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아이와 ‘낮버밤반’ 악순환 끊으려면 화를 찾으세요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이상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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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2) 부모 ‘화’ 다스리는 법

“나눠드린 교재 2페이지를 보시면 빈칸이 25개 있습니다. 3분 동안 떠오르는 감정을 단어로 모두 채워보세요.”

화, 슬픔, 기쁨, 부끄러움, 행복함, 뿌듯함, 사랑스러움, 자랑스러움, 허망함…. 9개를 쓰고 나니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시 머리를 굴려본다. 떨림, 두려움, 어색함. 세상의 모든 감정을 다 쓴 것 같은데 아직도 13칸이 남았다. 금세 3분이 지났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엄마·아빠를 위한 화를 다스리는 법’을 주제로 2월 ‘인생수업’이 열렸다.  참여한 부모들이 아이에게 화가 났을 때 감정을 표현할 감정카드를 고르고 있다.
카드를 찾으면서 화가 났던 감정을 알게 되면 화가 난 이유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엄마·아빠를 위한 화를 다스리는 법’을 주제로 2월 ‘인생수업’이 열렸다. 참여한 부모들이 아이에게 화가 났을 때 감정을 표현할 감정카드를 고르고 있다. 카드를 찾으면서 화가 났던 감정을 알게 되면 화가 난 이유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경향신문 연중기획 ‘인생수업’의 이달 주제는 ‘엄마, 아빠들을 위한 화를 다스리는 법’이었다. 네이버 맘키즈에 ‘화코칭’을 연재하고 있는 ‘지혜코칭센터’의 김지혜 코치는 먼저 ‘감정빙고게임’을 시켰다.

25칸을 모두 채운 사람은 참가자 중 1명뿐이었다. 단어를 20개 이상 쓴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김 코치는 “눈이 일상인 알래스카에서는 눈과 관련된 단어가 60개 이상이라고 한다”며 “평소에도 감정 표현이 많은 분이 감정 어휘도 많이 알고, 상대 감정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주변의 다른 참가자들과 게임을 시작했다. 편안함, 흡족함, 들뜸, 울적함, 속상함, 애잔함, 민망함 등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들이 계속 나왔다. 나만 빼고 모두 한 줄 이상 빙고를 완성시켰다. 김 코치는 “화가 주제인데 왜 다른 감정들을 이야기하는지 의아해할 수 있을 텐데 사실 화는 다른 감정과 다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화 이외의 감정들도 정확히 파악해야 화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빙고게임으로 몸을 푼 뒤 실제 화를 낸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김 코치는 “‘최근에 가장 심하게 화를 낸 때’를 구체적으로 적은 뒤 옆자리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했다. 머릿속으로 ‘정당하게’ 화를 냈던 상황을 떠올렸다가, ‘그냥’ 화를 낸 상황을 적기로 했다. 전날 밤 집에서 25개월짜리 아들 녀석에게 화를 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전날, 저녁 내내 잘 놀고 이 닦기까지 무사히 마친 쌍둥이 아들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둘째는 쉽게 유모차에 올라 벨트를 채웠다. 첫째가 문제였다. 신겨준 양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발이 아프다 했다. 양말을 고쳐 신겨주었다. 이번에는 팔이 아프다 했다. 아내가 아픈 팔을 만져줬다. 그다음에는 덮고 나갈 담요를 바꿔달라 했다. 역시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줬다. 요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후통첩’으로 “산책을 가지 않겠냐. 집에서 엄마와 있겠냐”고 물었다. 첫째는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유모차에 타라 했으나 타지 않았다. 다시 집에 있으라 했으나 그 역시 싫다고 했다. ‘소통 실패’. 결국 목소리가 높아졌다. 첫째는 울음을 터뜨렸고, 간신히 어르고 달래 유모차에 태우긴 했지만 산책 내내 아빠를 원망했다.

김 코치가 네이버에 연재하는 화코칭에도 비슷한 사연들이 댓글로 올라온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화를 낸 뒤 자책하고, 소통이 안되면 어찌할 줄 몰라 괴로워한다. 본인이 ‘분노조절장애’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글까지 있다. 김 코치는 “그래서 ‘낮버밤반’이란 말이 생겼다”고 말했다. ‘낮에는 버럭하고 밤에는 반성한다’는 의미란다.

아이에게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화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않고 무작정 분출하거나, 억누르면 문제가 된다. 화의 원인을 잘못 짚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김 코치는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했다.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 토요일 오전 7시에 문자를 받았습니다. 친구가 ‘아파 여행을 못 간다’는 내용이었어요. 친구 때문에 짜증나고 화가 나요. 그런데 상황을 좀 달리해 볼까요. 다음주 월요일 회사에서 발표를 해야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로 한 토요일 아침까지 발표 준비로 밤을 새웠어요. 일도 다 못 마치고 잠시 잠이 들었는데 친구가 문자를 보냅니다. 역시 아파서 여행을 못 간다는 내용이죠. 하지만 화가 나기는커녕 친구가 고마워요. 친구가 보낸 문자는 똑같은데 하나는 짜증이 나고, 다른 하나는 고마워요. 그럼 친구 때문에 화가 났다고 볼 수 있을까요. 친구 때문이라면 같은 감정을 느껴야 맞는데. 마찬가지로 우리는 보통 ‘아이 때문에, 남편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는데 정말 그게 원인일까요. 내가 화난 진짜 이유를 찾아봐야 해요.”

김지혜 코치(맨 왼쪽)가 2월 ‘인생수업’에 참여한 부모들에게 3분 동안 떠오르는 감정을 25칸 안에 단어로 채워보는 ‘감정빙고게임’을 시켜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김지혜 코치(맨 왼쪽)가 2월 ‘인생수업’에 참여한 부모들에게 3분 동안 떠오르는 감정을 25칸 안에 단어로 채워보는 ‘감정빙고게임’을 시켜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화의 진짜 이유를 찾으려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폭발하는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김 코치는 모두에게 이런 ‘감정조절능력’이 있다고 단언했다. “아이에게 화를 내다가도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가 오면 ‘네~ 선생님~’ 하면서 친절하게 받잖아요. 다들 할 수 있어요.” 참가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김 코치는 “화를 내기 전에 지금 이 감정이 뭔지 인식하고, 그다음에 표현해야 한다”며 “어느 지점에서 화가 났는지 알면 화를 내야 할 적절한 상대와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는 한번에 오지 않는다”며 “화의 전단계인 거슬림, 짜증이 있을 때부터 이를 무시하지 말고 해결해줘야 더 쉽게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앞서 이야기했던 ‘실제 화를 냈던 상황’과 당시의 감정을 다시 간단하게 정리해보라 했다. 그리고 수십장의 ‘감정카드’와 ‘욕구카드’를 제시한 뒤 그중에서 가장 적절한 표현을 찾도록 했다. 한참 동안 전날의 일을 되새겨본 뒤 감정카드에서는 ‘지친-피곤한-힘든’을, 욕구카드에서는 ‘소통’을 골라 집어 들었다. 아이에게 화를 냈던 이유와 해결책이 간단명료하게 드러났다. 아이가 내 화를 부른 것이 아니라 내가 지쳐 있어서 화가 난 것이었다.

사실 많은 부모는 아이에게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라 요구하고 이를 훈련시키려 한다. 그러나 정작 부모는 자신의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기 십상이다. 김 코치는 “훈련되지 않은 부모가 자녀를 훈련시키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며 “아이는 훈련시키지 않아도 부모를 보고 배운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내공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아이의 행동을 꾸짖지 말고 이유를 먼저 물어보라고 권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에 다녀와 인사도 안 하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엄마의 기분이 상했다. 이럴 때 ‘인사 안 하고 방에 들어가 버린’ 행동은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뭔가 급한 일이 있었던 거지’라거나 ‘왜 그런 거니’라고 물어봐 준 뒤 “다음부터는 눈인사라도 꼭 하고 방에 들어가줄래”라고 구체적 행동을 부탁하는 방식이다.

김 코치는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말과 행동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은 먼저 본다”며 “내 마음이 내 말과 행동에 잘 실려 있는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의 이면에 뭐가 있는지 신경 써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인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마음을 살펴주면 아이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3월 수업은
잘 놀고 일도 잘하게 삶의 균형 찾는 법
3월 수업은 ‘잘 놀고, 열일하는 법’입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삶은 뭔가 공허하고 일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현재를 진단해봐야 합니다. 일은 지금 내게 어떤 의미인지, 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 길 위에 서 있는지. SK텔레콤(주)서비스탑에서 사내 코치를 육성하고 있는 김광섭 코치가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 삶의 균형을 찾는 법을 수업에서 제시합니다.

일시 : 3월20일 오후 7시~8시30분
장소 : 서울 중구 정동길 경향신문사 5층 여적향(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0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7분)
참가비용 및 인원 : 1인당 2만원, 20명 안팎
신청방법 : all.khan.co.kr/apply 또는 페이스북 인생수업 facebook.com/khanclas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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