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삶을 바꾸고 싶나요? 시간·공간·사람을 정리하세요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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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인생에 정리가 필요한 까닭

넷플릭스 버라이어티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한 장면. 내 방을 가득 채운 소유물들을 어떻게 비워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이걸 갖고 있으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떠올려보자.

넷플릭스 버라이어티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한 장면. 내 방을 가득 채운 소유물들을 어떻게 비워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이걸 갖고 있으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떠올려보자.



정리의 본질은 비움과 채움
인생의 모든 구성 요소들을
재배치하는 포괄적 개념


4평짜리 방 한쪽에는 이사 오기 전 거주자가 두고 간 자그마한 책장이 방치돼 있다. 쓰임은 전무한데 가끔 발길에 차여 무한한 고통을 주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치워야지, 치워야지’ 하다가 대형 생활폐기물을 내다버릴 때 치러야 하는 수고가 번거로워 그대로 안고 산 지 4년째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면 딸려오는 나무젓가락은 생기는 족족 찬장 위칸에 던져놓다 보니 어느덧 모형 돛단배 정도는 뚝딱 만들 수 있을 만큼 모였다. 넘치다 못해 찬장을 열 때마다 머리 위로 후드득 떨어진다. 당장이라도 하나하나 뚝뚝 꺾어 쓰레기통에 처넣고 싶은데 ‘너희도 나름대로 쓸모를 갖고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겠니’ 같은 숭고한 감정은 왜 그럴 때만 솟아나는 걸까. 물론 ‘귀차니즘’을 변명하기 위한 핑계라는 것도 잘 안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소중한 것들로만 인생을 채우세요. 당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지난 14일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에 정리가 필요한 까닭>의 강연자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의 말이다. 집정리나 수납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인생 이야기를 꺼내다니? “저는 정리와 인생을 연결짓는 사람입니다. 정리는 테크닉이 아닌, 인생 설계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이 말을 듣고 나니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사실 집안 살림 치우는 팁은 인터넷에 널려있다. 의지만 있었다면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대형폐기물 배출규정을 진작 찾아봤을 터이다. 정리는 생활의 태도와 자세의 문제라는 것, 윤 대표의 컨설팅이 ‘물질 정리’에만 국한돼 있지 않은 이유였다. 그가 말하는 정리란 공간뿐만 아니라 인생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재배치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만 정리하면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이라고 했다.

시간, 공간, 인간관계는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넘치거나 모자라면 생존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도 약간 불행해진다. 밥 먹듯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내 시간이 없다’(결핍)는 데서 온다. 홧김에 퇴사를 해도 넘쳐 흐르는 시간을 알차게 쓰지 못한다(과잉)면 일상은 공허해진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사람이 적으면(결핍) 외롭고, 너무 많아도(과잉) 피곤해진다. 집·책상·옷장 정리처럼 ‘정리’ 하면 으레 떠오르는 공간적인 개념도 인생의 만족감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내 공간에 무언가 들어와 있다는 것은 내 마음에 들어와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매일 시간 정해놓고 버려라
하루에 1개씩이라도 좋다
완벽하지 않아도 꾸준히


윤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퇴사 기한을 정해놓고 입사했다는 것. “직장생활 끝은 사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딱 10년만 사장 되는 데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죠.” 주말에도, 휴가 중에도 출근했다고 한다. 예비군훈련을 마치고 군복 차림으로 회사에 나타나 동료들을 기겁하게 했던 근면성실한 직원이었지만 윤 대표는 그 시절을 “무질서의 연속이었다”고 기억했다. 자양강장제를 입에 달고 살 만큼의 만성피로, 컴퓨터 화면에는 작업창 10여개를 열어놓는 비효율적인 업무습관, 신중함을 가장한 결정장애.

그러던 중 당시 유행하던 자기계발 서적에서 단어 하나에 꽂혔다. ‘정리’였다. “정리 전문가, 남의 공간을 진단해주고 인생을 관리해주는 일. 이걸로 사업을 하면 잘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단어조차도 생소하던 ‘정리 컨설턴트’로 윤 대표가 새로운 인생길을 연 계기였다.

밥 먹고 하는 일이 남의 집 치워주기인 업력 10년차 회사에 쌓인 정리 노하우는 무궁무진하다.

“현장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모든 걸 끄집어내는 일이에요. 바닥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 한가운데 커다란 옷 무더기가 생겨나죠. 고객분들이 초조해하면서 ‘오늘 끝나긴 하나요?’ 물어보시는데요, 정리 못하는 집은 없습니다. 어떤 집이든 정리할 수 있다는 확신과 경험이 있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던 어떤 반려견 훈련사가 떠오르는 아우라였다.

‘베리굿정리컨설팅’ 윤선현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1월 인생수업 강의 <인생에 정리가 필요한 까닭>에서 정리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베리굿정리컨설팅’ 윤선현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1월 인생수업 강의 <인생에 정리가 필요한 까닭>에서 정리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그가 공개한 한 가지 비결은 “ ‘이·모·다’만 끊어도 된다”였다. 이·모·다란 가구·수납용품 전문브랜드 이OO, 모X하우스, 다△소를 말한다. “정리 못하는 분들 특징이 정리비결 서적이나 수납도구는 많다는 것이에요. 절대 해결책이 아니죠. 정리가 잘 돼있으면 도구는 필요 없어요. 수납용품은 자주 쓰는 도구를 쉽게 넣고 뺄 때 필요한 것이지 정리 그 자체를 위한 것은 아니에요.”

또 다른 팁은 ‘객관화’다. “자기 집은 정리하지 못하는 분들도 남의 집에 가면 정리를 잘합니다. 오히려 타인이 특정 물건이 필요한지 아닌지 더 잘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별 이유 없이 지른 택배들에
마음·일상 잠식당하지 않게
새해엔 버려서 행복해지자


윤 대표는 “정리의 본질은 비움과 채움”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비움의 ABC는 다음과 같다. “①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버린다. 출근할 때, 아이 유치원 보낼 때 등 특정 행동과 버리는 행위를 연결시키면 더 좋다. ②하루 1개씩이라도 좋다. 조금씩 버린다. ③꾸준히 버린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단 한 개라도 내가 정한 시간에 버리고 만족하면 된다. 정리가 일이 되면 안된다.”

윤 대표는 버려야 할 물건을 4가지 기준에 따라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불필요한 것,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 기준이 제일 중요한데, ‘행복’이다. 물건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행복감과 설렘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면 과감히 버리라고 했다. 소유물에 대한 일말의 미련이 남아 정히 그 이별이 힘들다면 작별인사를 한 뒤 보내도록 해보라. “식빵끈아, 지금까지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접시세트야, 그동안 고생 많았어….”

비움이 있다면 채워야 한다. 잘 채워야 정리가 완성된다. 이 역시 비슷한 기준에 따르라고 그는 말한다. “적정한 필요 재고를 수량화하세요. 매일 뭔가 사는 것은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수요일은 쇼핑하지 않기’처럼 규칙을 정해 보세요.”

최근 도시민속학 연구에 따르면 4인 가족이 사는 30평형대 아파트에 들어찬 물건은 대략 2000개 정도다. “그렇게나 많아?” 싶지만 이것도 꽤 정리가 잘된 깔끔한 집 안의 경우다. 윤 대표는 “정리 안된 집 안은 기본 4000개부터 시작한다. 저의 잠재 고객분들”이라며 웃었다. 버린다는 것, 말은 쉽지만 꽤나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윤 대표는 버리기 힘든 대표적인 것으로 “카드사 약관, 성혼선언문, 아이가 만든 작품”을 들었다. “혹자는 아이가 학교에서 만들어온 작품을 ‘아이 쓰레기’라고 부르기도 해요. 절대 다시 들춰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도 애매하죠. 가전제품 매뉴얼 모으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장강박장애라는 말이 있다. TV 프로그램에서 종종 소개하는, 세상 모든 잡동사니들을 집 안에 쌓아두고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정작 자기 자신은 누울 자리도 없어 쓰레기 더미 위에 요를 깔고 자면서까지 말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호더(Hoarder·쌓아놓는 사람)’라 부르며 정부 차원에서 청소·상담 지원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저장강박은 병리적인 현상이지만, 현대인은 누구나 마음속에 ‘호더’의 자질을 품고 사는 건 아닐까. 공허해서, 마음 둘 곳 없어서, 외로워서. 별 이유 없이 쇼핑몰을 들락거리기도 하고 그저께 지른 택배가 벌써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에 퇴근길이 약간 가벼워지기도 한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내 공간과 마음과 일상은 ‘예쁜 쓰레기’에 잠식된다.

미니멀라이프, 심플라이프가 트렌드가 된 요즘이지만 이날 강의는 거기에 초점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단순히 ‘라이프스타일을 따르라’는 게 아니라 “버려서 행복해야 한다”가 그의 지론이었다.

윤 대표는 “내가 속한 공간과 시간에 무질서와 낭비, 스트레스가 있다고 느낀다면 여러분 인생에 정리가 필요할 때”라고 말을 맺었다.

새해가 밝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일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20ℓ짜리 쓰레기봉지를 집어 들고 서랍장을 과감히 열어젖혀 보는 건 어떨까.

■2월 수업은

‘나에게 사진을 건네다’

인생수업 2월 주제는 ‘나에게 사진을 건네다’입니다. 일상에 쫓겨 살다보면 어느새 내 삶에서 내가 보이지 않습니다. 예전 사진을 보며 ‘이럴 때가 있었는데…’ 하며 자신의 ‘리즈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죠. 사진은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고 합니다. ‘사진 치유자’ 임종진 공감아이 대표와 함께 ‘사진으로 자신을 찾아가고, 치유받는 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단, 수업에 오실 때는 앨범에서 자신의 과거 사진 5장을 꺼내 오세요. 어린 시절·학창 시절·졸업 사진 등 자신이 생각할 때 특별한 의미가 담긴, 실제 인화된 사진을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일시 : 2월18일(월) 오후 7시~8시30분

-장소 :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12층 강의실(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0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7분)

-준비물 : 참가자 본인의 과거 사진 5장(인화된 사진)

-참가비용 및 인원 : 1인당 2만원, 40명 안팎

-신청방법 : all.khan.co.kr/apply 또는 페이스북 인생수업 facebook.com/khanclass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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