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나에게 집중, 시간이 나에게로 흐르게 하라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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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 시간의 주인이 되는 법

동그란 원을 칸칸이 나눠 일정을 채워 넣는 시간표. 내가 그린 원이지만 빼곡한 시간들은 내 것 같지가 않다. 경향신문 연중기획 ‘인생수업’의 첫 1월 수업에선 ‘시간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웠다. 지난 16일 정동에서 만난 ‘제이코칭연구소’의 조정화 라이프코치 는 이렇게 물었다.


“타임푸어.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우선순위가 없이, 현재에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이죠. 당신은 시간의 주인인가요, 아니면 하인인가요?”

시간은 항상 없다. 24시간이 모자라 그렇게 쫓긴다. 하지만 할 일이 정해지지 않은 빈 공간이 생기게 되면? 시간이 남는 것은 불안하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쓴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에선 기원전 사람들의 바쁜 세상이 그려져 있다. 시간과의 싸움. 인간의 숙명이던가.

“자신과 오롯이 마주하게 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저런 일정을 채웁니다.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은 자기와 혼자 있는 것을 잘합니다. 그게 불안하니, 주말에도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은 느낌을 갖는 거죠.”

조 코치는 유인물을 나눠준 뒤 적어보라고 했다. 질문은 이렇다.

“어제 하루를 떠올려보세요.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기억에 남는 3가지 장면을 적어봅시다. 나에게 가장 많이 찾아왔던 감정은 무엇인지 영화의 제목처럼 한 단어로 써보세요.”

지루함. 우울. 그것도 아니다. 그냥, 어제가 생각나지 않는다. 시간은 금이라고 하지 않았나. 금처럼 귀하니, 아껴 쓰고 쪼개 쓰는 것이 시간인데 바로 어제의 시간들도 기억에 없다.

“자연의 시간은 3가지뿐이에요. 지구가 자전하는 하루,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한 달,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1년. 천체의 움직임이죠.” 시계의 분침과 시침에 맞춰진 일상. 실체도 없는 이 도량형에 따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겨내는 것. 그것이 시간의 주인이 되는 첫 단추였다.

“ ‘바빠 죽겠어’라고 괴로운 것처럼 말하지만 사람들은 바쁜 것을 좋아해요. ‘잉여’는 싫으니까요. 소셜미디어의 일상은 얼마나 바쁜지를 전시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시간의 속도는 마음이 정한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주인’이 되는 두번째 비법이었다.

“월요일, 화요일에는 금요일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죠. 연애를 하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는 어떤가요. 지루한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공포에 압도당한 때, 시간은 느리게 갑니다.” 새로운 경험은 또 다른 단초였다. 시각과 청각 등 오감을 통해 입력되는 새로운 데이터. 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는 시간을 느리게 느낀다.


“어린이들의 1년은 아주 느려요. 방학과 크리스마스가 언제 오나 기다리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어른들이 ‘1년이 벌써 지나갔다’고 말하는 건 똑같은 정보, 새롭지 않은 경험들을 반복해서 받아들인 뇌가 ‘처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저 흘러가버리는 시간은 빠르다. 점심시간은 한참을 기다려야 겨우 다가오지만, 누워서 스마트폰을 검색한 주말은 ‘순삭’(순간삭제)된다. 무의미하게, 멍하니 지낸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짧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루에 4시간, 휴대전화를 보고 메신저에 답하며 살고 있는 우리의 하루는 6분의 1이 순삭되고 있는 거예요. 어제의 기억을 잊죠. 그때 나의 감정은 그저 그랬던 것이고, 특별할 것도 없었어요. 새로운 경험도, 의미도 없었죠.” 그래서 지루한 하루는 길고, 무의미한 일주일은 짧다.

다음 질문. “2018년 12월31일 일과 학업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하는 3가지 일은 무엇일지 적어보세요. 가족,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족할 만한 3가지, 자신에 대해 더없이 감사를 느낄 만한 3가지도 써보세요.”



모두가 작심삼일을 알면서도 한 해를 꿈꾸는 1월. 영어 공부, 대출금 갚기, 운동…. 목표를 써냈다.

“시간의 주인이 되려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의미를 찾으려면 우선순위가 필요하죠. 우선순위가 시간을 창조하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만들어진다?

“뭔가 결심한 직장인들은 출근을 일찍해서, 틈나는 대로 자투리 시간에 조금씩 해보겠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어제 그 시간들을 모았나요. 야금야금 시간을 모을 수 있다는 건 환상이에요.” 하지만 급한 회의가 소집됐을 때, 집 안에 배수로가 막혀 물이 넘쳤다거나 자동차가 고장나 당장 수리를 맡겨야 할 때. 당장 처리할 것이 눈앞에 닥치면 시간은 생기게 마련이다.

“유리병에 큰 돌과 작은 돌, 모래들을 담아보세요. 순서 없이 넣으면 병이 넘쳐버릴지 몰라요.” 큰 돌을 먼저 깔고, 작은 돌을 놓은 뒤 돌들의 틈 사이로 모래를 흘려보내면 병 안의 공간은 작은 지층처럼 단단하게 채워진다. “모래알들은 카톡에 답하는 순간들이에요. 모래에 집중하면 회의, 보고서, 운동 같은 큰 돌을 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죠. 작은 돌과 모래를 담느라 꽉 차버린 병에 담지 못한 큰 돌은 마음속에 계속 남아 뭘하며 하루를 보냈는지 모를 공허함을 만들죠.”

지난 16일 서울 정동 한 카페에서 열린 ‘인생수업’ 강좌에서 조정화 제이코칭연구소 라이프코치가 강의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지난 16일 서울 정동 한 카페에서 열린 ‘인생수업’ 강좌에서 조정화 제이코칭연구소 라이프코치가 강의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다음 주문. “하루를 시작하며 스스로에게 오늘의 중요한 일을 물어보세요. 한 주가 시작될 때는 이번주에 가장 이루고 싶은 한 가지, 한 해를 시작할 때도 묻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만들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했다. ‘가까운 사람을 좀 더 자주 만나야지.’ ‘감정을 조절해서 다정하게 이야기해야겠다.’ “이렇게 자신의 멋진 모습을 뇌가 상상해서 목표를 세우는 것은 다를 거예요.”

하지만 항상 컴퓨터 모니터에는 수많은 인터넷 화면이 떠 있고 마우스를 잡은 손 옆에는 휴대전화가 놓여 있다. 언제든 알람이 울리면 받기 위해. 검색을 하다 메신저에 답을 하고 전화가 오면 받는다. 무엇을 먼저 할지 정하는 것이 가능한 걸까.

“멀티태스킹은 생산적일 것 같지만 여러 신호가 몰리기 때문에 뇌를 쉽게 지치게 합니다. ‘뭘 검색하려고 했지’ 하며 생각나지 않는 것도 앞선 작업과 다음 작업의 신호교란으로 로딩이 길어지는 것이죠.” 조 코치는 15분에서 25분, 50분까지 모든 알람도 꺼놓고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 보라고 권했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 보통 3초 정도의 시간이라고 이야기되는 ‘이 순간’. 순간에 충실할 수 있는 것 또한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이었다.

“지금 나의 감정은 어떤지 느껴보셨나요. 지루한지, 졸린지, 흥미로운지 감정을 찾아보세요. 심호흡도 3초를 느끼는 방법입니다. 호흡은 나를 가장 잘 인지할 수 있는 몸의 흐름이죠. 이 순간 절대 멈추지 않는 것. 숨을 이렇게 쉬고 있구나, 살아있구나 느낄 수 있어요.”

그래도 의지가 없으면 ‘꽝’ 아닌가.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에요. 에너지가 없어서예요. 현대인의 비극은 에너지가 바닥나도 어제 했던 일은 똑같이 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은 절대 에너지 없인 할 수가 없어요. 운동을 하고, 충분히 잔다고 에너지가 채워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몸에서 엔도르핀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한다. 퇴근할 때보다도 많이. 사람은 이렇게 단순한 동물이다.

‘인생수업’ 강좌에서 한 참가자가 자신의 하루를 돌이켜 보며 적고 있다.  김기남 기자

‘인생수업’ 강좌에서 한 참가자가 자신의 하루를 돌이켜 보며 적고 있다. 김기남 기자


“진짜 ‘맛있다’고 느끼며 먹어야 해요. ‘한 끼 때운다’ ‘있으니 먹어 치운다’고 하면 안돼요. 누구를 만나는지도 중요해요. 힘든 야근 끝에도 만나고 싶은 이가 있죠. 기운을 주는 사람. 좋은 이들 사이에 섞여 에너지를 받는 게 좋습니다. 시각적 자극, 좋은 음악과 칭찬이나 인정과 같은 자극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에너지로 충분히 채워져 있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어요. 무기력하다면 불가능하죠.”

시간의 주인이 되기 위한 에너지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표. 합계점수가 65점을 넘어야 한다. 출처 : <파이브초이스> 세종서적

시간의 주인이 되기 위한 에너지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표. 합계점수가 65점을 넘어야 한다. 출처 : <파이브초이스> 세종서적



그래서 스스로 에너지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해봤다. 최소 65점을 넘겨야 한다는 조 코치의 말에 나지막한 탄성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20명이 넘는 참가자 가운데 기준을 넘긴 점수를 받은 사람은 4명뿐이었다.

온전한 시간의 주인이 되는 마지막 비법은 내 시간을 기록해 보는 것이었다. 가계부를 쓰며 씀씀이를 반성하듯, 새고 있는 시간을 발견하고 고친다. ‘큰 돌’이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하루하루, 내가 계획한 것을 위해 투자한 시간을 적는다. 그 기록을 한 달, 1년으로 계산한다. 무엇이든 1만시간만 하면 ‘달인’이 될 수 있다는 법칙을 눈으로 보며 도전해볼 수 있는 셈이다.

시간표를 벗어나 나의 감정과 몸으로 느끼는 시간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조정화 코치는 저절로 시간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 하나 있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 열정이 샘솟는 일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저절로 시간이 만들어집니다. 그 일이 우선순위가 되니까요.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살면 시간은 만들어진다는 것을 경험하길 바랍니다.”

▶2월 수업은 부모들의 ‘화’ 다스리기

2월 수업은 ‘엄마 아빠들을 위한 화를 다스리는 법’입니다. 아이와 눈맞추며 대화하고 싶다가도 ‘욱’ 하는 일상이 괴롭다면 화가 생기는 진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화를 내고 있는 모습 뒤에 감춰진 부모로서의 자신의 속마음을 읽는 법, 아이에게 상처주지 않고 화내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네이버 맘키즈에 ‘화코칭’을 연재하고 있는 ‘지혜코칭센터’의 김지혜 코치가 참여형 실습 형태로 진행합니다.

일시: 2월20일 오전 10시30분~낮 12시
장소: 서울 중구 정동길 경향신문사 5층 여적향
참가비용 및 인원: 1인당 2만원, 30명 안팎
신청방법: all.khan.co.kr/apply/ 페이스북 인생수업 facebook.com/khanclas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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