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곰손’ 엄마 아빠…동그라미, 세모, 네모 알면 ‘금손’ 된다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 글자크기
  • l
  • l
ㆍ그림 쉽게 그리기

지난 17일 경향신문의 인생수업  “‘곰손’ 부모들을 위한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 강의에서 한 참석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지난 17일 경향신문의 인생수업 “‘곰손’ 부모들을 위한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 강의에서 한 참석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스파이더맨 그려달라는 아이에게
졸라맨 그려주던 나
동그라미로 그린 사람 얼굴에
네모 몸통 붙이고 쓱쓱 그려나가다 보니
“어? 그림이 되네!”


어느 주말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을 하려고 아이와 함께 식당을 가본 적 있는 부모라면 안다. 아이가 유아의자에 의젓하게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어른들의 속도로 식사를 즐기며 대화에 참여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행여 다른 테이블 손님들에게 실례가 되지는 않을지, 뜨거운 국물을 옮겨 나를 때 아이가 움직이다가 다치지는 않을지 부모는 식사시간만이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 때문에 속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 동시에 스멀스멀 생각 하나가 피어오른다. ‘스마트폰으로 영상 틀어줄까?’ 빙고! 스마트폰은 마법의 주문이다. 일단 손에 스마트폰을 쥔 아이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다칠 걱정도 민폐 걱정도 없다. 문제는 너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일 뿐.

‘폰’ 대신 ‘펜’으로 아이들의 엉덩이를 무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지난 1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에서는 20년째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는 원아영 작가가 그 방법을 소개했다. 바로 부모와 함께 그림 그리기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이야기 그리기>의 저자이기도 한 원 작가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그림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부모들은 걱정이 많다. 그림 솜씨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곰손’이라서 말이다. ‘스파이더맨 그려주세요’라는 아이의 요구에 큰 머리, 얇은 몸과 팔, 다리가 달린 ‘졸라맨’을 그리는 바로 그 ‘곰손’ 말이다. “‘곰손’ 부모들을 위한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라는 강의 제목에 나타나듯 이번 강의는 그림에 소질 없는 사람이나 초보자를 대상으로, 하나씩 따라 그려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원 작가는 ‘그림에 소질이 없는데 잘 그릴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에 “소질보다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리는 과정에서 아이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기본은 동그라미, 세모, 네모



원 작가가 가르쳐주는 그림 그리기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에서 출발한다. 한번에 휙 잘 그릴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으나, ‘곰손’들은 사물을 분해해 동그라미, 세모, 네모라는 기본 형태로 만들고 기본 단위를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그림을 구성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소묘, 드로잉 등 전문적인 기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본 형태에 바탕을 둔 귀여운 스타일의 그림이 주요 목표였다. ‘동그라미로는 무얼 그릴 수 있을까’ 아이에게 물으면 해, 달, 사람, 눈사람, 단추 등 다양한 답변이 쏟아질 것이다. 세모와 네모도 똑같은 방법으로 묻고 답하며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을 즐길 수 있다.

강의에서 가장 먼저 배워본 것은 사람이다. 동그라미로 얼굴을 그리고 중간 즈음에 눈·코·입·귀가 위치하도록 그린다. 똑같은 얼굴에 헤어스타일의 변화만 줘도 이내 다른 사람이 된다. 특징을 잡아 그리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얼굴이 포동포동하고 눈·코·입을 가깝게 그리면 귀여운 느낌이 더 살아난다. 몸을 그릴 때에는 목을 생략하고 네모 형태의 몸을 동그란 얼굴 아래 바로 붙여 그린다. 팔과 다리 역시 길쭉한 네모 형태로 몸통에 붙여 그려 주면 된다. 무릎을 굽히거나 팔을 위로 흔드는 등의 동작을 더해줘도 좋다.

여자아이 그리기

여자아이 그리기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 작가가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사람을 그리기는 하는데, 밋밋하고 재미없는 사람 그림이 되는 이유가 뭘까요?” 정답은 표정이다. 표정을 좌우하는 입모양과 눈썹을 다르게 그려넣어 주면 전혀 다른 얼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웃는 입, 벌린 입, 아래로 처진 입, 혓바닥을 내밀며 메롱하는 입 포인트를 잡을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눈썹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아이의 얼굴과 노인의 얼굴을 다르게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어렵지 않느냐고? 팔자 주름, 눈가 주름, 이마 주름 등 선 몇 개만 추가하면 끝이다.

이제 동물을 그려 보자. 동물 역시 동그란 얼굴에서 시작해 눈·코·입을 그리는 것까지는 똑같다. 일단 그려진 얼굴을 기본으로 해 변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얼굴 위로 길쭉한 귀를 그리면 토끼, 늘어진 귀를 그리면 강아지, 뾰족한 귀와 수염을 추가하면 고양이가 된다. 기본 눈·코·입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 다양한 동물이 탄생한다. 코를 길게 그리고 큰 귀를 붙이면 코끼리, 동그란 얼굴 안에 하트를 그리고 눈·코·입을 그리면 원숭이가 된다. 돼지는? 코를 동글동글 돼지코로 그리기만 하면 오케이. 동물의 얼굴뿐만 아니라 몸통을 같이 그려도 기본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동그라미로 얼굴을 그린 뒤 네모 또는 동그라미를 변형해 몸통을 붙이고, 몸통에 다리와 꼬리를 그려넣으면 된다.

강아지 그리기

강아지 그리기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 작가의 설명과 함께 수업이 진행되던 중 강의실 곳곳에서 탄식과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 똑같이 동그라미로 얼굴 그리고 네모로 몸통 그리는데 왜 저는 작가님 같은 느낌이 나오지 않는 거죠?” “제가 그린 것을 제가 봐도 너무 웃겨요. 하하하.” 곰손 중 하나인 기자가 따라 그린 그림도 어딘가 모르게 2% 아니 20% 부족한 느낌이었다. 원 작가는 말한다. “같은 그림은 없어요. 자꾸 그려보시고, 자기만의 그림을 만들어 가면 되지요. 특히 손가락 등 세밀한 부분을 그리기 위해서는 연습이 정말 많이 필요합니다.”

■ 따라 그리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를 쓴 원아영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 강의에서 다양한 얼굴 표정을 그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를 쓴 원아영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 강의에서 다양한 얼굴 표정을 그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아이들에게 그림을 오랫동안 가르쳐온 원 작가는 따라 그리기 쉬운 그리기책을 어른이 아닌 어린이를 위해 썼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따라 그리기가 아니라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은 것 아닐까.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저 원칙이 꼭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게 원 작가의 말이다. “저도 처음에는 창의력을 길러주기 위해 ‘절대 아이들 그림에 손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네 마음대로 그려보자. 생각해보자’라고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아이들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 선 하나도 긋지 않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 기본을 가르쳐 주는 방식이었어요. 그렇게 하다보니 아이들이 그림을 시작하더라고요.”

따라 그리기로 ‘기초 체력’을 쌓은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그림을 익히고 나면 그걸 바탕으로 창의력이 생겨날 수 있어요. 저도 ‘아이들 그림이 내 그림과 똑같아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아이들 그림이 다 달라지더라고요. 이걸 기본으로 생각하고 상상하고 확장하면 됩니다.”

이날 강의 마지막에 원 작가가 가르쳐준 아이들에게 먹힐 그림 필살기 두 가지는 인어공주와 공룡이었다. 사람 가운데서도 가장 복잡한 인어공주, 동물 가운데서도 특징 잡기 어려운 공룡이라니. ‘잘만 그린다면 아이도 좋아하리라’고 생각하며 강의 참가자들도 한 획씩 따라 그렸다. 인어공주와 해양 동물, 수초와 성을 그려주니 그럴 듯한 그림이 한 장 나온다. 공룡과 함께 야자수, 폭발하는 화산, 공룡알을 함께 그렸더니 이 역시 근사하다.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 자녀를 둔 아빠 김지환씨(36)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배우러 왔다”고 했다. 살짝 들여다본 김씨의 그림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보니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그림 그리기는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가 다섯 살인 아이와 함께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그려진 종이 위에 상상력을 펼쳐본다. “동그라미로 뭘 그릴 수 있을까”라고 묻자 아이는 곧바로 동그라미 몇 개를 이어 애벌레를 그리더니 이내 도넛을 그린다. 네모로는 버스와 창문, 책을 그렸고 세모로는 돛단배와 아이스크림 콘을 그리더니 먹는 시늉을 한다. ‘펜’ 하나로 펼치는 마법은 이런 것이다.



◆7월 수업은…‘글씨 콤플렉스’ 탈출

인생수업 7월 주제는 <‘글씨 콤플렉스’ 벗어나는 법>입니다. 경조사 봉투에 이름을 쓰다가 자신의 글씨가 민망했던 적이 있나요? 초등학생들도 컴퓨터·휴대폰 중심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글씨를 잘 쓰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병대 한글필기체연구소장은 모아쓰는 한글의 특성을 이해하고 법도를 익히면 자기 글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노하우를 알려드립니다.



일시 : 7월16일 화요일 오후 7시~8시30분

장소 : 서울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5층 여적향(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5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10분)

참가비용 및 인원 : 1인당 2만원, 30명 안팎

신청 방법 : all.khan.co.kr/apply 참조




[ 인생수업 바로가기 ]
‘공부머리’는 ‘독서이력’서 결정…다독보다 재미있게 제대로 읽어야
“집중하세요, 하체와 코어” 운동은 ‘생존’입니다
기억력 천재가 되려면?…기억은 '외우기' 아닌 '떠올리기'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인기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