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한눈 팔지 말고 살라고요?···그럼 바로 옆 지름길도 못 봐요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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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의 저자 하완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11월 인생수업에서 ‘인생,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하완 작가는 노력하지 않고 덜 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베스트셀러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의 저자 하완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11월 인생수업에서 ‘인생,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하완 작가는 노력하지 않고 덜 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새벽 5시에 일어나 수원에서 서울행 버스를 탄다. 동쪽 하늘에 금성이 반짝이는데 버스 줄이 벌써 길다. 동이 틀 때쯤 버스가 서울 을지로2가에 내려주면 인근 외국어학원으로 달려간다. 출근 전 중국어 수업 이른 아침반, 나 같은 직장인 학생들이 “워 쉬에시이 한위(나는 중국어를 공부합니다)”를 외친다. 학생 때부터 3년의 백수 시절까지 영어학원을 들락날락했어도 영어가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는데, 이번엔 중국어다. 열심히 ‘쉬에시이(學習)’ 한다면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학원 곳곳에 ‘바쁜 일상, 잊어버렸던 나를 찾는, 주말 집중반’ ‘52시간 시대, 직장인을 위한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프로젝트’ 따위의 글귀가 붙었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의 자기계발서도 한마디씩 보탠다. “한심한 인간, 100번만 찍으면 넘어가는 나무였는데 넌 99번째에서 멈췄어. 1번을 더 찍으라고!” “넌 여기서 안주하면 안돼, 더 노력해야 해!”

■노오력해? 아니, 노력하지 마!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 작가는 노력하기를 멈추라고 권하는 거의 유일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지난 20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에서 ‘노력 만능주의 사회’에 대해 말했다.

“난 열심히 사는데 왜 이 모양밖에 안되지? 그럼 누군가 옆에서 그럴 거예요. ‘더 노력해. 네가 죽기살기로 노력해봤어?’ 나도 그렇게 대충 산 거 아니라고 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와요. ‘아니 넌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어. 노력하면 다 되는데 넌 가진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잖아.’ 노력 만능주의는 그런 시선이 정당화되는 것 같아요. 외부에서도 나를 보고 실패자, 낙오자라고 판단하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요. 뭐가 좀 잘못된 것 같지 않으세요?”

그도 열심히 살았지만 꿈꾸던 모습은 아니었다. 오로지 한 대학을 보며 4수를 했다. 낮에는 샐러리맨, 밤에는 무명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그의 꿈은 돈 많이 벌어 세계여행을 다니는 부호가 되는 거였다. 하지만 몸은 고되고 돈도 제대로 벌지 못했다.

마흔이 되자 너무 억울했다고 한다. 회사를 때려치웠다. “곧 마흔이 된다고 하니 싱숭생숭해지고 허무해지더라고요. 사장님께 퇴사하고 싶다고 했죠. 사장님이 ‘그러지 말게’ 하면 그냥 다니려고 했는데 퇴사하라더라고요. 빼도 박도 못하게 그만두게 됐죠.” 웃음이 터져나왔다. “사실 마흔이 돼 흔들렸던 건 ‘내가 이만큼 노력을 했는데도 왜 안되지?’ 하는 패배감 때문이었어요. 열심히 사니까 자꾸 승패를 따지게 돼요. 저는 패배감 같은 거 느끼며 살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처럼 더 ‘노오력’하는 삶만이 정답인지를 묻고 싶었어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에 사용된 일러스트. 하완 작가 제공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에 사용된 일러스트. 하완 작가 제공



1년간 실험을 하기로 했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떨까. 노력해도 잘 안되는데 아예 하지 말자. 정오가 지나 일어나서는 맥주 한잔 곁들인 식사, 산책, 그리고 ‘멍때리기’, 가끔 인터넷 게시판에 유머러스하고 자조적인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그 그림과 글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실 ‘노력하면 될 거야’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시작한 말인데, 우리가 아예 종교처럼 믿어버리고 ‘노력 안 한 내 탓’이라며 스스로를 짓누르고 있어요.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죠. 노력이 ‘3’을 차지하니 노력은 하되, 환경과 시기가 따라줘야 하니 안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는 말라는 뜻이죠. 옛날 사람도 아는 걸 지금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나는 운이 없는 걸까, 운을 찾지 못한 걸까

영국에서 한 실험을 했다. 심리학자인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자신이 운이 많다고 생각하는 그룹과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룹에 신문을 나눠주고 신문에 실린 사진 개수를 맞히면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운이 많다고 생각하는 그룹은 몇 초 걸리지 않아 답을 맞히고 상금을 받아갔다. ‘운 없는’ 그룹은 그때까지도 열심히 사진을 세고 있었다.

사실 그 신문 2면에는 큼지막하게 ‘이 신문엔 총 43개의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라고 써 있었다. 자신이 운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왜 그 문장을 보지 못했을까. 이들의 심리적 경향을 살펴보니 대부분 ‘한눈팔지 않고, 목표에 집중한’ 사람들이었다.

하완 작가는 “우리는 평생을 ‘한눈팔지 마’ ‘목표를 정했으면 그것만 보고 가’라고 배워왔어요. 그러다 보니 옆에 더 좋은 게 있을 수도 있고 지름길도 있을 수 있는데 보질 못하는 것 같아요. 타고난 운도 있지만 살면서 맞이할 운은 누구에게는 가고 누구에게는 안 가는 게 아니라, 똑같은 자리에 있는데 누구는 보고, 누구는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운 없는’ 그룹은 실험을 마친 뒤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역시 나는 운이 없다니까….”

퇴사하고 1년간 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니 불안했다. ‘나이 마흔이나 먹고 이래도 되나. 이젠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럴 때마다 ‘아냐, 잘하고 있어, 공부하지 마, 자기계발도 말고, 여행도 하지 마’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대신 놀 거리를 찾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 보면 그제야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지 몰두하게 돼요. 저는 돈을 줘야만 그림을 그렸는데 재미있게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블로그 연재를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니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했어요. 몇 명 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갑자기 작가가 된 거예요. 운이 좋았죠.” 지난 4월 출간된 책은 10만부 넘게 팔렸다.

하완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11월 인생수업에서 ‘인생,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하완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11월 인생수업에서 ‘인생,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뭐가 되려 하지 말고 될 대로 되세요

그는 “인생에 대한 허무함과 비참함으로 이 실험을 시작했어요. 억지로 나에게 더 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될 대로 되라’며 살았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나에게 1년 정도 주니까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돼 있었어요. 처음으로 내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잊었던) 감각을, 내 삶에 자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고 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마음에 강박을 비워내고 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그때부터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막 달리면 옆에 뭐가 있는지 모르잖아요. 내 위치가 어딘지도 몰라요. 그럴 때 멈춰서 잠깐이라도 생각해보고 뭣 때문에 달려가는지 한번쯤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내 인생이 더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뭘 더해야 할까요. 아직도 계발해야 할 게 남아 있나요. 아니에요. 편히 놓아주는 것만으로도 삶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어요. 뭐가 되려고 하지 말고 될 대로 되세요. 그리고 그 모습을 사랑하면 돼요.”

누군가 보기엔 하완 작가 같은 삶이 불안해 보일 수도 있다. “저도 옛날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무섭다’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지금은 ‘궁금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요. 그러다 보니 인생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아요. 재미난 것들을 만날 가능성도 많죠. 물론 퇴사하고 저처럼 하시다가 망할 수도 있어요. 그럼 후회하면 돼요. 후회하고 다른 일 알아보면 돼요. 어차피 거기 계속 다녔어도 힘들어하고 후회했을 거예요. 자신의 삶에 호기심을 느껴보면 좋겠어요.”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는 그는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한 자도 못 쓰고 있다”고 한다. “인생이라는 게 계속되는 파도 같잖아요. 이 좋은 때가 오래 못 갈 거라는 것 알고 있어요. 아무래도 저는 원히트원더(one hit wonder·딱 한 곡만 크게 흥행하고 사라진 가수)가 될 것 같아요. 그러면 또 어때요. 지금은 충분히 즐기고 있고요. 잘 안 풀리더라도 나중에 어디선가 맥주 마시면서 살고 있겠죠.”

하완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11월 인생수업에서 ‘인생,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하완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11월 인생수업에서 ‘인생,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노력의 ‘강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열심히 살지 않는 법’을 들으러 온 독자들은 여전히 “쉬는 게 더 힘들 거 같은데 쉬면서 자신을 어떻게 관리했나요?” “회사생활에서 힘을 빼는 방법은 뭘까요?”라며 또 다른 노력의 비결을 묻고 있었다. 나도 중국어 수업에 이어, 영어회화 수업도 수강해야 할지를 여전히 고민 중이다. ‘좀 덜 자고 저녁시간을 포기하면 가능할 수도…’라며.

하완 작가의 강의가 ‘노오력’하는 삶에 대한 부담을 좀 덜어냈을까. 내후년, 나도 흔들리는 마흔을 맞이할 것 같다.


◆12월 수업은

‘너와 나의 건강한 거리’

인생수업 12월 주제는 ‘너와 나의 건강한 거리’입니다. 연말을 맞아 잇따르는 송년회는 반가움의 자리이기도, 스트레스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어느 관계에 서 있든 사람들은 늘 너와 나의 ‘거리’를 알지 못해 불안해 하고 누군가 ‘거리’를 지키지 않고 무례하게 침범하는 일에 마음을 다칩니다. 모든 관계에는 저마다 건강한 거리가 있다고 합니다. '관계를 읽는 시간'의 저자인 문요한 정신과의사와 함께 ‘관계의 건강한 거리를 지키는 법’에 대해 배워봅니다.

일시 : 12월 11일(화) 오후 7시~8시30분

장소 : 서울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5층 여적향(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0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7분)

참가비용 및 인원 : 1인당 2만원, 40명 안팎

신청방법 : all.khan.co.kr/apply 또는 페이스북 인생수업 facebook.com/khanclas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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