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마인드맵으로 생각 정리부터…논리가 보이면 말이 따라 나온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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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9)명쾌하게 생각하고 조리있게 말하는 법

<생각정리스피치>의 저자 복주환 생각정리아카데미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12층에서 열린 9월 인생수업에서 ‘명쾌하게 생각하고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복 대표는 말을 잘하고 싶다면 먼저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생각정리스피치>의 저자 복주환 생각정리아카데미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12층에서 열린 9월 인생수업에서 ‘명쾌하게 생각하고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복 대표는 말을 잘하고 싶다면 먼저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①며칠 전 술 마시다가 기분을 잡쳤다. 친구와 술자리에서 논쟁하다가 밀린다 싶은 날이 다들 있지 않은가. 내겐 그날이 딱 그랬다. 살가죽까지 벗겨져 탈탈 털린 듯했다. “그건 아니지” 그놈 면전에 호통치며 호기롭게 나섰는데 20여초 뒤부터는 ‘어떻게 말을 매듭져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머릿속에 반박할 거리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는데 실타래가 완전히 꼬여 엉킨 듯 끄집어내기 쉽지 않다. 이쯤 되면 적절한 단어도 떠오르지 않는다. 논리는 산으로 간다. 1분 전 내뱉은 말을 스스로 뒤엎는 답변도 나온다. 소크라테스가 문답법으로 면박 줬을 때 소피스트들의 기분이 이랬을까.

②사실 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학생도 알 수 있도록, 옆에서 조곤조곤 말해주는 것처럼 친절한 글쓰기를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미처 다루지 못한 빈 곳이 숭숭 눈에 잘 띄고,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아차’ 싶다. ‘말’이 안되니 ‘글’도 어렵다.

마인드맵으로 생각을 정리한 뒤에 기사를 작성했다. 마인드맵에 적힌 번호 순으로 글을 전개했다. 기사 본문에도 해당 번호를 넣었다.

마인드맵으로 생각을 정리한 뒤에 기사를 작성했다. 마인드맵에 적힌 번호 순으로 글을 전개했다. 기사 본문에도 해당 번호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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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진행된 9월 ‘인생수업’은 ‘명쾌하게 생각하고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다뤘다. ③<생각정리스피치> 저자인 복주환 생각정리아카데미 대표가 묻는다. “왜 말을 못할까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혹은 많지 않아서 ‘말하기’가 어렵단다. 입력되는 정보가 너무 많아 생각에 과부하가 걸린 것일 수도, 일상이 바쁘고 편리하다 보니 생각하길 멈췄을 수도 있다. 오죽하면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책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책이 동시대에 같이 나왔을까. 나는 둘 다 해당되는 것 같았다. 복 대표는 “두서 없이 생각하면 두서 없이 말하고, 우유부단하게 생각하면 우유부단하게 말한다”고 했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건 ‘하수’
중심주제에서 가지를 쳐나가는
마인드맵 제대로 활용해야
연상 아닌 질문으로 맵 만들기
말문 막히는 건 질문 못 해서
오타니의 ‘만다라트’도 도움
번호·순서 정해 정리한 후
불필요한 내용 삭제해 나가기
정리 내용엔 알고리즘 존재
패턴 깨달으면 더 쉽게 기억


■ 생각은 머리로 하는 것? 도구를 쓰자

내 ‘말하기’가 ‘옹알이’ 수준인 건 환경적, 유전적 문제라고 확신했다. 코맹맹이 소리를 만든 만성적인 비염과 발음이 좋지 않은 유전자를 탓하며 발음 연습에 몰두했다. ④과거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라디오 방송 멘트에 맞춰 ‘따라 말하기’도 해봤다. 성대모사만 늘었다.

⑤복 대표가 ‘챠프포프킨과 치스챠코프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체르토의 선율이 흐르는 영화 파워트웨이트를 보면서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포테이토 칩, 파파야 등을 포식했다’라는 문장을 빠르게 읽어보라고 시키더니 한마디 더한다. “말하기 연습한다고 발음 연습만 하면 발음만 늘어요” ⑥그동안 쓸데없는 일을 벌였다. 앞으로 CBS <김현정의 뉴스쇼> 멘트는 따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⑦발음 연습이 큰 효과가 없다면 책읽기는 어떨까? 2년 전 ‘헌법’을 주제로 한 방송인 김제동씨의 ‘촛불집회’ 연설에 감탄하며 헌법 조항을 해설한 책을 구입했다.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은 두 가지. ‘김제동씨는 이 많은 헌법 조항을 어떻게 다 외웠을까?’ ‘같은 공부를 했는데 왜 내 머릿속에는 남는 게 하나도 없을까?’



⑧복 대표도 말을 잘하고 싶어 대학 시절 책을 팠단다. 한 수레 분량의 책을 읽으면 잘할까. “1000권, 2000권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죠. 그런데 이상하게 더 말을 못해요. 컴퓨터도 파일과 폴더가 많아질수록 느려지죠? 제가 딱 그렇더라고요.” 다만 책들이 힌트를 줬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문장론>에서 글을 쓰는 세 가지 방식에 대해 말한다. 복 대표가 ‘말하는 세 가지 방식’으로 바꿔 소개했다.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 말하면서 생각하는 사람, 생각을 마치고 말하는 사람. 이 중에 말 못하는 사람 대부분이 첫 번째나 두 번째 사람들입니다.” 작가 막스 피카르트는 “말 이전에 침묵이 있다”고도 했다. <논어>에도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비슷한 얘기가 있지 않나. 다들 ‘생각 다 하고 나서 말하라’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⑨생각은 머리로만 할까? 복 대표는 머리로만 생각하는 걸 ‘하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각정리를 돕는 도구를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⑩우선 ‘마인드맵(Mind Map)’이다. 다들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알려졌지만 쓰는 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마인드맵은 중심주제를 잡고 가지를 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일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으면, ‘역사 교과서’ ‘친일파’ ‘독도 문제’ ‘역사왜곡’ ‘위안부 합의’ 등 하위 토픽 가지를 늘려간다. 이어 ‘위안부 합의’라는 토픽에 ‘10억엔’ ‘화해·치유재단’ ‘1인 시위’ 식으로 가지를 늘려간다.

가지를 칠 때는 연상되는 단어를 적거나, 질문하기 방식 등을 통해 늘려간다. ⑪많은 이들이 마인드맵을 작성할 때 ‘답’을 바로 떠올리는 ‘연상’에 의존하지만, 핵심은 질문을 던져 가지를 치는 방식이다. 질문으로 만든 가지가 늘어날수록 얘깃거리가 풍성해진다.

예컨대 누군가 “취미가 뭔가요?” 묻는다면, 머릿속에 취미인 ‘기타 연주’를 두고 자문자답을 시작한다. (언제부터 연주했나?) ‘10년 전’, (왜 시작했나?) ‘김광석 노래가 좋아서’, (어떤 노래를 좋아하나?) ‘기다려줘’, (왜 좋아하나?) ‘서정적인 선율이 가슴을 울려서’, (어떻게 됐나?) ‘이젠 김광석 노래 전곡을 기타로 친다’ 식으로 이어간다. 질문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면 일단 ‘6하 원칙’에 주어와 동사를 바꿔가며 시도해보자. 복 대표는 “말문과 글문이 막히는 것은 질문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인드맵은 그런 연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 논리는 기억을 남긴다

⑫가지를 많이 쳐가니 마인드맵이 점점 복잡해진다. 그래서 한눈에 볼 수 있게 고안된 도구가 만다라트(Mandal-Art)다. 일본 디자이너 이마이즈미 히로아키가 1987년 불화인 ‘만다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안했다. LA 에인절스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고교 시절부터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만다라트는 가운데 정사각형에 중심주제를 정하고, 주변 사각형에 파생되는 내용을 적는 방식이다.

‘한·일 문제’를 주제로 작성해본 만다라트.

‘한·일 문제’를 주제로 작성해본 만다라트.



오타니는 가운데 정사각형에 자신의 목표인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적어두고, 그 주변 사각형에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 목표를 정했다. ‘몸 만들기’ ‘제구’ ‘구위’ ‘멘털’ ‘스피드’ ‘변화구’ ‘인간성’ 등이다. 그는 각 세부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들을 주변 사각형에 다시 적어넣었다. 만다라트는 한 페이지에 내용을 담을 수 있으며 빈칸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채우고 싶은 심리가 작용,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공백을 채우기 위해 책, 논문 등 자료를 찾아본다면 금상첨화다. 마인드맵·만다라트를 채워넣었으면 이젠 말이나 글로 바꿔나갈 차례다. 번호를 매겨 순서를 정하고, 불필요한 내용은 삭제한다. 글이나 말로 바꿔가며 생각을 정리하고, 가장 효과적인 전개 방식을 고민하는 단계다.

⑬이렇게 만들어진 복잡한 마인드맵·만다라트는 어떻게 머릿속에 넣을 수 있을까. 패턴, 알고리즘, 논리의 힘이다. 복 대표는 “생각을 정리해 만든 마인드맵에는 패턴, 즉 논리가 있다”며 “아무리 복잡한 구조라도 패턴화되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바둑기사들은 자신이 둔 바둑을 쉽게 복기하고, 다른 사람이 둔 복잡한 바둑도 금세 암기한다. 좌상귀에서 화점으로 시작해 ‘날일자 정석’이 펼쳐지고, 중앙에선 흑의 대마가 축으로 잡히는 과정 등이 뭉텅이째로 보인다. 알고리즘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 없이 늘어놓은 바둑돌은 아무리 천재기사라 할지라도 복기가 불가능하다.

'인생수업' 독자들이 강의 내용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인생수업' 독자들이 강의 내용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이 기사는 마인드맵으로 정리를 한 뒤에 작성됐다. 마인드맵으로 기사에 담을 내용을 정하고, 번호순대로 글을 전개시켰다. 중심주제(말하기)를 정하고, 보조주제(왜 못하나, 어떻게 잘할 수 있나 등)로 가지를 5개 만들었다. 한번 만들어보니 머릿속에 각인이 돼서 정작 글을 쓸 때는 볼 필요가 없었다. 글의 논리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순서를 바꿀 때마다 글맛이 달라지는 재미도 있다. 마인드맵으로 몇 번 더 시도를 해봐야겠다. 그놈과 술 약속을 다시 잡아야 하니까.

◆10월 수업은

나이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법

인생수업의 10월 주제는 ‘나이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법’입니다. 개나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8배 정도 빨리 간다고 합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늙고 병들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김현욱 해마루 이차진료동물병원장과 함께 소중한 반려동물의 노년을 함께하는 법과 언젠가 찾아올 이별의 때를 맞이하는 법을 알아봅니다.

일시 : 10월22일(월) 오후 7시~8시30분
장소 :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5층 여적향(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0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7분)
참가 비용 및 인원 : 1인당 2만원, 40명 안팎
신청방법 : all.khan.co.kr/apply 또는 페이스북 인생수업 facebook.com/khanclas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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