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잼잼](24) 실내 클라이밍- 3m 암벽 마지막 홀드를 잡는 순간, 성취감은 ‘마약’과도 같았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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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손에 잡힐까, 발에 닿을까’ 걱정과 잡념도 잠시…

내쉬는 숨마다 하얗게 김이 피어오를 만큼 춥다. 두꺼운 패딩 자락에 얼굴을 묻고 종종거리며 센터에 들어섰다. 순간 색색깔의 홀드(돌 모양의 작은 손잡이)가 촘촘히 박힌 인공암벽이 위용 넘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수일간 이어진 영하의 날씨에 잔뜩 움츠렸던 몸에 슬그머니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권영세클라이밍센터에서 진행된 12월 ‘취미잼잼’ 실내암벽등반 강좌에서 취재기자가 직접 초급자용 벽을 타고 있다. 강사가 긴 지휘봉으로 다음에 잡을 ‘홀드’를 알려주지만, 책상 앞에만 앉아있어 굳어진 몸은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 14일 권영세클라이밍센터에서 진행된 12월 ‘취미잼잼’ 실내암벽등반 강좌에서 취재기자가 직접 초급자용 벽을 타고 있다. 강사가 긴 지휘봉으로 다음에 잡을 ‘홀드’를 알려주지만, 책상 앞에만 앉아있어 굳어진 몸은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경향신문 연중기획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의 12월 클래스는 지난 14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권영세클라이밍센터에서 열렸다. 별다른 장비와 도구 없이 ‘몸’만 있으면 되는 스포츠, 실내 클라이밍(암벽타기)이 이번의 주제다. 세계 랭킹 2위의 ‘암벽 여제’ 김자인 선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새 친근한 취미 스포츠로 떠오른 클라이밍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클라이밍의 가장 큰 매력은 실내·실외 모두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전신 근육을 쓰면서도 섬세한 운동신경과 유연성이 필요해, 여성 선수들도 활약하는 스포츠이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몸에 잘 맞는 편한 운동복과 양말이면 된다. 홀드 각도에 따라 상당한 유연성이 필요할 정도로 다리를 넓게 벌려야 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몸에 잘 맞는 신축성 좋은 운동용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중급자 이상은 홀드를 붙잡았을 때 땀에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손에 하얀 분필가루 같은 것을 바르기도 하는데 초급자들에게 필수는 아니다.

“클라이밍 처음이세요?” “네. 그쪽은요?” “저도 처음이에요.”

수줍은 미소를 띠고 참가자들이 통성명을 하는 사이 여기저기에서 ‘억’하는 소리가 나온다. 신발 때문이다. 클라이밍을 할 때 신는 신발은 일반적인 운동화와는 다르다. 평소에 240㎜ 정도를 신는 사람이라면 클라이밍화는 220~225㎜를 신어야 맞다. 발가락을 조그만 신발에 욱여넣고 테이프를 비끄러매다보니 코치 선생님이 웃는다.

“많이 작죠? 클라이밍화는 전족하는 것처럼 확 당겨서 작게 신어야 해요.”

선생님이 자신의 전문가용 클라이밍화를 들어 보여주었다. 조그만 신발은 아예 밑창이 갈고리 모양으로 굽었다. “홀드에 엄지발가락 끝을 걸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발끝에 힘이 가는 모양이어야 하죠.” 그대로 신고 있다가는 쥐가 날 것만 같아 슬쩍 신발을 벗어뒀다.

벽을 탈 준비가 끝난 참가자들은 초보자용 벽으로 향했다. 경사가 없는 평평한 벽이다. 여기서 난도가 높아질수록 대체로 경사도 급하게 기울어진다.

“벽을 탈 때 항상 몸은 삼각형으로 만들어야 해요. 움직일 때도 삼각형, 역삼각형…. 이렇게 삼각형들을 이어 평행사변형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머릿속에 삼각형을 그리면서 움직이세요.”

선생님은 칠판에 삼각형을 여러 개 그리며 설명했다. 삼각형의 꼭짓점에는 손과 양발이 각각 그려졌다. 이때 손과 발이 찍히는 점을 ‘삼지점’이라고 한다. 처음엔 양손으로 위쪽 홀드를 겹쳐 잡은 채로 발을 넓게 벌려 자세를 단단히 잡고, 손과 발을 번갈아 움직이며 옆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이때 되는 대로 홀드를 잡으면 금세 벽에 매달린 채 양 손발이 서로 꼬여버리고 만다. 그때마다 머릿속에 삼각형을 떠올리고 다음에 잡을 홀드의 위치를 가늠하며 움직여야 한다.



단단히 마음먹고 홀드 위에 발을 얹지만 금세 걸친 엄지발가락이 후들거리며 통증을 호소한다. 멀찍이 볼 땐 촘촘해 보였던 홀드가 정작 벽에 붙어 있을 때는 한참 멀어 보인다. 발을 디뎌야 하는 홀드는 또 왜 이리 조그마한지. “이렇게 어려운 건 줄 몰랐어요.” 가까스로 10m 정도 이동해 도착지점에 닿기 무섭게 매트로 엉덩이부터 ‘꿍’ 떨어진다. 멋쩍게 엉덩이를 털며 일어나면 모두들 박수를 치며 환호해준다. 이미 코스를 끝낸 사람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어느새 같은 과제를 수행하는 ‘동료’가 된다.

옆으로 이동하는 것이 익숙해지자, 자신감을 얻은 참가자들은 하나둘 볼더링(bouldering)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클라이밍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볼더링’은 로프 등 별도의 등반 기구 없이 맨손으로 암벽을 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운동이다. 모두들 초보자이지만 각 볼더에 색깔 스티커로 ‘길’이 표시돼 있어 차례차례 잡으며 등반을 할 수 있었다. 옆으로 이동하는 것은 몸을 바르게 세운 채로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지만, 위로 오르는 볼더링이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선생님에게 설명을 들은 대로 홀드를 양발에 걸친 채 엉덩이를 엉거주춤 밑으로 내린다. 몸의 무게중심을 아래로 내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테이프가 붙은 홀드를 향해 사선으로 ‘앉았다가 일어서듯’ 날다람쥐처럼 몸을 확 펼치며 팔을 뻗어 다음 홀드를 붙잡는다. ‘과연 저게 손에 닿을까’ 싶었던 홀드가 내 손으로 뿌듯이 잡히자 방금까지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잡념, 걱정이 깨끗이 사라진다. 발가락부터 허리, 어깨, 팔을 괴롭히던 자잘한 통증 역시 다음 홀드를 잡는 순간 사소한 것이 된다. 홀드에서 홀드로 퐁당퐁당 건너 가까스로 3m에 달하는 암벽 끄트머리에 있는 마지막 홀드를 양손으로 붙잡는 순간의 그 성취감이란, ‘마약’과도 같았다.



“거기 아녜요. 조금 더 오른쪽, 오른쪽. 그렇지!” “팔이 아파요.” “그러면 더 올라가지 말고 조심해서 내려와요. 높으니까 그냥 떨어지지 말고.”

벽에 붙으면 시야가 급격히 좁아진다. 익숙지 않은 초보자들은 팔에 힘까지 빠지기 시작하면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 위에만 집중하며 오르다 보면 자기가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조차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잠시 아래를 볼라치면 갑자기 단단히 홀드에 매달려 있던 손바닥엔 오스스 식은땀이 돋는다. 이때 잠시 등반 차례를 기다리며 아래서 쉬고 있던 참가자들이 다른 사람의 경로를 봐주며 아낌없이 ‘코칭’을 해주었다.

그 덕에 누군가는 무사히 ‘완등’에 성공했고, 누군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올라갔다가 무사히 바닥에 깔린 매트에 착지했다. 완등이든 중간에서 내려왔든 매트에 발이 닿는 순간, 모두가 진심으로 그의 수고와 도전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누구도 박수를 강요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한마음이다. ‘그곳까지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나도 너무 잘 알아요. 정말 고생했어요.’


내년부터 ‘인생수업’ 시작합니다
새해 목표, 꼭 이루고 싶다면 ‘시간의 주인’이 되어보세요


2016~2017년 경향신문 연중기획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에 보여주신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경향신문이 2018년에는 독자들과 ‘인생수업’을 시작합니다. 시간을 잘 쓰는 법, 아이와 친구가 되는 법, 현명한 상사가 되는 법과 나에게 더 잘 맞는 여행·운동·소비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인생수업’은 독자들의 일상 속 고민을 전문가들과 공유하고 조언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는 자리입니다.

1월 첫 강좌는 ‘시간의 주인이 되는 법’입니다.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웠다면 먼저 시간을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시간에 대한 오해와 강박을 이겨내는 방법, 바쁘게 하루를 보냈지만 늘 의미 없다고 여겨지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안내해 드립니다. 이날 수업은 <휴대폰 소녀 밈의 시간의 발견>을 쓴 ‘제이코칭연구소’의 조정화 라이프코치가 진행합니다.

일시: 1월16일 오후 7시~8시30분

장소: 서울 중구 정동길 카페 산다미아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0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7분)

참가비용 및 인원: 1인당 2만원, 20명 안팎

신청방법: all.khan.co.kr/apply/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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