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잼잼]수제맥주 만들기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사진|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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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엿기름·생수·효모 어울린 발효의 예술 “이 맛이 내 맥주다”

15년 경력의 맥주 공방서 전하는 비법

서울 용산구 이태원 초입에 있는 수제맥주집 ‘굿비어공방’. 공방 문을 열자 알싸하고 달곰한 맥주향이 코끝에 찡했다. 이 공방의 주인인 김욱연 굿비어공방 대표(47)는 15년 전 ‘한글과컴퓨터’를 그만두고 수제맥주계에 입문했다. 섬세하게 디자인된 공방 한쪽에는 직장인이던 시절 김 대표가 관여했던 한글2005, 리눅스 패키지 박스들이 쌓여있었다. 한글과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 영업을 하던 김 대표는 엄청난 업무량에 지쳐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강남 테헤란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할 때였죠. 그때 제가 신혼이었는데, ‘집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가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았습니다.” 10년 전부터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맥주 만드는 법도 가르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김 대표의 공방에서 경향신문 연중기획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 첫 행사인 ‘수제맥주 만들기’가 진행됐다. 1시간의 이론 강의와 1시간의 실습 및 시음으로 진행됐다.

김욱연 굿비어공방 대표(사진 오른쪽)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굿비어공방에서 진행된 ‘수제맥주 만들기’ 실습에 앞서 술의 종류와 술 만드는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욱연 굿비어공방 대표(사진 오른쪽)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굿비어공방에서 진행된 ‘수제맥주 만들기’ 실습에 앞서 술의 종류와 술 만드는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집에서 직접 술을 만드는 것을 자가양조, ‘홈브루잉(Home brewing)’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수십만명의 자가양조자가 있습니다. (집에서 술을 담그는) 할머니들도 다 자가양조자인 셈이죠. 맥주 양조는 많지 않고 3만~4만명 정도 됩니다.” 김 대표가 말했다.

술 종류는 크게 발효주와 증류주, 기타주류로 나눌 수 있다. 물과 알코올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만든 술이 증류주다. 맥주를 증류한 위스키,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 등이 있다. 맥주는 발효주다. 발효 원리는 간단하다. 당(설탕)에 효모(이스트)를 넣고 열을 가하면 된다. 요구르트와 같은 유당을 이용한 발효를 유산발효, 식초 만드는 것은 초산발효라고 한다.

맥주는 알코올 발효를 이용한 것이다. 알코올 발효를 할 때 쓰이는 당인 포도당, 과당, 설탕, 맥아당과 같은 당은 ‘발효당’이라고 한다. 설탕으로 만들어진 사탕, 50~60%의 성분이 맥아당인 물엿으로도 술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순도가 높은 설탕만 있으면 미생물인 효모가 발효되지 않기 때문에 물을 타 희석한다.

상온발효 효모로 ‘에일’ 저온발효로 ‘라거’

효모는 형태에 따라 건조효모와 액상효모, 발효 온도에 따라 상온발효 효모와 저온발효 효모로 구분된다. 상온 18~24도가 적정 발효온도인 상온발효 효모로 만든 맥주가 에일 맥주다. 저온발효 맥주인 라거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높고, 향이나 맛도 복잡하고 화려하다. 물에 희석시킨 발효당에 효모를 집어넣는 것을 영어로 ‘피칭(pitching)’이라고 한다. 이를 18~24도의 상온에서 발효시키면 술이 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집에서 와인도 만들 수 있다. 포도주스 한 병을 사서 물컵 반 잔 정도를 따라낸다. 티스푼 2분의 1 정도 효모를 넣는다. 18~24도의 상온에서 5~7일간 발효시키면 레드와인이 된다. 발효시킬 때 중요한 것은 병을 완전히 밀봉하지 않고 알루미늄 포일만 살짝 덮어두는 것이다. 밀봉을 하면 발효되면서 내부 압력이 높아져 병이 터질 수 있다. 이렇게 1차 발효된 술은 레드와인으로 그냥 마실 수 있고, 설탕을 더 넣고 뚜껑을 닫고 2차 발효를 시킨 뒤 스파클링 와인으로도 마실 수 있다. 김 대표는 “1ℓ에 13% 함량의 포도주스로 와인을 만들면 6.5도 정도의 레드와인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물 좋아야 맛도 좋아…칭다오가 대표적

이론 강의가 끝난 뒤 참가자들과 직접 만들어본 맥주는 스타우트 흑맥주와 브라운 에일 두 종류. 두 개의 큰 플라스틱 양조통 중 스타우트를 만들 통에는 말린 엿기름(드라이몰트)과 생수를 넣었다. 브라운 에일을 만들 통에는 원액캔과 백설탕을 넣은 뒤 생수를 섞었다. 수돗물을 넣어도 되지만 물은 시중에서 파는 생수를 넣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양조장이 있는 곳은 대부분 물이 좋은 곳이다.

김 대표는 “화산 지형에서 나는 물이 좋다고 하는데, 중국 내에서 물이 좋은 곳인 중국 청도에 칭다오 맥주가 있다”고 말했다. 물의 맛이 맥주 맛을 결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어 세차게 저은 뒤 효모를 넣는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뚜껑을 덮는다. 벌레나 기타 이물질이 맥주에 들어가지 않도록 ‘에어록’을 끼웠다.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 맥주는 공방 내 발효실에서 상온 18~24도로 5~7일간 발효된다. 맥주의 알코올 도수를 더 높이려면 발효당을 더 넣으면 된다. 김 대표는 “기본 원리만 알고 있으면 어떤 술이든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레시피



1. 김욱연 대표가 깨끗이 세척·소독된 양조통에 브라운 에일용 맥주 원액캔을 붓고 있다.



2. 참가자들이 맥주 원료가 들어간 양조통에 생수를 붓고 있다.



3. 참가자들이 맥주 원료와 생수가 들어간 양조통을 휘젓고 있다. 이후 효모를 넣은 뒤 밀봉하고 5~7일간 발효시킨다.



4. 김욱연 대표와 참가자들이 미리 준비된 맥주를 시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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