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프로불편러' 위근우 "주저말고 불편하다고 말하자, 그래야 바뀐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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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프로불편러’는 필요하다, 위근우 칼럼리스트

<프로불편러 일기>의 저자인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경향신문 인생수업에서  ‘프로불편러’를 ‘단순히 본인의 불편함을 민감하게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감정의 논거를 대고 불편함에 대한 논증 부담을 기꺼이 지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프로불편러 일기>의 저자인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경향신문 인생수업에서 ‘프로불편러’를 ‘단순히 본인의 불편함을 민감하게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감정의 논거를 대고 불편함에 대한 논증 부담을 기꺼이 지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빨대. 최근 가장 불편한 물건이다. 퇴근할 때면 책상 위에 쓰고 난 빨대 한두 개가 매일같이 나뒹군다. ‘안 써도 됐는데…’라고 생각하다 “이젠 빨대도 불편하니?”라고 스스로 묻는다. ‘내가 예민폐(예민한 민폐)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해 보지만, 한 번 생긴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안 써도 되면 안 써야지!’라고 다짐하고 만다.

이 세상에 좋은 것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많아 ‘군소리 장인’이 된 나에게 인생수업 8월 주제는 어쩌면 일종의 자아성찰이었다. ‘프로불편러는 세상에 필요한 존재일까.’

“강연 제목이 ‘인생수업’인데 저는 인생의 비밀을 알고 있지도, 말할 수 있지도 않다. 성공적인 인생도 아니다”라고 말문을 연 <프로불편러 일기>의 저자인 칼럼니스트 위근우. 그는 “‘불편러’로서 우리의 싸움이 어떤 당위성을 가지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며 한 가지를 물었다.

“자신이 ‘프로불편러’라고 생각하시는 분?” 저요! 손을 번쩍 들었다. “왜 ‘프로’라고 생각하죠?” 그건, 남보다 불편한 것이 많으니까? 거슬리는 것이 많아서? ‘불만’이라고 하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니까?

위근우 작가는 단순한 유난과 정당한 불편함을 구분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물었다. 진정성을 따져보면 되지 않을까. 그럼 그 ‘진정함’은 누가 판단하는가. “진정성으로 접근하면 함정에 빠져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도 진정성은 있죠.”



위근우씨가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성당 회의실에서 강연을 하면서 참석자들에게 프로불편러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위근우씨가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성당 회의실에서 강연을 하면서 참석자들에게 프로불편러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그가 내놓은 ‘불편러’ 가운데 ‘프로’ 등급의 정의는 이렇다. ‘민감하게 불편함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감정의 논거, 즉 불편함의 정당성을 찾아내는 부담을 기꺼이 진다.’ 왜 불편한지, 왜 불편해졌는지, 어떻게 하면 이 불편함이 해소되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 프로불편러는 나만의 불편함이 아닐 수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논의를 촉발시키고 의사소통하는 과정을 기꺼이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아마추어불편러’는 무엇을 할까. 자신은 ‘아마’라고 손을 들었던 한 참가자는 프로불편러의 문제제기에 “하트(트위터의 좋아요)를 찍죠”라고 작게 답하며 웃었다. 그렇다. 수천, 수만개의 ‘하트’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세상이 불편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존재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들의 불편함은 변화, 즉 개선이 없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변화를 위해 여전히 혁명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투표에 기대를 걸기도 하죠. ‘촛불’의 경험처럼 ‘광장’에서 유의미한 압박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누구보다 예민한 시각으로 불편한 지점들을 글로 써온 위근우 작가는 어떤 변화를 기대할까. “저처럼 여전히 고루하게 계몽의 프로젝트를 믿는 사람도 있어요. 한국에서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직 프로세스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죠.”





위 작가의 설명은 불편함을 꺼내놓는 공론장의 역할론으로 이어졌다. 공론의 장은 “정치적 의견이 있는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상황에서(누군가 총을 겨누고 있으면 안된다) ‘옳고, 그름에 대해 합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형성된다. 또 “실생활의 변화를 추동하는 힘”도 있어야 한다.

‘왕은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라지만 만적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고 했다. 그 시절 “당연히 왕이 될 사람은 따로 있지” “아냐, 시대마다 왕은 바뀌는데 뭐가 정해져 있다는 거야”라고 합리적으로 주장과 반박을 할 수 있었다면 만적은 이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론장이 없는 시절, 그는 목이 잘렸다.

“대부분 (공론장은) ‘개판’이 되죠. 하지만 더 나은 논거가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으면 참여하는 당위성이 생기겠죠.”

그리스의 ‘아고라’나 조선 후기의 ‘만민공동회’가 떠오른다. 하지만 ‘좋은 예’는 아니다. 근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 작가는 “기존 지배원칙에 대한 의문, 변동의 가능성, 권위가 아닌 논리적 정당성이 마련돼야 근대적 공론장”이라고 했다. 아고라의 시민들은 노예와 여성이 논의에 끼지 못하는 구조를 의심하지 않았다. 만민공동회도 왕이 권위에 의해 국가를, 백성을 지배하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아고라에서의 토론은 적어도 폴리스 행정에 영향을 미쳤지만, 만민공동회는 고종의 탄압을 받았다.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이 꿈꾸는 세상의 변화, 그것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 소셜미디어와 포털이 근대적 공론장의 모습은 아닐까. 위 작가는 온라인에서 형성되는 여론을 이야기하며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여론이 대중의 평균치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쪽수’(숫자)로 싸우게 돼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 ‘불륜이 미투로 변질됐을 뿐’이라는 문구예요. 이걸 여론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당화할 수 있는 논거가 부족하지만 한국 남성들이 믿고 있는 통념일 뿐이죠. 통념이 과반을 차지할 수는 있지만, 그게 맞다는 뜻은 아니에요.” 여론은 적어도 경청할 만한 의견, 나름의 논거가 있고 반박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론장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뜻을 최대한으로 밀어붙이는 곳이지 정치처럼 타협하는 곳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렇게 되면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거든요.”



칼럼니스트 위근우씨가 ‘인생수업’에서 ‘프로불편러는 세상에 필요한 존재일까’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칼럼니스트 위근우씨가 ‘인생수업’에서 ‘프로불편러는 세상에 필요한 존재일까’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그럼 공론장에서 ‘불편러’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들이 ‘이거 불편하지 않아?’ ‘나만 불편해?’라는 질문으로 논의를 열죠. 이 질문이 없으면 세상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대로 돌아가요.” 그는 ‘대안 없는 비판을 하지 말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판 뒤에 대안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자신이 틀릴 수도 있지만, 굳이 그 불편함에 대해 말해버리고 마는 사람, 그래서 ‘불편러’다.

위 작가는 주인공이 상추쌈을 입에 가득 넣고 있어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스처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 한 웹툰을 소개했다. 이 에피소드의 제목이 ‘쌈수화’였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들의 언어를 왜 그런 식으로 가져다 쓰느냐’는 질문이 나왔죠. 분명 당사자들(장애인들)은 (만화를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불편했을 거예요. 하지만 나도 (이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어요.”

‘시민사회의 주변부가 정치적 중심부에 비해 새로운 문제 상황을 지각하고 확인할 수 있는 감수성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 그는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분석을 전했다.

“프로불편러는 단순하게 ‘기분이 나쁘다’라는 문제를 논리적 정당성을 찾는 과정으로 끌어들이죠. 주변부의 민감성을 중심부로 가져가기 위한 담론화. 그래서 기자들은 어쩔 수 없이 ‘프로불편러’여야 하는 거예요.”

그냥 ‘찌르고 보는 것’은 시비일 뿐이다. 제기된 주장에 대해 반박이 나오면 논의가 시작되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 과정을 기대하며 불편함을 꺼내 놓는 사람이 프로불편러다. 애초에 ‘불편러’라는 말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던가. 딴죽을 거는 사람들을 멸시하고 조롱하려고 붙인 말에 당사자들이 “그래, 내가 프로불편러야”라고 전복하면서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변화를 단념하는) 비관주의의 편을 들어주려면 100가지 이유가 있죠. 노력했지만 안됐고,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하지만 그쪽에 손을 들어주는 건 세상이 변하지 않을 101가지 이유를 주는 거죠. 세상은 완벽하지 않고, 변화하며 개선해야 한다는 전제를 불편러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땅의 ‘불편러’들이 잊지 말아야 할 점도 있다. 세상 모두를 공격하는 ‘모두까기’를 할 때조차 사회적 협업이 가능한 불편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 “‘나 잘났다’고 되는 것이 아니죠. 세상의 개선은 아주 작은 실천들의 합이에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압박이 아주 크지는 않아요. 극적인 개선을 기대하면 결국 환멸과 회의주의에 빠질 뿐이고요. 가장 급진적인 글도 느린 변화 안의 일부일 뿐이죠.”

그렇다. 생각만큼 변한 게 많지 않다. 크게 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변한다.

빨대에 대한 불편함은 텀블러를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다음 단계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텀블러가 없는 날, 단골집 사장님은 내가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이제 빨대를 꽂지 않고 내준다. 컵 홀더도, 컵 뚜껑도 씌우지 않고 준다. 일회용품의 불편함을 이야기한 나를 기꺼이 도와주는 중이다.

“모두가 프로불편러가 될 필요는 없지만, 불편함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야 해요. 누군가는 경보를 울려야 하니까요.” 계속 불편러로 남아 ‘프로’가 되어야겠다.

9월 수업은 - 명쾌하게 생각하고조리있게 말하는 법

인생수업 9월 주제는 ‘명쾌하게 생각하고, 조리 있게 말하는 법’입니다. 머릿속에 생각은 있는데 말로 잘 나오지 않아서 답답한 적이 있으셨나요.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생각조차 정리하기 힘들어서 곤란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생각정리스피치> 등의 저자이자 검사들을 대상으로 스피치 교육을 하는 복주환 강사와 함께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배워봅니다.

- 일시 : 9월17일 오후 7시~8시30분

- 장소 : 서울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12층(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0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7분)

- 참가비용 및 인원 : 1인당 2만원, 30명 안팎

- 신청방법 : all.khan.co.kr/apply 또는 페이스북 인생수업 facebook.com/khanclas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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