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잼잼] (6) 위잉 ~ 지잉, 쓱싹 ~ 슥삭 …나만의 ‘빛’을 완성했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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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원목 스탠드 만들기
ㆍ경향신문 연중기획 올해는 취미를 갖자

<b>‘목공예의 꽃’ 사포 작업…“매끄러워져라</b>”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공방에서 열린 ‘원목 조명기구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에서 참가자가 원목조각 네 개의 모서리를 맞춰 형태를 잡은 조명틀의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사포질을 하고 있다. 사포질은 흠집과 틈, 어긋난 부분을 다듬어 목공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어서 ‘목공예의 꽃’으로 불린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목공예의 꽃’ 사포 작업…“매끄러워져라”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공방에서 열린 ‘원목 조명기구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에서 참가자가 원목조각 네 개의 모서리를 맞춰 형태를 잡은 조명틀의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사포질을 하고 있다. 사포질은 흠집과 틈, 어긋난 부분을 다듬어 목공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어서 ‘목공예의 꽃’으로 불린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경향신문 2016년 연례기획, ‘취미잼잼’ 6월의 원데이 클래스는 ‘원목 조명기구 만들기’로 진행됐다. ‘목공’은 최근 직접 집을 꾸미는 ‘DIY 인테리어’ 인구가 늘어나면서 유행을 선도하는 취미가 되고 있다. 수업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서 청년 목수들이 운영하는 ‘해쉬 더 우드’ 공방에서 열렸다. 원목을 손질하고 기름을 입히는 마무리 작업까지 3시간 동안 1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집중도 높은 수업이었다.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이 원목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에서 생산된 ‘나왕’ 재질입니다. 가볍고 가공하기 쉬워서 가구 소재로 많이 사용하죠.” 수업에 들어가기 전 김현규 강사의 간단한 이론 설명이 시작됐다.

드릴로 나사를 박고…

드릴로 나사를 박고…


“원목은 습기를 비롯한 주변 환경에 따라 나이테가 있는 가로로 부풀거나 줄어듭니다. 하지만 세로는 거의 길이 변화가 없죠. 가구를 만들 때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하는 점입니다. 가로 결로 재단했다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구 형태가 점차 뒤틀어질 수도 있거든요. 원목으로 공예를 할 때의 대원칙입니다.” 나무를 세로로 자르는 것은 ‘켠다’고 하고, 가로로 하는 것은 ‘자른다’고 말한다.

인두로 내 이름 새겨 마무리

인두로 내 이름 새겨 마무리


이제 원목판을 미리 준비된 도면에 맞게 폭 10㎝로 자를 차례다. 슬라이딩 테이블톱은 톱날이 고정돼 있고 목재의 폭과 각도를 조정해서 절단할 수 있는 기계이다. “양손으로 고르게 힘을 주면서 원목을 ‘드르륵’ 소리가 날 때까지 끝까지 밀어넣도록 하세요.” 지잉지잉 빠르게 회전하는 톱날 소리에 약간 긴장이 됐다. 손을 다칠 수도 있어서 플라스틱 밀대를 이용해 회전하는 톱날로 원목을 잘랐다. 절단면이 매끈했다. 원목 하나를 절반으로 자른다고 바로 같은 폭이 되진 않는다. “톱날의 두께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 기계의 경우에는 3㎜니까 나머지 원목 조각도 다시 톱날에 밀어서 손질해야 합니다.” 지잉지잉 톱날이 바쁘게 돌아갔다.

원목 조각들이 준비됐으니 이제는 형태를 갖출 차례다. 친환경 목공용 본드로 미리 각을 잡고 전동드릴로 구멍을 낼 자리에 자와 연필을 이용해 표시를 해둔다. 처음부터 땅땅 못을 박지는 않는다. “전동드릴을 이용해서 나사못이 들어갈 길을 미리 내주도록 합니다. 그럼 나사못이 들어갈 때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아요.” 세상 이치는 다 비슷한 것일까. 먼저 앞장서 길을 가는 사람이 어떤 행로를 택하느냐에 따라 뒤이어 가는 사람의 길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니 말이다.


구경꾼은 이런 사색에 잠기고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날카로운 전동공구를 손에 쥐고 씨름하느라 잡념 따위에 한눈을 팔지 않았다. 전동드릴은 보기보다 쉽지 않았다. 쥐고 있는 손이 균형을 잃으면 못길도 휘청거렸다. 드릴의 진동과 소리에 소심해지면 작업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목공은 구도(求道)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그래서 예수의 직업이 목수였던가.


8개의 못을 박자 직사각형 조명틀이 형태를 갖췄다. 틈으로 새어나온 목공용 본드는 물티슈로 잘 닦아냈다. 표면에 남아있으면 마무리 오일코팅을 할 때 흡수가 되지 않아 얼룩덜룩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젠 전구 소켓과 전선을 이을 차례다. 클램프로 나무 밑에 다른 원목 조각을 대고 드릴로 뚫는다.

“다른 나무를 대는 이유는 충격을 흡수해서 나무가 터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헌신으로 한 사회가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과 어찌 이리도 닮았단 말인가.

마무리 작업은 사포질이다. 나무의 결을 따라 중간 거칠기 정도의 사포로 쓱쓱 밀어준다. 튀어나온 부분도, 모난 부분도, 서로 미묘하게 잘 맞지 않는 부분과 작은 흠결도 10분이 넘는 사포질 속에 점차 둥글둥글해졌다. 사포질은 곧 ‘노력하는 시간’이며 ‘세월’과도 닮았다. 모났던 성격도, 불같은 성질도, 시간이 가면서 점차 둥글둥글해지는 것과 비슷했다. 결대로, 순리대로가 아닌 반대 방향으로 사포를 밀면 다시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 뒤에야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잘못된 결정과 행동의 대가는 자신의 인생으로 치러야 하는 것과도 같았다. 김현규 강사는 “사포질은 목공예의 꽃”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마감 수준은 사포질을 통해 높아질 수 있다.

다음은 소켓과 전선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소켓은 도자기 재질이기 때문에 못을 지나치게 힘을 줘 욱여넣으면 쨍그랑 하고 소리를 내며 깨진다. 절연 테이프를 전선에 지나치게 두껍게 감으면 연결구 안에 밀어넣다가 합선될 수 있다고 했다. 뭐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한 것이다.

마지막 마무리로 오일스테인으로 나무를 코팅했다. 스펀지에 기름을 찍어서 나무 표면에 고르게 입히는 작업이다. 투명한 색부터 진한 색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가구에 가장 좋지 않은 건 습기예요. 기름을 입혀서 습기 먹는 걸 방지하는 거죠. 이 스탠드처럼 물에 닿을 일 없는 원목 가구의 경우에는 한 번 칠해도 되지만, 주방용 테이블 같은 경우는 8번까지 기름 먹이는 작업을 해줘야 합니다.” 기름을 먹여 속까지 다 마르려면 하루가 걸린다. 다시 부드러운 사포로 밀어서 마무리한다.

‘해쉬 더 우드’ 공방은 원목 조명기구 외에도 원목 스툴, 도마, 소형 테이블, 스마트폰용 스피커 등 다양한 단기 수강코스를 마련하고 있다. 초급 목수들을 위한 과정도 있다. 직접 만든 소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한 참가자는 “나무를 손으로 만져서 만든 제품을 사면서 ‘깎아달라고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도를 닦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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