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톡톡’ 시즌2 - 사랑에 관하여](9)좋은연애연구소장 김지윤의 ‘연인과 잘 소통하는 법’
김한솔·황경상 기자 hansol@kyunghyang.com
  • 글자크기
  • l
  • l
ㆍ“싸울 때도 호칭 평소대로…감정 격해지면 ‘10분 쉬자’ 제안해봐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같은 광고 문구와는 달리 좀처럼 알 수 없는 게 연인의 마음이다. 데이트를 즐겁게 하고 헤어졌는데 다음날 전화해보면 토라져 있기도 하고, 서로 알 만큼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기도 한다. 관계는 어디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한 걸까.


경향신문 연중기획 ‘심리톡톡 시즌2-사랑에 관하여’ 9월 강연자인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은 연인 간의 관계를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에 빗댔다. “사랑의 과정은 환희의 꽃길인 동시에 어두움의 협곡이기도 하다”는 김 소장은 연인, 부부간의 의사소통은 ‘별것 아닌 작은 것’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진행된 김 소장의 ‘연애 팁’ 강연을 소개한다. 전문은 심리톡톡 홈페이지(all.khan.co.kr)에서 볼 수 있다.

■연인과 잘 싸우는 방법 6가지

연인과 불가피하게 다툴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싸움이 무조건 나쁘며 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구타하거나 욕설을 하는 폭력은 지양해야 하지만 연인은 ‘화해를 잘하는 싸움’을 통해 서로 성숙해진다. 그런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연인 사이에 몇 가지 합의가 필요하다. 김 소장이 이야기하는 ‘잘 싸우는 방법 6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배불리 먹은 뒤 싸우기

첫째, 일단 배불리 먹은 뒤 말한다. 중요한 이야기,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대방의 컨디션을 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야근으로 지친 상대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면 상황만 더 악화될 수 있다. 잘 먹고, 잘 잔 상태에서 이야기를 한다. 이때는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 핵심만 간단하게 전한다. 전화를 잘 받지 않는 남자친구에게 마음이 상했다면 “내가 전화하면 받고, 못 받으면 나에게 다시 전화해달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게 좋다.

2. 핵심 감정 솔직하게 말하기

둘째, 자신의 핵심 감정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김 소장은 “‘날것 같은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극으로 치닫는 남녀관계는 별로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데이트를 하지 못해서 짜증이 났다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표면적인 ‘짜증’에 가린 감정이 ‘그리움’임을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할 때 화를 내는 엄마의 핵심 감정이 아이가 다칠까봐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인 것도 마찬가지다. 부정적 감정을 무턱대고 표출하면 부정적 되먹임의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 김 소장은 “상대방이 ‘너 괜찮아?’라고 물으면 ‘안 괜찮아, 그런데 왜 안 괜찮은지 생각해볼게’라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 말꼬리 잡지 않기

셋째, 서로의 ‘말꼬리’를 잡지 않고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로 다툼의 주제가 ‘남자친구가 데이트할 때마다 늦게 오는 문제’라면 그 문제에만 국한해 말한다. 상대가 싸우다가 “그런데 너 말투가 왜 그러냐”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더라도 “말투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고 오늘은 왜 늦는지에 대해 말하자”고 처음 주제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주제에서 벗어나면 감정싸움이 심해지고, 문제를 고치기는커녕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김 소장은 “싸우더라도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야 반복적으로 갈등에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싸움은 되도록 차분하고, 감정적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관계 깨지지 않음’ 안심시키기

넷째, 관계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언쟁 중이더라도 상대방을 평소 사이가 좋을 때 부르던 애칭으로 부르는 것은 사소하지만 꽤 중요한 습관이다. ‘자기야, 예쁜아, 우리 사랑하는 오빠’라고 불렀을 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은 ‘야, 너’라고 했을 때보다 훨씬 부드럽다. 내용은 부정적이어도 싸움 자체가 안정된다. 김 소장은 “상반되는 정보가 시간 간격을 두고 주어지면 정보 처리 과정에서 초기 정보가 후기 정보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초두효과’는 언어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싸울 때 이 관계가 깨질까봐 더 앙칼지고 공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초두효과를 활용하면 더 안정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5. 비인격적 행동 하지 않기

다섯째, 연인관계도 인간관계다. 서로 감정이 상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등 비인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김 소장은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나가버리면 안된다”며 “나가버리면 ‘쟤 나 무시하는 거야?’ 하고 갈등의 주제가 바뀌는 역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가끔 감정이 격해져 자리를 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지금 너무 격해졌으니까 10분만 쉬자’ ‘나 담배 한 대만 태우고 올게’같이 곧 돌아옴을 예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6. 만나서 이야기하기

좋은 싸움을 하는 마지막 방법은 ‘만나서 서로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기’다. 김 소장은 온라인 메신저를 이용한 말다툼은 좋지 않다고 경고한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매우 유치한 단어싸움을 하게 될 수 있다”며 “만나서 얘기하면 30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온라인 메신저로 얘기하다가 이별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이 지난 2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연인과 잘 소통하는 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 소장은 “갈등을 회피하거나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건 해법이 아니다”라며 “연인과 잘 싸우면 서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준헌 기자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이 지난 2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연인과 잘 소통하는 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 소장은 “갈등을 회피하거나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건 해법이 아니다”라며 “연인과 잘 싸우면 서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준헌 기자



■‘나’를 끊임없이 돌아보기

우리가 소통 과정에서 갖고 있는 부정적 성향은 자기 자신 안의 어떤 상처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김 소장은 ‘내 안의 상처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그 상처가 어떤 종류의 부정적 소통 패턴을 형성하는가를 스스로 잘 아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소통 형태로는 침묵, 비난, ‘괜찮아, 아니야, 나 원래 이래’ 같은 거짓말, 감정 폭발이나 폭력적 행태 같은 분노 등이 모두 해당된다. 김 소장은 “이런 패턴은 매우 고유하고 고질적”이라며 “자기를 조금만 관찰하면 반드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의 인기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