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잼잼] (3) 만화그리기 - 그림과 글이 만난 ‘새로운 언어’로 이제 소통해볼까요?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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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한 번쯤 그려본 분들 계세요?” 경향신문 만평 ‘장도리’를 연재하는 박순찬 화백의 질문에 손을 드는 수강생이 없었다.

이번엔 이렇게 물었다. “혹시 최근 세 달 안에 만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도 계신가요?” ‘설마’ 싶었는데 1명이 손을 들었다.

“그럼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되셨어요?” 박 화백의 질문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수강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게 재밌을 것 같아서요.”

“맞습니다.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게 그겁니다.” 박 화백이 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만화는 하나의 언어이고,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경향신문 연중기획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 세 번째 시간에는 박 화백과 함께 ‘만화 그리기’를 진행했다.

지난 2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간단한 강의를 듣고 즉석에서 만화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지난 2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 행사에서 ‘장도리’ 박순찬 화백과 참가자들이 만화 그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지난 2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 행사에서 ‘장도리’ 박순찬 화백과 참가자들이 만화 그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카톡 ‘이모티콘’도 만화

취미로 악기를 배운다고 말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만화를 그리는 일은 왠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만화는 가끔 보면 되지 그릴 필요까지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인식이 나아졌지만 과거에는 만화 그리는 것 자체를 굉장히 불량하게 여기기도 했다. ‘만화’라는 게 뭘까? 보통 ‘그림과 글로 이뤄진 것이 만화다’라고들 한다. 그러나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한국의 전통 문인화를 만화라고 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오래전 화제가 됐던 만화 <곤>은 글이 전혀 없다. 동물이 주인공인데 행동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전문가들은 19세기 프랑스 풍자만화가 오노레 도미에의 그림을 ‘만화의 시조’라고 본다. 왜 그의 그림을 ‘만화’라고 보는가. 그냥 벽에 걸어놓고 본 그림이 아니라 인쇄돼 사람들에게 뿌려졌기 때문이다. 만화라는 것은 종이 인쇄든 디지털이든 전달도구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경향신문 ’장도리’ 박순찬 화백과 만화 그리기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스케치북에 만화를 그려보고 있다.  김정근 기자

경향신문 ’장도리’ 박순찬 화백과 만화 그리기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스케치북에 만화를 그려보고 있다. 김정근 기자


만화는 단순히 글과 그림의 결합이 아닌 ‘하나의 고유 언어’이다. 언어와 비슷하다. 왜 만화는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질까? 그것은 사람들이 의사소통 방식을 ‘말’이나 ‘글’ 위주로 배웠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글도 아주 일부 사람들만 배웠지만 이젠 필수이다.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도 대중화될 것이다. 실제로 점점 만화와 비슷한 방식으로 의사소통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을 쓰는 것도 그림이나 만화로 의사소통하고 싶은 욕구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아이콘도 마찬가지이다. 그려서 전달하고 싶은데 못 그리니까 남이 그려놓은 걸 쓰는 것이다. 직접 그려서 전달하는 날도 곧 올 것이다. ‘톡톡스케치’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직접 이모티콘을 그려서 지인들에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박순찬 화백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직접 그린 이모티콘들.

박순찬 화백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직접 그린 이모티콘들.


■ 그림과 글이 만나 새로운 ‘언어’로

이날 참가자들은 박 화백과 함께 ‘어머니 혹은 아내에게 강아지를 기르자고 설득하는 만화’를 그렸다. 텍스트로 표현하면 이런 내용이다. “우연한 기회로 유기견 보호소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곳엔 수많은 강아지들이 슬픈 눈으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할 운명이라니 마음이 아픕니다. 불쌍한 강아지를 새 식구로 맞이하고 싶어요.”

박 화백은 “만화는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기준이 없다”며 “나름대로의 표현 방식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사람을 잘 그리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면 그림에 화살표를 긋고 ‘사람’이라고 쓰면 된다. 참가자들은 10여분간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

박 화백은 미리 그림을 그려와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박 화백은 ‘그림1’을 보여주며 “잘 그린 그림이 아니어도 사람인지 건물인지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예는 보여준 글에 그림만 붙인 것이다. 그림은 보조적인 입장으로 글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이 없다고 해도 텍스트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만화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다른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박 화백은 두 번째 예(그림2)를 보여줬다. 만화의 장점은 극(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연출이 가능하다. 대사와 액션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표현할 수 있다. 첫 번째 컷에서 그림이나 글 중 하나가 없다면 ‘잼잼이’가 강아지인지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림과 글은 상호보완적이다. 둘 다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하나의 ‘고유한 만화언어’로 권장되는 방식이다. 컷이 연결되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컷은 연속해서 보기 때문에 검은 부분을 강아지의 눈 속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만화를 그리는 모든 사람이 만화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화의 소통 방식을 익히면 여러 면에서 유익하다. 박 화백은 “만화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의사소통 방식”이라며 “이미지를 동원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만화적 구성이 되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찬 화백이 수강생들과 똑같은 주제로 예시 만화를 그려봤다. 왼쪽(그림1)은 단순한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 권하지 않는 표현법이다. 오른쪽(그림2)은 만화의 특성을 살려서 스토리를 가미했다.

박순찬 화백이 수강생들과 똑같은 주제로 예시 만화를 그려봤다. 왼쪽(그림1)은 단순한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 권하지 않는 표현법이다. 오른쪽(그림2)은 만화의 특성을 살려서 스토리를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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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시작해 보자!

1. 만화는 종류가 많다. 오랜 연구와 연습을 통해 그림이 뛰어난 만화도 있다. 반면 뭔지 알아볼 수 있게만 그려도 만화다. 주눅들지 말자.

2.그리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잘 관찰해 보자. 옛날 원시인들의 동굴벽화가 뛰어났던 건 늘 동물과 부대끼면서 잘 관찰했기 때문이다.

3.관찰로만 어렵다면 다른 이들이 그 대상을 어떻게 그렸는지 살펴보자. 예컨대 디즈니 만화들은 동물을 표현한 것들이 많다. 따라 그려 보자.

4.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그려보라. 한 가지를 그리면 다른 것도 전보다 잘 그리게 된다. 관찰력이 상승되기 때문이다.

5.각자 나름대로 표현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만화적’으로 발휘가 안 됐을 뿐이다. 내가 잘 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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