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잼잼] (12) 네가 있기에…올 크리스마스는 외롭지 않아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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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퀼트 트리


연말은 연말이다. 코끝을 스치는 공기가 제법 차가워지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두꺼워졌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희망을 말하기 좋은 때인 듯하다.

경향신문 연례기획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 12월 원데이클래스는 손바느질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조각조각의 천을 이어 붙여 솜을 넣고 누비는 ‘퀼트’ 기법으로 나무 하나를 ‘심었다’. 색색의 다른 천들이 서로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담하게 조화를 이뤘다. 강의는 ‘앨리스룸’을 운영하는 한귀진 강사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카페 ‘해빛’에서 진행했다.

수업에 참가한 독자 중에는 앳된 얼굴이 많이 보였다. ‘나만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싶어 부모와 함께 수업을 들으러 온 참석자들이었다. 중학생 김유라양과 두 살 터울의 초등학생 미래양은 아빠와 함께, 대학 졸업을 앞둔 김다원씨와 장이유선양은 엄마와 사이좋게 퀼트를 배우러 왔다.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바느질을 하다보니 어느새 포근하고 앙증맞은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다.

천과 천을 연결하는 것을 ‘패치워크’, 패치워크 안에 솜을 집어넣고 누비는 것을 ‘퀼팅’이라고 한다. 퀼트는 둘을 합한 개념인데, 이어 붙인 천조각 사이에 올록볼록 솜이 들어간 이불, 매트 등을 떠올리면 쉽다.

“퀼트로 일상에 쓰이는 모든 걸 만들 수 있어요. 벽걸이 장식품부터 가방, 지갑, 파우치…. 옷도 만들 수 있어요. 천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모두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귀진 강사가 말했다. 퀼트만이 주는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매력은 겨울에 안성맞춤이다.

천과 천을 이어 솜을 채운 나무 한 그루를 한 땀씩 손바느질로 만드는 퀼트 트리를 지난 7일 경향신문 취미잼잼 원데이클래스 참가자들이 만들고 있다. 시들지 않는 나무 한 그루를 세상에 심었다.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천과 천을 이어 솜을 채운 나무 한 그루를 한 땀씩 손바느질로 만드는 퀼트 트리를 지난 7일 경향신문 취미잼잼 원데이클래스 참가자들이 만들고 있다. 시들지 않는 나무 한 그루를 세상에 심었다.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참가자들 앞에 트리 모양으로 자른 하얀색 천, 초록색 천, 빨간색 천 6조각이 놓였다. 이어 실과 바늘을 나눠줬다. 그런데 작은 바늘과 얇은 실을 보는 순간 놀랐다. 이렇게 작은 바늘로 퀼트를 한다고? 이어지는 강사의 설명이 더 놀랍다. “실은 바늘에 한 겹으로 꿰어주고, 바느질은 홈질로 해주세요.” 기자의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모름지기 바느질은 굵은 실로 박음질을 해줘야 튼튼한 것이 아니던가. 천 조각을 이어 붙이는 데다 솜까지 채워넣어야 되는데, 얇은 실 한 겹으로 홈질만 해도 충분하단 말인가.

“천과 실이 합쳐지고 조각조각 이어지면서 강도가 세집니다. 천이 헤지는 일은 있어도 퀼트 제품이 뜯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요. 얼마 전 여행 가는 어머니한테 가방을 만들어 드렸는데, 손바느질인데 튼튼하냐고 걱정하셨지만 잘 다녀오셨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가 이어짐으로써 더욱 튼튼해진다는 것, 억지로 세게 이으려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게 연결된다는 것이 우리 삶과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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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바느질 시간이다. 하얀색은 하얀색 천끼리, 초록색 천과 빨간색 천은 취향에 따라 같은 색끼리, 혹은 다른 천끼리 짝을 이뤄준다. 같은 색상의 천의 조합은 통일감이, 다른 색깔 천의 조합은 대비가 주는 멋이 있다. 천의 겉감을 마주보게 하고 트리 밑 부분에 솜을 집어넣을 공간을 남겨두고 홈질로 꿰매준다. 모서리 부분과 시작과 끝은 튼튼히 하기 위해 한두 번 더 바느질해준다. 작은 바늘에 실 꿰기가 어려울 것 같았는데, 한 번 코팅 처리된 매끄러운 실이라 쉽게 꿰어졌다. 코팅된 실이라 얇아도 톡톡하고 탄탄하다고 한다. ‘홈질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라고 호기롭게 생각했지만, 트리 모양대로 자른 천이라 모서리가 많아 바느질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린 도전자들의 탄식이 새어나왔다. 특히 미래양은 퀼트 수업을 신청한 직후 넘어져 팔을 다쳤다. 힘들어 보였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괜찮아요”라며 자신만의 속도로 바느질을 이어갔다.

바느질 끝에 6개의 천조각이 3개의 천조각이 됐다. 이번에는 뒤집어줄 차례다. 뒤집기 전에 각 모서리의 솔기의 남은 천을 2~3㎜만 남기고 짧게 자르고, 홈을 내준다. 뒤집었을 때 모양이 매끄럽고 각을 살리기 위해서다. 세심함이 필요한 과정 같았지만, 주문은 의외였다. “과감하게 뒤집어주세요.” 구멍으로 손을 집어넣어 천을 휙 꺼냈는데, 트리의 나뭇가지 하나가 어그러졌다. 바느질이 잘못됐나 당황했는데, 한 강사는 “솔기를 짧게 자르지 않아서 그렇다”고 답했다. 너무 바짝 자를까봐 소심해져 솔기를 넉넉하게 남겨놨더니 천이 잘 뒤집어지지 않은 것이다.

뒤집어준 세 조각의 천의 한가운데, 그러니까 트리의 기둥 부분을 한 줄로 이어준다. 역시 홈질이면 충분하다. 6겹의 천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이라 홈질하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섯 조각으로 시작했던 천이 드디어 하나로 이어졌다.

이제는 밑에 남겨놓은 구멍으로 솜을 빵빵하게 채워줄 차례다. 강사가 솜봉지를 나눠줬다. 봉지를 뜯자 몽글몽글 순두부 같은 뽀얀 솜이 나왔다. 솜을 트리의 꼭대기까지 빵빵하게 채워넣기 위해 핀셋을 이용한다. 먼저 소량의 솜을 핀셋으로 잡고 트리의 끝까지 밀어넣어야 한다. 나머지 모서리에도 핀셋을 이용해 솜을 채워준다. 풍선에 바람이 들어가듯이 여섯 개의 트리 조각 하나하나가 부풀어 올랐다. 트리 조각 하나하나가 부풀어 오를 때마다 참석자들의 눈도 반짝반짝 빛났다.

마침내 트리가 모두 빵빵히 부풀어오르면 이제 솜을 집어넣기 위해 비워놓은 부분을 꿰매줄 차례다. 완성도를 높여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바느질이 안으로 숨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그르기로, 바느질에 지쳤다면 좀 더 손쉬운 휘갑치기로 아래를 꿰매준다. 리본과 구슬로 트리의 꼭대기와 모서리를 장식해주면 된다. 실로 직접 꿰매도 되지만, 역시 바느질에 지쳤다면 손쉽게 글루건으로 붙이는 것도 방법이다.

시간이 한정돼 있다보니 바느질에 익숙지 않은 어린 참가자들은 미처 트리를 완성하지 못했다. 팔을 다친 미래양은 가족 대표로 언니가 트리를 마무리하고, 유선양도 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아쉽게도 마무리하지 못한 장식은 집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완성하기로 했다. 세 가족의 집에 자매와 모녀가 함께 완성한 포근한 크리스마스트리 두 쌍씩 함께 놓일 것을 생각하니, 추운 날씨에 마음이 절로 포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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