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잼잼] (8) 한 땀 한 땀, 꿰매다보니 땀이 ‘송골’…“어, 내 발에도 딱이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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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가죽 모카신 만들기

지난 17일 서울 정동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열린 ‘취미잼잼’ 8월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바늘과 실로 가죽을 꿰어 ‘모카신’을 만들고 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러운 바느질이 이어지자 납작했던 가죽이 점점 신발의 모양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지난 17일 서울 정동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열린 ‘취미잼잼’ 8월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바늘과 실로 가죽을 꿰어 ‘모카신’을 만들고 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러운 바느질이 이어지자 납작했던 가죽이 점점 신발의 모양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경향신문 연례기획 ‘올해는 취미를 갖자- 취미잼잼’ 8월의 원데이클래스에서는 독자들과 함께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만든 신발은 ‘모카신’이다. 타인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처럼 타인의 발을 감싸는 신발을 만드는 작업 역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재료 준비 및 강의는 수제화업체 제임스빌리(jamesbilly.com)의 김봉준, 김용환씨가 맡았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진행됐다.


모카신은 북미 원주민들이 사슴 가죽으로 만들어 신던 신발에서 유래했다. 신발 전체를 하나의 가죽을 꿰매서 만드는 디자인으로 처음 시작됐다. 부드러운 대지에서 살아가던 이들은 창이 없는 신발로 땅 위를 걸으면서 대지와 하나됨을 경험했다. 돌과 바위가 많은 지역의 원주민들은 바닥에 두꺼운 가죽을 덧대 발을 보호했다고 한다. 발등 위에 아름다운 자수를 놓던 신발은 이후 윗부분에 ‘U’자 모양의 가죽을 별도로 덧대는 디자인 등으로 다양해졌다.


‘모카신’은 하나의 단어다. 지금은 사어가 된, 북미 알곤퀸 지역 원주민들이 ‘신발’을 가리킬 때 쓴 ‘마카신(makasin)’이란 단어에서 유래했다. (1360년대 고려 문인인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맛보고 얼마나 맛이 좋았는지 국내 밀반입을 결심한 모카 커피 재료인 ‘모카’ 씨앗과 이 신이 무슨 관계인지 묻는 우스갯소리가 한때 유행했다.) 원주민들의 이 신발은 가볍고 편했다. 원래의 모양이 없기에 누구의 발도 편안하게 신과 맞을 수 있었다. 그래서 북미로 이주한 유럽인들도 이 신발을 신기 시작했고, 현대에는 야외활동 및 운전 등 다양한 상황에서 애용된다.


이날 수업은 미리 주문한 색깔과 사이즈의 가죽 재료가 담긴 주머니를 받아들면서 시작됐다. 바늘로 꿸 부분에 미리 구멍을 뽕뽕 뚫어서 길을 내놓은 소가죽은 꽤 부들부들했다.

실타래에 꽂혀 있는 바늘은 2개였다. 하나가 부러지면 쓸 여유분인 줄 알았는데 강사는 바늘 두 개에 실을 다 꿰라고 했다. 마치 쌍절곤 같았다. 약간 납작한 실 끝을 잡고 바늘을 두 번 찔러 아래로 다스리면 매끈하고도 단단하게 결합한다. 보통 바느질할 때처럼 매듭을 묶지 않는 게 특이했다. 참가자 중 한 분이 “규방 공예에서 하는 방법이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는 실은 실 두 가닥을 꼬아서 만든 ‘2합’이지만, 신발을 만들 때 쓰는 실은 6합 이상의 튼튼한 특수사를 사용한다. 하루 종일 땅 위를 걷고 뛰고 하는 발은 우리 신체 중에서 가장 많이 외부자극을 받는 곳일 터이다. 실에는 초를 입혀서 상하거나 물을 먹는 것을 방지한다.

가장 먼저 뒤축 부분을 꿰매기 시작했다. 꿰맬 부분보다 5~6배 길이의 실을 바늘과 함께 준비한다. 이날 쓴 바느질 기법은 ‘새들 스티치’다. 마구처럼 튼튼한 가죽제품을 만들 때 유럽에서 쓰던 전통 방식이다. 미싱의 경우 위와 밑의 실이 바느질 구멍에서 한 번 꼬여 만나고 그 실의 힘으로 유지되지만, 새들 스티치는 구멍 한 부분의 올이 끊어져도 버텨낼 수 있다. “자, 이렇게 실을 하나의 구멍에 관통해서 걸어 양쪽의 길이를 동일하게 조절해주세요.” 강사가 오른손과 왼손으로 바늘을 동시에 잡고 능숙하게 시범을 보였다. 마치 무림고수가 쌍절곤을 오른손으로 돌리다가 왼손으로 돌려도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죽공예가 처음인 데다 오른손잡이인 초보에게 새들 스티치가 처음부터 쉬울 리 없었고 점점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풀었던 머리를 질끈 묶었다.

뒤축을 꿰맨 다음 그 위에 가죽을 덧대는 부분을 다시 꿰매기 시작했다. 3시간 수업 중 1시간40분이 이미 훌쩍 지나 있었다. 그래도 한 짝은 만들 수 있겠지라며 조급해진 마음을 스스로 달랬다. 다음은 발 뒤쪽과 가죽이 만나는 지점이다. V자로 살짝 곡선으로 재단된 가죽을 신 뒤쪽에 대고 한 땀씩 다시 이어갔다. “선생님, 모카신은 이렇게 다 손으로 만드나요?” 누군가가 질문했다. “기계로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보통 손으로 만들지요.” 불현듯 서울 성수동 제화 장인들이 대형 업체에 납품을 하고도 많은 돈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한 르포 기사가 기억났다. 많은 노동력이 들어간 제품을 무조건 저렴하게 후려치기하는 나쁜 관행은 과연 얼마나 개선됐을까.

마지막으로 U자 모양의 발등 부분 가죽을 신발에 덧댈 차례다. 곡선으로 휘는 부분은 손톱과 바늘로 눌러주면서 물결무늬를 만들어 나간다. 평평했던 가죽이 점점 신발의 모양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손이 빠른 참가자는 이미 신 한 짝을 완성해 안창을 넣고 신어보고 있었다. “정말 편하네요. 바닥이 푹신푹신해요.” 마지막 스무 땀 정도 남았으니 나도 곧 완성작을 볼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꿰매셨어요.” 강사가 말했다. 네? 어디가요? “처음에 시작할 때 구멍 하나를 놓치고 시작하셨어요. 보세요. 신발 윗부분이 바깥쪽으로 뒤틀렸잖아요.”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강사님, 그냥 적당히 꿰매면 안될까요. “아뇨. 그건 옳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신발 윗부분 꿰맨 걸 다시 풀어야 할 것 같아요.” 3시간 동안 어렵사리 했던 바느질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실밥과 보푸라기, 그리고 가죽 재료로 돌아간 신발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처음, 출발이 중요하다. 이후 그 무엇을 하든, 얼마나 노력했든 말이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적절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할 재료가 있고, 바느질 방법을 배웠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말에 다시 신발 만들기에 도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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