)의 어원은 ‘Movere’, 즉 ‘움직이다’입니다. 감정 중 가장 변하기 쉬운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처럼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가 생겨나는 감정이 없습니다. 행복은 잠시일 뿐 불안, 긴장, 실망, 분노, 피해의식, 질투, 미련, 집착 등등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내가 튼튼해야 해요. 내 마음이 평온해야 타인을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은 자기가 갖지 않은 것을 남에게 줄 수 없습니다. 내가 평화가 없으면 평화를 줄 수 없고, 내 마음에 분노와 짜증이 있으면 그것 말고는 줄 게 없어요. 남에게 투사한 것을 나에게서 찾을 때 인격의 성숙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나는 내 마음에 무엇을 얼마나 투자하나요. 마음이 강해지려면 자기 발견과 자기 이해, 즉 그를 사랑하는 나는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요. 자기 수용을 통해 내가 태어나서 경험한 모든 것이 나를 이루었다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 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죠. 노이로제는 첫째, 둘째 단계가 해결되지 않은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는 100점이 아니라 50점이 만점입니다. 연애를 못하는 사람은 지나친 완벽함을 추구합니다. 순금도 99%밖에 없는데 100점짜리 사람이 누가 있냐고 말해주고 싶어요.

4) 불안하고 외롭다고 아무나 사랑하지 않는다

내가 불안하다고 아무나 사랑해서는 안됩니다. 인간은 생명체예요. 에너지가 한정적입니다. 자기 에너지를 창의적이고 자기 발전을 위해서 쓰는 사람이 건강한 것이죠. 내 마음이 건강하면 쾌락적이고 파괴적인 사랑은 안 하게 돼요. 반면 내가 불안하면 점점 더 내 뇌가 파괴됩니다. 술만 뇌세포를 파괴하고 다이어트만 뇌 영양을 결핍시키는 게 아니에요. 사랑도 마찬가지죠.

5) 홀로 설 수 없다면 둘이서도 함께 설 수 없다

둘이서 함께 가기 위해서는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인간관계에 성공하는 비결은 4가지 ‘L’이에요. 건강한 사랑(LOVE)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에요. 모든 인간관계는 나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건강한 겁니다. 상대방을 통제하는 건 욕망이자 노이로제에 불과해요. 경계선(LIMITES)은 아무리 사랑해도 해서는 안되는 말이 있다는 뜻이에요.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느슨한 통합(LOOSE INTEGRATION)은 서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결정하고, 그런 결정을 격려하며 건강한 관계를 이루는 상태이지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때로는 나보다 더 중요한 것, 또는 비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의 자율성과 더불어 상대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사랑이 풍요로운 것입니다. 정신적 독립과 이별(LET THEM GO)도 중요하죠. 상대방의 영역을 인정하는 겁니다. 생물들은 누구나 생명장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거리도 중요합니다. 정신의학적으로 건강한 사랑은 우정과 같은 관계라고 봅니다.

6) 사랑도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하는 사랑은 인위적인 것이라고 오해를 하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노력하지 않고 되는 게 있나요. 공부, 악기, 운동 등은 배우려 노력하잖아요. 다만 노력하기 위해서 피해야 할 생각의 오류들이 있어요. 분석, 비교, 원망, 선택적 추측 등입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안 좋은 쪽으로 추측합니다. 내 탓 돌리기도 생각의 오류죠. ‘표현 안 해도 내 마음 알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같은 생각도 곤란해요. 상대방이 완벽하길 바라는 것도 생각의 오류예요.

7) 잘 만나기 위해서는 잘 헤어져야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한 말이 있어요. “남녀가 헤어지면 누가 배신한 게 아니라 만남의 시기가 끝난 것이다.” 그냥 끝난 것뿐입니다. 인간관계를 다시는 맺지 못할 것 같은 과잉일반화의 함정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와 내가 헤어졌다고 해서 나와 그 사람을 분노로 파괴하지 말아야죠. 이별이 없으면 새로운 만남도 없어요.

■ 그럼에도 사랑해야 하는 이유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인간은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희망, 사랑 등을 양식으로 삼습니다. 그렇기에 사랑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랑의 경험을 하셨던 간에, 버릴 관계는 없습니다. 어떤 경험이든지 내가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능동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배웠으면 충분합니다. 매 순간 우리는 달라집니다.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내가 아니다.’ 어떤 사랑의 경험도 충만한 경험으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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