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톡톡 나와 만나는 시간](11) 최성애 감정코칭협회장
이고은·송윤경 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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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성장 지름길은 남 돕는 것… 머리 아닌 마음 쓰는 법 가르쳐야”

경향신문 연례기획 ‘심리톡톡-나를 만나는 시간’ 11월 강연에서는 청소년과 가족관계 상담을 오랫동안 진행해온 최성애 박사를 초청해 ‘청소년을 위한 마음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와 우리 아이를 살리는 회복 탄력성>, <최성애·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 등으로 널리 알려진 최 박사는 최근 <감정코치 K>를 펴내고 ‘나와 우리를 사랑하는 방법’을 청소년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열린 강연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심리학·인간발달학·가족치료를 전공하고 ‘아이들의 마음 다스리기’ 문제에 천착해 온 최성애 박사가 25일 경향신문 ‘여적향’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 박사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심장이 가장 규칙적으로 뛰고 DHEA라는 ‘생명의 호르몬’이 나와 몸 안에 머무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 김기남 기자

심리학·인간발달학·가족치료를 전공하고 ‘아이들의 마음 다스리기’ 문제에 천착해 온 최성애 박사가 25일 경향신문 ‘여적향’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 박사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심장이 가장 규칙적으로 뛰고 DHEA라는 ‘생명의 호르몬’이 나와 몸 안에 머무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 김기남 기자


■ 자기 능력 키워 타인과 나눌 때 행복

지난 몇 달간 세월호 참사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저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심리치료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줬지요. ‘그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어땠나’를 살펴보면서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였어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2년 4월10일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지요. 탑승자가 2224명이었는데 구명정은 많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배의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래서 침몰 당시 승객의 절반이 넘는 1514명이 사망했습니다.

사고 생존자 중에는 고든이라는 성씨의 부자 부부가 있었어요. 구명정에 30~40명까지 태울 수 있었는데도 부부와 하인 12명만 탔다고 하죠. 재앙 속에 이들이 안타까워한 것은 사람들의 죽음이 아니라 물길에 떠내려가는 예쁜 잠옷이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하려고 구명정을 양보하는 사람들 속에 나만 살겠다는 모습을 보인 고든 부부가 런던에 돌아왔을 때 이웃과 친구들은 이들을 냉대했습니다. 부부는 결국 이혼한 채 죽음을 맞았다고 해요.

전혀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타이타닉호에서 아들과 남편을 한꺼번에 잃은 엘리노르라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들과 남편의 삶을 더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 방법을 찾다가 당시 자신의 전 재산 200만달러를 아들이 재학했던 하버드대학교에 도서관 건립기금으로 쾌척했습니다.

친구나 가족을 잃으면 왜 고통스러울까요. 우리가 그만큼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큰 만큼 상실의 고통은 큽니다. 그 상실감을 떨치기 위해 우리는 고통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필요합니다. 화 나거나, 무섭거나, 무감각해지는 부정적인 감정들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슬픔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동물·꽃·시·그림·운동처럼 마음을 밝고 편하게 해주는 사물이나 활동에 집중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것에 조금만 대비를 해두면, 누구에게나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일들에 훗날 큰 도움이 되지요.

감정에도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처치’가 있습니다. 어느 해저탐사팀이 심해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죽을 위기를 겪고 구조됐습니다. 이들은 ‘심리적 응급치료’를 받고 난 다음 작은 종이쪽지를 받았다고 해요.‘술에 의존하지 말라’는 글귀와 함께 제가 방금 말씀드린 것과 같은 지침이 담겨 있었습니다. 4년 뒤 만난 이분들은 트라우마에서 회복됐더랍니다. 비결을 물었더니 다들 주머니에서 너덜너덜해진 종이쪽지를 꺼내더랍니다. 늘 꺼내보고 되새김질하면서 마치 밧줄을 붙잡고 절벽을 오르는 심정으로 견뎠다고 해요.

무엇보다 회복과 성장의 지름길은 ‘남을 돕는 것’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의 업적을 세우면서 동시에 자신과 타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살펴봤더니 ‘자기 능력을 키워서 사람들과 이타적으로 나누는 이들’이었다고 해요. 멋진 사례를 소개할게요.

1995년 4월16일 아침, 캐나다의 12살 소년 크레이그는 아침을 먹다가 우연히 신문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12살 파키스탄 소년인 이크발 마씨가 살해됐다는 기사였어요. 빈곤층 가정에서 태어난 이크발은 4살에 카펫공장에 팔려가 노예처럼 족쇄를 차고 하루종일 쭈그리고 앉아 카펫을 짜고 그 대가로 빵 한 덩이 얻어먹는 삶을 살았습니다. 다행히 10살 때쯤 인권운동가들에게 구출된 아이는 혼자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파키스탄의 아동착취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고, 서방세계에서 파키스탄산 카펫 불매운동이 벌어졌죠. 이에 분노한 카펫공장 사장들에게 이크발은 무참히 죽임을 당했던 거예요.

크레이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파키스탄에 다녀와 또래 친구들에게 아동노동 착취의 실상을 알리려 노력했습니다. 크레이그에게는 당시 대학생으로 역시 사회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던 형 마크가 있었고, 이 두 형제는 ‘아이들이 아이들을 구하자’는 취지로 ‘프리 더 칠드런’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어려서 무엇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지요.



■ 단답형 아이에겐 긍정적 체험 기회 줘야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엄마 말을 잘 들었던 아이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더니 무슨 질문에도 단답형으로 대답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자꾸 훈계하게 되네요.

“청소년기가 되면 사고능력과 관계있는 뇌 부위인 전두엽이 리모델링에 들어갑니다. 전선이 흩어진 방에 비유할 수 있죠. 긴 언어정보는 처리를 하지 못합니다. 이때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긍정적인 체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일방적인 지시를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정서환경도 중요합니다. 최근 주목받는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유전자를 물려받더라도 발현 여부는 정서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열달 동안 곱게 태교해서 낳은 아이가 부모가 싸우는 환경에 노출된다면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거죠. 그런 정서환경이 아이의 유전자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집단 초감정’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드릴게요.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라고,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전국의 부모들이 열광했던 행사가 있었습니다. 배고프게 자란 부모세대는 모유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분유회사의 마케팅에 혹하고 넘어갔죠. 아이만큼은 배불리 먹이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데 당시 소아비만이던 아이들이 현재 30~40대가 돼서 비만으로 고생합니다.

우량아에 집착하던 시대가 지나자 이번에는 잘 입히려는 부모들이 등장했습니다. 가족 옷을 물려입고 남의 옷을 고쳐입던 세대였어요. 그렇게 좋은 옷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지금은 명품 구입에 열을 올립니다. 그 다음에는 교육에 집착하는 부모들이 등장했습니다.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던 부모들은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과잉학습’에 고통받는 아이들이 등장했습니다. 공부라면 신물이 난다는 아이들이 부모세대가 되면 아마 달라지겠죠.”

■ 짜증낼 때 나오는 호르몬 몸에 오래 남아

-쌍용차 해고자였던 분이 우유 대리점을 하면서 매달 100만원씩 기부하셨다는데, 저는 도저히 그런 마음의 여유가 안 생깁니다. 마음만 있지 행동을 하지 못하겠어요.

“연구된 답이 있습니다. 지난 200년 동안 의학에선 심장을 혈액 공급하는 내장기관의 하나로 치부했지만, 현재 그 심장의 놀라운 기능들이 밝혀지고 있어요. 심장이 뛸 때마다 매번 발생하는 전자기장은 두뇌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에 비해 5000배가 강하다고 합니다. 거리도 뇌는 5㎝에 불과하지만 심장은 자기 키에 비례해요.

심장 자체에 ‘두뇌’가 있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심장에서 뇌로 가는 정보량이 뇌가 심장으로 보내는 정보량보다 열배 많다고 하죠. 사랑도 이것저것 다 따져보다가도 결국 마음에 끌리는 사람을 선택하잖습니까. 심장은 감정에 따라 다르게 뜁니다. 화, 슬픔 등 여러 부정적 감정 중에서도 ‘짜증’날 때 심장이 가장 들쭉날쭉하게 뛴다고 하고요. 행복, 사랑 등 긍정적 감정 중에서도 ‘감사’할 때 심장이 가장 규칙적으로 고르게 뜁니다.

‘짜증’으로 심장이 뛸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나오는 등 온몸에 1400여개의 생리화학 변화가 일어납니다. 3분 동안 짜증으로 불규칙하게 뛰었다면 그 호르몬은 우리 몸 안에 2시간 동안 있고요, 15분 짜증을 냈다면 그 스트레스 호르몬은 10시간 동안 몸 안에 머문다고 합니다. 심장이 편안하게 뛰면 우리 몸에서 DHEA라는 ‘생명의 호르몬’이 나오는데요. 고마움을 3분 동안 깊이 느끼면 2시간, 15분 동안 느끼면 10시간 동안 좋은 호르몬이 몸 안에 있는 거죠. 지난 50~100년간의 교육이 ‘머리 쓰는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마음 쓰는 교육’이 돼야 합니다. 감사·배려·존중·공감·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지요. 이것은 근육강화 훈련하듯이 학습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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