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잼잼] (15) 단호하고 침착하게 “오지마!”…내 몸은 내가 지킨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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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셀프디펜스

주먹보다 강한 것은 손바닥 안쪽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스쿨오브무브먼트’에서 지난달 18일 열린 경향신문 ‘취미잼잼’ 3월 원데이클래스 ‘여성을 위한 셀프디펜스’에서 한 참가자가 특수복을 입은 남성 강사를 상대로 손바닥을 사용해 자기방어를 연습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주먹보다 강한 것은 손바닥 안쪽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스쿨오브무브먼트’에서 지난달 18일 열린 경향신문 ‘취미잼잼’ 3월 원데이클래스 ‘여성을 위한 셀프디펜스’에서 한 참가자가 특수복을 입은 남성 강사를 상대로 손바닥을 사용해 자기방어를 연습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은 불안사회에서 일상 속 막연한 두려움과 위축감을 넘어서기 위한 첫 단계이다. 위험상황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여성은 더 많은 활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경향신문 취미잼잼 3월 원데이클래스는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인 최하란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에게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셀프디펜스’를 배우는 시간을 가져봤다. ‘호신술’과 달리 말과 행동, 심지어 잘 도망가는 방법까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위기관리의 모든 요령을 다뤘다. 수업 시작 때는 모기 소리만 하던 수강생들의 기합이 3시간 수업이 끝날 무렵엔 암호랑이처럼 우렁차게 커졌다.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스쿨오브무브먼트’에서 배운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 나를 지키기 위한 ‘360도’ 경계 설정

팔을 뻗어 360도를 그린다. 이 경계는 내가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외부 세계와의 사이에 필요하다. 셀프디펜스의 시작은 공격이 아니라 상황을 침착하고 올바르게 판단하는 데서 시작한다. 두 발을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손을 내린 채 앞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먼저 배우는 자세인 것도 그 이유다. 최하란 대표는 “방어는 공격을 받아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최후의 수단이다. 느낌이 뭔가 좋지 않다 싶으면 본인의 직관을 믿고 미리미리 피하라”고 조언한다.

두 손을 들어 얼굴 앞에 방어선을 만들고, 한쪽 발을 뒤로 두어 언제든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자세. 상대방의 물리적 공격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한다.

두 손을 들어 얼굴 앞에 방어선을 만들고, 한쪽 발을 뒤로 두어 언제든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자세. 상대방의 물리적 공격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한다.


상대방이 다가오려 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보일 때에는 ‘나만의 폴리스라인’를 설정한다. 팔을 들어 손을 바닥이 바깥으로 향하게 눈높이로 두면서 만일의 사태에 얼굴을 보호하고, 허리를 약간 수그리고, 한쪽 발을 뒤로 빼서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준비를 한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경고한다. “저리 가세요!” “가까이 오지 마세요!”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큰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심리적 위축감을 줄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상대방의 흥분상태를 가라앉혀야 할 수도 있다. “진정하세요!” 손과 목소리, 언어와 표정의 다양한 조합으로 위기를 넘기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침착성’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의 편도체가 ‘비상상태’로 활성화되면서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자리에 얼어붙기도 한다. 최 대표는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비명을 지르며 도망갈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상대방이 맨손이나 흉기로 공격을 시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때는 손목부터 팔꿈치 사이인 전완부를 뻗어 공격을 막는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공격하는 ‘손’이 아니라 공격자의 ‘목 아래쪽’에 시선을 두는 것이다. 그래야 양손 모두 시야에 두면서 공격을 감지할 수 있다. 시선이 공격자의 한 손을 따라가게 되면 다른 손을 볼 수가 없어서 공격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경향신문 ‘취미잼잼’ 3월 수업에 참가한 여성들이 셀프디펜스를 위한 기본 팔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경향신문 ‘취미잼잼’ 3월 수업에 참가한 여성들이 셀프디펜스를 위한 기본 팔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자기방어를 위해 상대방을 가격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이때는 손바닥 아래쪽의 단단한 부분을 사용한다. 영화에서는 꼭 쥔 주먹을 날리는 장면들이 흔히 나오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주먹은 손가락 뼈가 쉽게 부러질 수 있어서 권장하지 않는다. 손목뼈와 맞닿은 손바닥 부분이 더 강하다. 수강생들은 특수 방어복을 입은 남성 강사를 상대로 자신을 방어하는 연습을 거듭했다. “가!” “얍!” 기합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 시나리오 1: 뒤에서 덮치는 공격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뒤쪽에서 공격자가 끌어안는 상황은 자칫 차량을 동원한 납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 경우에는 일단 재빠르게 다리를 쭉 뻗은 채로 몸을 앞으로 90도 숙인다. 무게중심이 낮아지면서 몸을 들어올리기 어려워진다. 수강생들끼리 짝을 이뤄서 실험해봤다. 서 있을 때는 땅 위로 번쩍 들어올리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허리를 숙이니 신기하게도 요지부동이었다.

이렇게 상체를 숙인 상태에서 몸을 비틀어 팔꿈치로 공격자의 머리를 가격한다. 고개를 뒤로 돌려보면서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친다. 머리가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타격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팔꿈치 뼈는 매우 단단하기 때문에 여기에 머리나 턱이 맞으면 공격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입힐 수 있다. 팔이 풀리면 뒤를 확인하지 말고 달아난다.

■ 시나리오 2: 바닥에서 공격당할 때

바닥에서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견갑골, 쉽게 설명해 브래지어선 위쪽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자세를 유지한다. 복근운동 중 하나인 ‘크런치’ 자세와 유사하다. 이날 수업에서는 쓰러진 상태에서 공격자가 머리를 발로 차려고 다가오는 상황을 설정하고 60초 동안 이를 피하는 훈련을 짝을 이뤄 진행했는데, 깨달음을 얻었다. 복근은 단순히 ‘날씬한 배’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근육이라는 사실. 40초쯤 지나자 움직임이 굼떠지기 시작했고, 50초쯤 지나자 눈앞이 아득해졌는데 최 대표는 격려의 말을 계속 외쳤다. “포기하지 말아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세요! 내 생명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

바닥에 앉은 상태에서 공격자가 갑자기 위로 덮치는 상황도 가정했다. 이때는 양팔과 한쪽 무릎을 세워 공격자의 몸통과 나 사이에 공간을 확보한다. 몸에서 가장 큰 근육들의 힘을 사용해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다리로 힘껏 공격자를 타격한다. 이때 발과 다리는 되도록 상대방의 다리와 직각이 될 정도로 각을 눕힌다. 요가의 나비자세를 생각하면 된다. 타격 확률이 높아진다.

■달아날 때: 뒤를 보지 말고, 주위를 보라

혼잡한 곳에서 안전하게 달리려면 몸통을 비스듬히 하고 팔을 세워 몸 앞에 두어 방어선을 만드는 것이 좋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혼잡한 곳에서 안전하게 달리려면 몸통을 비스듬히 하고 팔을 세워 몸 앞에 두어 방어선을 만드는 것이 좋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시야가 터널처럼 좁아집니다. 손바닥으로 눈 옆을 가려보세요. 딱 그런 상태가 되죠. 공격자를 피해 달아나다 위험한 물체에 걸리거나 달려오는 차량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어요.” 최 대표가 말했다.

유사시 달아날 때 공격자의 상태를 확인하러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되지만, 반드시 침착하게 전면과 좌우는 확인해야 한다. 이날 수업에서는 수강생이 도주하는 지점에 샌드백 하나를 일부러 두었는데, 연습하기 전에 눈여겨봤는데도 막상 눈을 감고 있다가 큰 호루라기 소리와 동시에 공격당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공격을 당하더라도 나의 잘못이 아니다

공격자는 최소 3초 전이라도 계획을 세우고 움직인다. 일이 닥칠 때 최선을 다해 나 자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최 대표는 말했다.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날 무렵, 특수복을 입은 남성 강사를 상대로 이날 배운 셀프디펜스 요령들을 실제로 응용해보았다. 급박한 상황이 되자 배우지 않은 기술들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내가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나도 잘 모르던 힘이 내 안에 있는 거구나. 기분이 한결 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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