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세심한 ‘죽음의 준비’가 반려동물·반려자 ‘삶의 질’ 높인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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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0) 나이 든 반려동물과 사는 법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건강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은 드물다.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고 병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얼마 전 병치레를 했다. 어느 날부터 화장실에 들어가 한참을 가만히 앉아만 있다 나오는 모습이 반복해서 목격되더니, 급기야는 피가 섞인 오줌을 뚝뚝 흘렸다. 기운 없이 축 늘어진 몸에 이상한 울음소리도 냈다. 깜짝 놀라 병원에 데려갔더니 방광염 진단이 나왔다. 세 살이 되는 동안 ‘질병’이라는 게 내 반려동물에게서 나타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응급 상황은 아니었지만 사료를 처방식으로 바꾸고 물을 자주 먹이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내가 너보다 일찍 죽었으면 좋겠어….” 병원에 다녀온 뒤 고양이와 함께 잠들었던 휴일 낮, 고양이 등을 쓰다듬으며 읊조렸다. 고양이가 나에게 온 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행복감이 뭔지 알게 됐다. 하지만 아마도 고양이는 나보다 일찍 생을 마감할 것이고 세상엔 나 혼자 남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고양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지난 22일 저녁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 10월 강연 ‘나이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법’을 찾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19년째 동물 진료를 하고 있는 해마루동물병원의 김현욱 원장이 강의를 맡았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건강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은 드물다. 눈이 나빠지거나 암에 걸리는 일이 많다. 반려동물의 건강은 어떻게 챙겨야 하고 반려동물이 나이들고 아프다면 어떻게 해줘야 할까.

김현욱 해마루동물병원장이 지난 22일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 10월 강연에서 ‘나이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법’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김현욱 해마루동물병원장이 지난 22일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 10월 강연에서 ‘나이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법’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반려동물은 말이 없다. 데이터를 만들자

사람은 아픈 곳을 미리 알아내기 위해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다. 김 원장은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은 몸이 아프더라도 말하거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야생의 습성이 남아 오히려 아파도 증상을 숨기려 한다. 이럴 때 보호자가 알아채지 못하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사람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오른쪽 배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요’ 식으로 말을 하잖아요. 의사는 그 말을 듣고 치료를 하고요. 그런데 반려동물들이 말하나요? 동물들은 아픔을 잘 호소하지 않아요. 보호자가 인식해 의사에게 전달해주더라도 상당히 모호한 경우가 많아요. 발견될 때는 질병이 진행되거나 최종단계일 때죠.”

반려동물의 건강검진 주기는 사람보다 더 짧아야 한다. 반려동물의 시계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가기 때문이다. 소형 견종의 수명은 길면 15~16세다. 개와 고양이는 한 살을 먹을 때 사람의 5~6년을 사는 것과 같다.

“내가 너보다 일찍 죽었으면…”
피할 수 없는 반려동물의 죽음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려면
교감하면서 꼼꼼히 관찰하고
검진 자료 계속 축적해둬야


나이 든 반려동물이 아프다면
주기적으로 ‘삶의 질’ 확인할 것


함께할 시간 얼마 안 남았다면
앞으로 과정에 미리 대비하며
평소처럼 변함 없는 사랑 줄 것


건강검진은 혈액검사, 소변검사, X-레이, 초음파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CT, MRI, 내시경 검사는 반려동물이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비용도 비싸 동물의 상태와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게 좋다. 정상이라고 안심만 해서는 안된다. 검진 자료는 계속 축적해 둘 필요가 있다. 품종마다, 개별 동물의 상태에 따라 정상의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가 더 중요한 신호가 된다.

보호자는 평소 세심한 ‘관찰’로 신체검사를 해둬야 한다. “평소에 아이들을 쓰다듬거나 만지면 어디가 움푹 들어가 있고 어디가 말랑한지 알 수 있잖아요. 갑자기 어느 곳이 딱딱해져 있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거죠. 동물과 많이 교감해서 이상한 점을 빨리 발견하는 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깊이 잠들었을 때의 호흡 횟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호흡이 갑자기 빨라지거나 지속적으로 빨라지고 있다면 심장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갑자기 토하는지, 밥을 제대로 먹는지, 설사를 하는지 등도 반드시 챙겨야 할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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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준비하는 기준, 동물의 ‘삶의 질’

반려동물과 오래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결심’의 순간이 다가온다. “안락사를 어떤 시점에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아무도 답을 줄 수는 없다”고 했다. “저는 굉장히 많은 죽음을 봤어요. 그런데 보호자분들이 ‘미리 보내줄 걸’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현재 의료에서는 무조건 생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대부분은 질병 때문에 고통받고 힘든 상태에서 가게 되죠. 그게 안락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결국 결정은 보호자들의 몫입니다.” 다만 김 원장은 “절대 결정을 혼자 하지는 말라”고 했다. 자녀가 있다면 자녀와도 함께 논의해 결정하는 게 좋다고 했다.

보호자의 판단을 도와주는 방법을 활용할 수는 있다. 반려동물이 나이 들어 질병을 앓고 있다면 주기적으로 자가진단을 통해 동물의 ‘삶의 질’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통증, 배고픔, 물먹기, 위생, 행복감, 운동성, 기력 7개 분야에서 정도에 따라 0~10점에 해당하는 항목을 골라 합산해보는 형태다. ‘지속적으로 비명을 지르고 몸을 떨며 호흡이 가쁘고 매우 힘들어한다’ ‘물을 거의 먹지 않아 눈이 움푹 들어가고 소변을 거의 보지 않는다’ ‘환자가 가족 등 주위 자극에 반응이 전혀 없고 구석에서 침울해한다’같이 최저 점수 항목이 많아 총점이 35점 이하가 나왔다면 반려동물의 고통이 매우 크다는 걸 의미한다.

이때 진통제로 통증을 줄여주는 방법을 써 삶의 질을 35점 이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시도해 볼 만하다. 밥을 못 먹는다면 인공적으로 주입해주는 방법도 있다. 수술도 있다. 하지만 관리에도 한계가 온다. 늙고 병들어 허약해지는 것을 늦출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

■ 반려동물에게도 호스피스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호스피스는 인간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치료 방법이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생명은 연장할 수 있겠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며 “특히 종양이 생겼을 때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호스피스 과정에서는 최대한 반려동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배려해야 한다. 동물이 아파도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면 산책 횟수에 구애받지 말라는 얘기다. 김 원장은 “노령견이 쇠약해서 걷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면 땅을 딛고 걷게 해달라”며 “기초체력을 잘 유지해줘야 한다”고 했다. 관절이 아파 안 움직이면 근육이 없어지고 근육이 없어지면 더 관절이 안 좋아져 악순환이 된다.

반려동물은 백내장 등으로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후각과 청각이 발달해 잘 지낼 수 있다. 이때 해줄 수 있는 것은 가구 위치를 바꾸지 않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반려동물이 당황하고, 가구에 부딪쳐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반려동물에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면 어떤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미리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아픈 반려동물을 보면서 ‘내일 떠나면 어떡하지’라고 하지는 말고 하루가 소중하기 때문에 함께 있을 때 변함없는 사랑을 주세요.” 그 하루가 반려동물에게는 일주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지나친 죄책감을 갖지 말 것을 주문했다.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11월 수업은

인생,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



인생수업 11월 주제는 ‘인생,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에 열심히 살았지만 오히려 그 ‘노력’에 배신당하진 않으셨나요. 혹시 ‘실패’라는 말이 두려워 포기하지 못하시나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 작가와 함께 내 인생의 ‘손절매 타이밍’을 찾고 힘 빼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봅니다.



일시 : 11월20일(화) 오후 7시~8시30분

장소 : 서울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5층 여적향(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0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7분)

참가비용 및 인원 : 1인당 2만원, 40명 안팎

신청방법 : all.khan.co.kr/apply 또는 페이스북 인생수업 facebook.com/khanclas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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