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완벽주의자를 꿈꾸는 당신, 이제 나에게 다정해지자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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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한번 여러분에게 물어볼게요.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다정한 사람인가요?”

강의실에 모인 30여명의 수강생들은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한 사람이 주저하며 손을 들었다. 수줍은 얼굴에 한 마디가 붙었다. “조금요.”

지난 15일 저녁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진행된 ‘2018 경향신문 인생수업’ 5월의 강의 주제는 ‘나에게 다정해지는 법’이었다. 소셜미디어에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웹툰을 연재하고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나에게 다정한 하루> 등의 책을 낸 이서현 작가(에브리마인드 심리센터 기획자·필명 ‘서늘한 여름밤’)가 강의를 진행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5월 인생수업 ‘나에게 다정해지는 법’에서 필명 ‘서늘한 여름밤’으로 심리에 관한 웹툰을 그리는 이서현 작가가 강의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5월 인생수업 ‘나에게 다정해지는 법’에서 필명 ‘서늘한 여름밤’으로 심리에 관한 웹툰을 그리는 이서현 작가가 강의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낯선 제안 “나에게 다정해지자”

“나에게 다정해지자.” 누군가에겐 강의 제목부터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웃어른에게’ ‘친구에게’ 등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다정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 작가는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스스로에게 다정한 걸 원치 않는 사회’라고 말한다. “어떤 노동자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한다면 일터에서 벌어지는 착취를 묵묵히 참아낼까요? 자본주의 사회는 스스로 사랑하는 노동자들로는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채찍질하고, 권위로부터 인정받아야 자신을 인정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 온 거죠.” 이런 분위기 속에선 자연스레 성과가 나와야만, 시험에 100점을 맞아야만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5월 인생수업 ‘나에게 다정해지는 법’에서 필명 ‘서늘한 여름밤’으로 심리에 관한 웹툰을 그리는 이서현 작가가 강의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5월 인생수업 ‘나에게 다정해지는 법’에서 필명 ‘서늘한 여름밤’으로 심리에 관한 웹툰을 그리는 이서현 작가가 강의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만약 어떤 사람이 ‘자격’도 없으면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에게 다정하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나르시시스트’ ‘자기연민’ ‘자기중심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이 작가는 “나에게 다정하기 위해 일부 사회적 성취를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는 매우 매정하다”며 “‘배가 불러서 그렇지’ ‘재수 없어’ ‘한심해’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들 힘든 것을 참고 사는데 혼자만 유난을 떤다는 시선도 견디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모난’ 사람을 참지 못하는 정서가 유독 강하기도 하다. “저도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고 살았어요. 비난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니까요.”

완벽한 사람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완벽주의자’를 꿈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완벽주의자’를 삶의 목표로 할수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성취하기 위해선 효율적이어야 해요. 효율적이려면 나에 대해서 생각하면 안되죠.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 걸까? 내게 무리가 되지 않을까? 같은 생각은 눌러두고, ‘어떻게 하면 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까?’란 질문만 해야 하죠.”

그렇게 최대한 내 감정을 억누르고 ‘효율적’으로 정상에 오른 다음엔 행복할까? 이 작가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을 나와 병원 임상심리 수련생으로 일하다 ‘퇴사’한 뒤 끊임없이 불안했다. 밤이면 점점이 불 켜진 빌딩을 바라보며 저들의 세계, ‘직함’이 있는 사람들의 세계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있을지 아득했다. 불안을 원동력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달리고, 달려왔다. 심리 웹툰을 그려 수만명의 팔로워를 얻고,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책을 내고 심리상담센터를 열게 되었다. 과거의 ‘나’라면 이만큼의 성공을 앞에 두고 기뻐서 눈물을 흘렸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센터를 열고 텅 빈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슬퍼서 북받쳐 오르는 눈물이었다. “아무리 성취하고 기다려도 ‘좋은 날’은 오지 않았어요. 성취하면 또 다른 목표가 닥쳐와요. 이러다간 죽을 때까지 불안해하며 살다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심했죠. 이젠 나에게 다정하게 살아가자고.”





■내게 다정해지는 4가지 질문

나를 사랑하고 나를 다정하게 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작가는 네 가지 질문이 적힌 종이를 나눠줬다. 간단하지만 모두가 선뜻 답하기 힘든 물음인지 종이를 받아 든 얼굴들은 곧 진지해졌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5월 인생수업 웹툰 작가 이서현 코치의 ‘나에게 다정해지는 법’에 참가한 시민들이 ’나에게 다정한 하루‘에 대한 생각들을 쓰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5월 인생수업 웹툰 작가 이서현 코치의 ‘나에게 다정해지는 법’에 참가한 시민들이 ’나에게 다정한 하루‘에 대한 생각들을 쓰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첫번째 질문, “내가 힘들 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에게 어떻게 해줬을까?” 타인을 위로하는 데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문제가 되면 서툰 사람이 많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다정한’ 사람일수록 그렇다. “내 말을 그냥 들어줄 것 같아요” “지금 힘든 순간은 가고 언젠가 좋은 순간이 올 거야” “술을 한 잔 사주고 싶어요(웃음)”. 만약 누군가 나를 어떻게 위로해줄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거꾸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힘들 때 난 어떻게 위로해줄까를 떠올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각자가 종이에 답을 적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두번째 질문, “살 만한 하루를 위해 필요한 작은 것들은 무엇일까?” 요즘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벌써 필기구를 쥔 사람들의 입엔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햇빛” “적당한 여유, 맛있는 저녁밥, 산책” “고양이 밥 주기” “카페에서 땡땡이치기”. 참가자들은 서로 자신의 소소한 행복을 꺼내놓았다. 이 작가는 행복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정작 행복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도 그것을 즐길 수 없다고 말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누구로부터 쫓기고 있는데, ‘내가 탈출해서 집에 가면 고등어구이를 해 먹어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평소에 내 마음을 돌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는 것이 행복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다만 행복하기 위해선 버리는 것도 있어야 한다.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과도한’ 욕심이다. 버리는 것이 오히려 나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만 움켜쥐고 있던 것들. 이어지는 질문은 버릴 것들에 대한 질문이다. “나의 비합리적 욕심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리하지 않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참가자들은 고민 끝에 한자 한자 눌러 적었다. “완벽주의자인 점” “모든 일이 계획적이어야만 한다는 강박” “지하철이 6시에 와야 하는데 1분만 늦어도 전전긍긍하는 모습”. 내가 중요하게 쥐고 있던 것 가운데 포기할 것을 골라내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고 한번 포기해보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마음 속의 빗장은 열리기 시작한다. “지금 말한 것들을 ‘과도한’ ‘비합리적’인 욕심이라고 인정하시는 거죠? 앞으론 버리기 위해 노력하시는 거죠?” 이 작가의 말에 참가자들은 겸연쩍게 웃었다.

“완벽하지 않고, 계획대로 되지 않고. 그런 일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수두룩하겠죠. 그래도 즐거운 일들이 있잖아요. 어설프고 별것 아니지만, 다정하고 즐거운 순간들이 여러분의 하루하루에 스며들길 바랍니다”








■6월 인생수업 안내 -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한 돈 다루는 법



6월 수업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한 돈 다루는 법’입니다. 가정의 벌이를 좀 더 늘린다고, 재테크로 자산을 좀 더 불린다고 ‘돈 걱정없는 삶’이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가계의 재무관리도 한계가 있습니다. 나와 가족 구성원들이 돈을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는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돈의 출발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돈걱정 없는 우리집 지원센터’의 김의수 센터장과 재무관리 철학과 원칙을 생각해 봅니다.



일시: 6월 19일 오후7시~8시30분

장소: 서울 중구 정동길9 프란치스코회관 4층(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0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7분)

참가비용 및 인원: 1인당 2만원, 20명 안팎

신청방법: all.khan.co.kr/apply/ 또는 facebook.com/khanclas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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