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칼퇴하고 휴가가면 워라밸? 만족의 균형 찾으면 삶이 무겁지 않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 글자크기
  • l
  • l
지난 20일 서울 정동의 한 까페에서 열린 ‘인생수업’ 강좌에서 SK텔레콤 고객서비스 자회사인 서비스 탑의 김광섭 코치가 참가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영민 기자

지난 20일 서울 정동의 한 까페에서 열린 ‘인생수업’ 강좌에서 SK텔레콤 고객서비스 자회사인 서비스 탑의 김광섭 코치가 참가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영민 기자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최근 “당신은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여느 직장인처럼 회사에서 5일 일하고, 집에서 이틀을 쉰다. 하지만 이틀 내내 이불과 친구하며 무위(無爲)한다. 48시간 동안 집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남편은 “주말에 자신을 위해 쓸 에너지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으니 계속 자게 되고 그건 7일 내내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은 정말 휴식일까. 에너지를 남겨 주말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

그래서 3월 인생수업 ‘잘 놀고 열 일하는 법’을 들어보기로 했다. 요즘 직장인들의 키워드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이 주제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직장인 10여명이 김광섭 코치 를 만났다. 그는 SK텔레콤의 고객서비스 자회사인 서비스 탑에서 사내 코치를 육성하고 있다. 매일 고객과 통화하는 콜센터 직원들이 일하는 곳으로 코칭을 통해 직원들의 워라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코치는 먼저 이렇게 물었다. “빨리 퇴근하고 휴가 내서 여행 가면 워라밸인가요?” 그는 워라밸이 또 하나의 유행이 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사람이 다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 다른데 워라밸이 뭔지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칼퇴’, 휴가, 여가의 다른 이름으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너도 나도 ‘워라밸’ ‘워라밸’ 하고 기업과 정치권까지 나서서 워라밸 하라고 하니 일을 줄이고 빨리 퇴근해 가족과 저녁 먹고 휴가를 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힘든 사람도 있어요. 그럼 그 사람은 영영 삶의 균형은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강의가 끝날 때까지 김 코치의 입에서 ‘잘 놀고 열 일하는’ 비결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워라밸의 기준은 OOO이다



김 코치는 참가자들에게 양손을 들어 일과 생활의 무게를 저울질 해볼 것을 주문했다. “두 개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가요. 한쪽이 무겁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만족감이 있는 사람은 삶이 무겁지 않습니다.” 그가 제시한 워라밸의 기준은 만족감이었다.

“제가 아는 한 기업의 한 임원은 리더십을 따로 배우지 않습니다. 삶에 만족하니 삶이 가볍고 부담이 없어요. 그 분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상대방의 말을 잘 듣죠. 그러면 정보가 쌓이고 정보는 가치가 됩니다. 결국 가치는 재화가 되죠.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돈을 잘 법니다.”

김 코치는 만족감을 얻으려면 “생각을 ‘뭔가를 해야 한다(I have to do)’는 압박에서 벗어나 ‘뭔가를 하고 싶다(I want to be)’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가 코칭한 직원 중에는 ‘성과’의 의미를 묻는 질문으로 꼭 달성해야만 한다는 압박에 벗어나, 성과가 좋아진다면 가족이 더욱 행복해지고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한 리더도 있다. 창업붐에 창업을 하려고 코치를 찾았는데 도리어 창업을 포기하고 삶의 만족감이 올라간 사람도 있다고 했다.



■삶을 펼쳐라
한 참가자가 지난 20일 열린 인생수업에서 자신의 삶을 펼쳐보는 ‘삶의 수레바퀴’를 그려보고 있다. |김영민 기자

한 참가자가 지난 20일 열린 인생수업에서 자신의 삶을 펼쳐보는 ‘삶의 수레바퀴’를 그려보고 있다. |김영민 기자



어떻게 해야 내 삶에 만족하는지 답을 찾으려면 먼저 삶을 쫙 펼쳐봐야 한다. 김 코치는 참가자들에게 원을 여러 빈칸의 영역으로 나눈 ‘삶의 수레바퀴(The Wheel of Life)’가 그려진 종이를 나눠줬다. 빈칸에 각자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부분을 적고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얼마나 되는지를 눈금표시한다. 각 눈금을 연결하면 삶의 지형이 한눈에 보인다. 단 하나도 같은 그림이 없었다. 삶의 균형점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김 코치의 말이 실감되는 장면이었다.

“삶을 펼쳤으면 파트너와 얘기를 나눠보세요. 서로에게 2가지 질문을 던지면 됩니다. ‘OO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작은 세미나룸이 활기찬 웅성거림으로 꽉 찼다. 맞은편에 앉은 두 여성의 대화를 잠시 들어봤다.

“쉼은 내게 위로인데 휴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저 일터를 오간다는 의미의 일은 7인데, 전문성이 있다는 의미의 일은 5 정도인 것 같아요. 가족과 놀기는 만족스러운 것 같고요.”

“즐겁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한 중년 남성은 ‘삶의 수레바퀴’를 그려본 뒤 “삶도, 회사생활도 숙제하듯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뭔가 빨리 해줘야지 스스로를 재촉한 때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삶의 영역을 수정하라

지난 20일 열린 인생수업을 찾은 참가자들이 각자의 삶을 평가해 본 뒤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민 기자

지난 20일 열린 인생수업을 찾은 참가자들이 각자의 삶을 평가해 본 뒤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민 기자



삶을 펼쳤다면 이제 수정해야 한다. 김 코치는 주문했다. “삶의 영역 중 무엇을 수정하고 싶으신가요. 점수대를 조정하거나 한 영역을 빼거나 추가해도 됩니다.” ‘삶의 수레바퀴’를 수정하는 시간이 지나고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파트너와 나눌 질문이 2개 더 추가됐다. ‘O점에서 O점으로 바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OO영역에서 1점이 올라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참가자들은 새로운 발견을 하고 있었다.

“점수를 줄이니까 오히려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벌면 다른 영역의 만족감도 같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우자와 관계가 좋아지면 더 큰 삶의 원동력이 될 것 같아요.”

“여기 올 때 찾고 싶은 답은 경제력을 키우면서 지금의 삶을 유지하는 밸런스를 찾는 것이었는데 지금도 저는 꽤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어요.”

“저 역시 돈 욕심이 있었는데 돈을 적게 벌든, 많이 벌든 개의치 않는 것이 삶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점수를 올리지 않았어요.”



■원하는 삶의 영역을 강화하라

삶을 펼쳐 평가한 뒤 수정해보면 그 만큼 빈 공간이 생긴다. 내가 강화해야 할 영역이다. 김 코치는 다시 질문 2개를 추가했다. ‘OO영역을 강화하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그렇게 되려면 당신은 어떤 존재가 되야 합니까.’ 이 질문에 답해본 뒤 일상으로 돌아가 꼭 실천하고 싶은 일 2가지, 꼭 버려야겠다고 생각한 것 2가지를 적어본다.

앞의 2가지로 ‘자지 않고 공백이 있는 시간을 만들기’ ‘재미있는 일 찾기’를, 뒤의 2가지로 ‘의미 없이 회사에 남지 않기’ ‘할 수 없는 일은 빨리 포기하기’를 적었다. 일에 쏟는 에너지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 할지 딱히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가와 건강, 가족·친구와의 관계 영역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평가했지만 구체적으로 절실히 원하는 것을 알기 어려웠다. 나는 욕구가 불투명한 사람이었다. 좀 더 생각해봐야 할 숙제였다.

다른 참가자들은 보다 명확한 답을 찾을 듯 했다. “번다한 모임을 좀 줄이고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서 내가 정말 원하는 작품을 잘 써야겠어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쉽게 버릴 수 있는 거였어요.” “스트레스를 받던 원인을 찾았어요.”

김 코치는 이 말로 인생수업을 마무리했다. “채워야 할 영역을 강화하면 여러분만의 탁월함이 개발됩니다. 그건 자신만 가진 독특한 것이죠. 독특함이야 말로 여러분이 ‘온리원’으로 갈 수 있는 길입니다.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이 되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답게 살게 됩니다. 오늘 그린 ‘삶의 수레바퀴’를 계속 수정하면서 냉장고에 붙여두세요.”

4월 - 언제하지? 뭘 하지? 창업 고민하는 법

4월 수업은 ‘창업에 대해 고민하는 법’입니다. 나만의 아이디어, 내가 가진 지식을 가지고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 퇴사해 뛰어드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무모한 도전일까’.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려면 그리고 제대로 된 기회를 잡으려면 ‘창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네이버 커뮤니티 지식창업협회에서 기술·콘텐츠 창업을 조언하는 최석민 코치가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 일시: 4월17일 오후 7시~8시30분

- 장소: 서울 중구 정동길 경향신문사 2층 카페 OKA KIOSK(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0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7분)

- 참가비용 및 인원: 1인당 2만원, 20명 안팎

- 신청방법 : all.khan.co.kr/apply 또는 페이스북 인생수업 facebook.com/khanclass 참조




[ 인생수업 바로가기 ]
마인드맵으로 생각 정리부터…논리가 보이면 말이 따라 나온다
'프로불편러' 위근우 "주저말고 불편하다고 말하자, 그래야 바뀐다"
내가 잘못 살아서 아픈 걸까? 고통을 지혜롭게 기록하는 법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인기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