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잼잼] (22) 폼 하나는 태극궁사 못지않죠?…쉿, 점수는 비밀!
임지영 기자 iimi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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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실내 양궁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실내양궁카페에서 열린 경향신문 취미잼잼 원데이클래스에 참가한 독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실내양궁카페에서 열린 경향신문 취미잼잼 원데이클래스에 참가한 독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주말은 아직 멀고 몸은 찌뿌둥한 평일 저녁. 뭔가 색다른 걸 해보고 싶은데 시간과 돈이 허락지 않을 때 제격인 운동이 있다. 바로 양궁이다. 문턱이 높은 듯해 선뜻 도전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볼링이나 당구처럼 접근하면 전혀 두려울 게 없다. 스크린 골프, 스크린 야구가 실내 운동으로 자리 잡았듯 실내 양궁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요즘 ‘핫’하다는 동네에 가면 양궁 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향신문 연중기획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 10월 원데이클래스는 도심 속에서 활시위를 당길 수 있는 실내 양궁에 도전했다. 이번 클래스는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양궁 카페 ‘애로우팩토리’에서 열렸다.

다양한 연령의 독자들이 활쏘기에 도전했다. 희끗한 머리가 멋스러운 중년 신사도, ‘까르르’ 소녀 감성의 40대 여성들도 활을 당기는 그 순간만큼은 다들 열정 충만한 양궁 선수였다.

빈 몸으로 카페를 찾으면 되지만 한 가지 원칙만큼은 지켜야 한다. ‘금주’다. 팽팽한 활과 날카로운 화살은 쥐는 사람의 손에 따라 마음을 닦는 도구도 될 수 있고 나 자신을 다치게 하는 물건도 될 수 있다.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 했던가.

시작은 복장 갖추기다. 왼팔에 암가드를, 가슴에 체스트가드를 차고 오른손 중지에는 활시위를 당길 때 손가락을 보호하는 핑거탭을 낀다. 허리에는 ‘퀴버’를 두르는데 화살통이 달린 띠라고 생각하면 된다. 몸에 ‘장착’되는 장비 가짓수가 늘어나면서 마음이 설레고 자신감이 솟았다. 모양새는 그럴싸하게 선수 같았다.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였다. 활을 세워 발등에 올린 다음 화살을 끼웠다. 처음에는 활의 위아래 구분도 헷갈렸다. 그러고는 들어서 당기기. 선수 출신답게 손 모양, 자세 하나하나가 중계 화면에서 보던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내가 해도 저렇게 멋있을까.

간단한 이론설명에 이어 바로 실습이다. 참가자들은 12개의 화살을 허리춤에 장전하고 노란 선 앞에 섰다. 과녁을 바라보고 서는 게 아니라 오른쪽으로 선 다음 허리를 돌려 과녁을 보고 조준을 해야 한다. 올림픽 양궁 과녁의 거리는 70m, 이곳 실내 양궁은 20m. 활을 들기 전에는 막연하게 ‘이쯤이야’ 싶었다. 과녁은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활을 드는 순간 ‘어이쿠’. 생각보다 너무 무거웠다. 활줄을 잡은 오른손이 턱 아래로 와서 붙어야 하는데 활의 무게와 줄의 탄성 때문에 가슴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줄을 입술에 갖다대는 건 흉내조차도 못 냈다. “이게 좀 무거운 건가요?”라고 물으니 선생님은 미소로 답했다. “초등학생도 가뿐히 드는 거예요.”

화살 꽂는 법 등 선생님의 강의를 집중해서 들었지만(위 사진) 화살은 속절없이 삐뚤빼뚤 중구난방으로 꽂혔다. 그래도 새로운 경험은 즐거운 법. 참가자들이 각자의 과녁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화살 꽂는 법 등 선생님의 강의를 집중해서 들었지만(위 사진) 화살은 속절없이 삐뚤빼뚤 중구난방으로 꽂혔다. 그래도 새로운 경험은 즐거운 법. 참가자들이 각자의 과녁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다시 심기일전해서 들고 힘껏 당기니 활과 화살, 내 가슴이 일자로 자리를 잡았다. “오른손을 펴세요, 놓으시라고요.” 그냥 펴면 되는데, 잡은 줄을 놓으면 되는데,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턱 아래에서 화살이 나간다는 게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눈이 질끈 감기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화살이 내 손을 떠났다. 쏜 화살은 있는데 맞은 과녁이 없었다. 과녁과 과녁 사이에도 구멍이 많더라니. 다 이렇게 만들어진 흔적이었구나. 옆자리에서 쏜 화살은 “핑” 소리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졌다. 과녁과 과녁 사이도 아닌 천장 아래 철제 벽에 생뚱맞게 꽂힌 채 발견됐다. “하하하.” 빗나간 화살에 웃음이 터졌다.

참가자들 모두가 서툰 건 아니었다. 중년의 신사 두 분은 처음부터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소싯적 총 좀 쏴봤다”는 이들의 화살은 가지런히 옹기종기 각자의 과녁에 자리를 잡았다. 총과 활은 통하는 데가 있나보다.

활의 무게가 제법 있기 때문에 조준 시간이 길어지면 팔 근육이 떨린다. 오른쪽 눈으로 초점을 맞추고, 활 조준대에 있는 빨간 점이 과녁의 중앙인 노란색 위에 겹쳐지는 순간 주저 없이 쏴야 한다. 초점 맞추는 데 시간을 많이 쓰면 쏘는 순간 몸이 흔들리고, 화살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린다. “생각을 오래 하지 마시고 빨리 쏘세요!”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싶었다.

한 라인에 선 다섯 명의 화살이 다 떨어지면 함께 뽑으러 나간다. 내가 12발을 다 쐈다고 해서 먼저 뽑으러 가면 절대 안된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상의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가 활을 쏘는 모습을 보는 관찰은 곧 나에게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하다. 내 자세는 어떤지, 속도는 어떤지 등 남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달까.

가까이서 보는 과녁은 또 색달랐다. ‘플러’라는 고무로 화살 아래를 감싸서 뽑으니 쉽게 뽑혔다. 과녁의 정중앙 노란 부분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화살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은발의 신사는 자신의 10점 화살 앞에서 ‘텐 샷’을 남기기도 했다.

잠깐의 휴식 후 다시 12발의 여정이 시작됐다.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양궁 선수들이 쏘는 모습을 떠올려봤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나 할까. 활을 들기 전에, 들고 나서, 활을 당기면서, 쏘면서 그들의 동작을 흉내내보려고 했다. 물론 몸은 생각과 따로 놀았지만 이거다 싶은 느낌이 왔다. 화살이 원 왼쪽 위주로 꽂혀서 의도적으로 오른쪽으로 쐈더니 중앙에 가까워지는 게 보였다. 얼기설기 중구난방이던 12발이 횟수가 거듭될수록 과녁 중앙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세트가 거듭될수록 팔에 힘이 빠질 법도 한데 감을 잡아서인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두 시간이 길다면 긴 시간인데 그야말로 쏘아놓은 화살과 같이 흘러갔다.

마지막 12발. 이번엔 점수 계산을 하기로 했다. 경쟁이 있어야 더 기를 쓰고 하게 되는 법. 마지막이어서일까, 1등을 향한 근거 없는 욕심이 생겨서일까. 손아귀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갔다. 다시 화살이 왼쪽으로 꽂히기 시작했다. ‘어? 이게 아닌데… 아까는 텐도 몇 번 쐈는데 지금 이러면 안돼!’ 다시 마음과 호흡을 가다듬고 활을 들었다. 위로 조금 높게 든 다음 몸과 팔이 90도가 되도록 천천히 내리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활시위를 당겼다. 다시 느낌이 왔다. 화살은 정확히 노란색 위에 꽂혔다. 10점, 9점 연속 고득점. 하지만 순위권을 욕심내기엔 과녁을 벗어난 화살이 너무 많았다.

“이런 데 선뜻 오기 좀 그랬는데 해보니 너무 재밌네요.” 한 참가자가 말했다. 잘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던 이들은 두 시간의 배움 끝에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다음날 얻은 건 팔뚝과 어깨, 옆구리로 이어지는 근육통. 새로운 경험이 주는 성장통이랄까. 아픈데 이상하게 뿌듯했다. 참,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동그라미만 보면 쏘아서 맞히고 싶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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