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삶…언제든 해약 가능한 단기 금융상품이 답”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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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청년 재테크 ‘호갱’ 되지 않고 돈 모으는 법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의 구본기 소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에서 ‘청년 재테크, ‘호갱’되지 않고 돈 모으는 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의 구본기 소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에서 ‘청년 재테크, ‘호갱’되지 않고 돈 모으는 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벼락 부자’가 되는 기대는 접어라
‘호갱’만 면해도 통장에 돈 쌓여
생활자금 빼고 남는 돈이 있다면
‘현실적 재테크’에 바로 도전하자


청약은 내 집 마련 ‘기회의 티켓’
집값 보며 타이밍 따지기보다
상환금 감당 가능할 때 구매해야


가장 어렵고 복잡한 ‘보험’상품
수수료 높은 ‘저축성·종신’ 최악
상품별로 분리 가입하는 게 이득




“오늘 재테크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얻어 가겠다고 오신 분은 없으시죠? 혹시라도 그런 기대를 하고 계신다면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어요.”

지난 17일 ‘청년 재테크, 호갱 되지 않고 돈 모으는 법’이라는 제목의 인생수업 강연이 열린 경향신문 12층 회의실. 강사인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35)이 이같이 인사말을 하자 저녁시간을 일부러 내어 강의를 들으러 온 청년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돈 모으는 법’을 알려고 왔더니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말라고?

돈은 없지만 젊음이라는 가능성을 믿고 달려 나갔던 청년들은 언제부턴가 연애, 결혼, 출산 등 인생의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던 과정들을 포기해야 버틸 수 있는 지경이 됐다. 노력해도 일자리를 잡는 것이 쉽지 않고, 어렵사리 직장에 들어갔더라도 졸업 후 돈을 벌고 홀로서기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길다. 학비, 생활비, 스펙을 위한 투자 등 빚을 안은 채 사회로 나오는 일도 허다하다. 내일, 내년, 10년 후를 걱정하는 청년을 위한 구 소장의 현실적인 조언은 무엇일까. 강의는 ‘돈 버는 지름길’ 내지는 ‘벼락부자가 되는 법’이 없다는 것이지 ‘호갱이 되지 않을 순 있다. 그 방법을 알아보자’로 요약된다.



■ 청년 재테크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

“제가 서울의 한 지역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했을 때 겪었던 일을 예로 말씀드릴게요. 청년 신혼부부가 집을 보러 올 때는 보통 두 부류예요. 부모님 손을 잡고 오거나, 신혼부부 둘만 오거나. 엄마·아빠 손을 잡고 온 신혼부부는 아파트로 갑니다. 제가 일했던 지역에서 신혼부부가 살 만한 평수의 아파트 매매가는 약 5억원 정도였어요. 신랑에게 ‘어떻게 매매를 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집에서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신랑의 아버지에게 ‘증여세는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으니 오히려 저에게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한다는 눈빛을 보내며 대답합니다. ‘아들이 소득이 있으니 아들 이름으로 대출해 아파트를 사고, 대출금은 아버지 돈으로 갚으면 된다’는 거예요. 탈세와 불법 증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알 수 있었어요. 반대로 신혼부부 둘만 오는 경우에는 어디로 가느냐? 연립주택을 보러 가요. 싱크대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옥색 시트지가 붙어있는 집들이죠. 어떤 사람들에겐 5억원짜리 집은 꿈도 못 꾸는 금액이에요.”

12년간 공인중개사무소를 비롯해 생활경제연구를 하고 있는 구 소장의 강연은 출발선이 서로 다른 신혼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뭘까. 구 소장은 말한다. “어떤 청년이 가난한 이유는 그 청년의 부모가 가난하기 때문이에요. 부자 부모를 둔 자녀는 가난할 수가 없어요.” 결국 ‘호갱이 되지 않고 돈을 모으는 법’이라는 강연 자체는 부모에게 기댈 수 있는 청년들에게는 필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존이 우선일 정도로 가난한 청년이라면 재테크 강연이 필요할까. 구 소장은 아니라고 말한다. 생활하고 남은 돈으로 하는 것이 재테크이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을 다니고 월급 200만~300만원 사이 받는 2030 제 또래 청년들”이라며 강의의 대상부터 명확히 했다.

다시 앞에서 언급한 신혼부부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돈’이라는 건 ‘세대’ 간의 문제라기보다 ‘계층’의 문제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가 3억~4억원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상시적 증여는 돈뿐 아니라 부모의 네트워크도 포함됩니다. 이번에 조국 장관 사태를 보면서 저를 비롯한 청년들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이런 부의 증여 문제, 네트워크, 세대론을 너무 순진하게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 “내가 부자가 될 상인가”

강의 시작부터 부자 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던 구 소장은 일단 재테크의 종류를 ‘망상적 재테크’와 ‘현실적 재테크’로 나눴다. 망상적 재테크란 한마디로 일확천금을 기대하고 하는 투자를 말한다. 망상적 재테크는 가능한가? 그러니까 이 강의의 주 대상자인 월 200만~300만원을 버는 청년이 하루아침에 어떤 투자 비기를 사용해 벼락부자가 될 수 있을까? 구 소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전문가들은 어디에 투자하면 수익을 내는지 미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떤 전문가도 미래 가격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데 어떻게 큰돈을 한꺼번에 벌어들이는 투자의 비법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거다. 그는 “전문가들이 미래 가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논쟁하는 것은 너무 간단하다. 과거에 그들이 어떻게 예측을 했었고 실제로 그 사건이 이뤄졌는지를 보면 된다. 과거의 뉴스 기사를 찾아 실제 통계와 비교만 해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령 실제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고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는 ‘스타’라고 해도 그 사람이 과거에 일으켰던 수익은 실력이 아닌 운일 뿐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예측이 정말 가능하다면 본인들이 투자를 직접 하면 되지 왜 남의 돈을 끌어들이겠습니까?” 그러니 미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그 예측의 도구로 돈을 버는 건 ‘사기꾼’에 가깝다고 구 소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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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적 재테크는 어떻게?

일확천금에 대한 헛꿈을 버리고 지금의 쪼들림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 재테크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구 소장이 말하는 청년 재테크의 첫번째 조언은 청년에게 있을 ‘가능성’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라는 것이었다. “제가 이번 주에 결혼을 해요. 저도 모은다고 모았고 애인도 모았는데 소위 통장의 영혼까지 끌어다 써도 집을 마련하려면 빚을 내게 돼요. 그리고 이때 우리는 알게 되죠. 빚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모은 모든 금융상품을 다 해약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지 해약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수밖에 없어요.” 즉, 해약하면 손해인 장기금융상품은 가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제 청년들의 삶은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큰 편이다. 지금 비혼주의자라고 해도 나중에 마음이 바뀔 수 있고 삶의 전부를 걸고 뛰어들고 싶은 사업이 생기거나 직장을 다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것이 청년의 특수성이라면 그런 상황에 대비해 언제든지 해약할 수 있고 찾아서 쓸 수 있는, 그리고 손해가 나지 않는 단기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청년 재테크의 제1원칙이라고 구 소장은 강조했다. 이어 구 소장은 “제1원칙 하나만 기억하시면 여러분들이 현실적인 재테크를 하는데 문제가 없다”며 “‘되게 시시하잖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제가 금융사들과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복잡한 금융 상품, 재테크에 대한 수많은 화려한 조언을 듣다 보면 잊기 쉬운 원칙이 바로 이거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장기금융상품은 절대 가입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예외가 있다. 청약통장과 일부 보험만은 꼭 챙겨야 한다고 구 소장은 조언했다.

우선 청약통장은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의 티켓’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집을 쉽게 장만할 수 있는 비법은 없어요. 돈이 많아야 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청약통장은 청년들이 도전해 봄 직해요. 티켓이 있어도 돈이 없다면 집을 살 수 없겠지만, 티켓을 확보해 둔다고 해서 손해가 날 것은 없거든요.” 청약통장을 보유하면 주어지는 ‘임대주택청약’과 ‘신규주택청약’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해 두라는 것이다. 그는 “주택시장의 경우 제도적 영향을 상당히 받기 때문에 그에 따른 변화와 내 운이 맞으면 도전(신청)할 수 있으니 청약통장은 꼭 만들라”고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일반 청약통장에 우대금리를 주는 청년우대형청약통장에 가입하고 매월 납입금액은 10만원을 초과해 넣지 말되, 각자 형편에 맞게 액수를 정하면 된다고 구 소장은 설명했다.

언제든지 해약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에 가입해 착실하게 저축을 하고 청약통장까지 있다면 집은 언제쯤 사야 하는 것일까. 보통 우리는 집값을 보며 집 살 타이밍을 노리지만, 구 소장은 반대로 조언했다. 시장 상황을 보지 말고 자신의 재무 상태를 보라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집값을 예측해봤자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러니 시장 상황은 외면하라”며 “내가 사고 싶은 주택의 가격을 보고 그 주택에 가용할 수 있는 내 돈과 끌어들일 수 있는 대출금 등을 따져보고 월 상환금액이 내가 ‘능히’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면 그때가 적기”라고 말했다.



■ 어려운 보험세계, 호갱만은 면하자

보험상품을 설명하기에 앞서 구 소장은 한숨을 쉬었다.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한 게 보험이라는 것이다. 돈은 빠져나가지만 정작 ‘어떤 상품에 가입했는지’ ‘나중에 어디까지 커버가 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통했으니 그냥 믿겠다’ 하고 가입했다가 청년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것이 보험상품이다. 특히 보험은 금융상품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복합적인데 사람의 신체를 계약의 목적으로 두기 때문에 그렇다. 수익의 개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보험의 보장성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셈이다.

내가 가입한 보험이 과연 나에게 적합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구 소장은 “혹시 지금 저축성보험에 가입하셨다면 당장 해약하라”고 했다. “제가 저축성보험을 최악의 보험상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수수료가 살인적이기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가입한 저축성보험 이름에 ‘종신’이라는 단어가 쓰여있다면 사기당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축성보험이라고 설명하면서 사실은 사망보험인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요. 종신보험 수당이 훨씬 세기 때문이에요. 이런 경우에도 해약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보험에 가입한다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상품별로 분리해서 가입하는 것도 팁이다. “미래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미래 재무 상황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이 보험이에요. 당장 효용이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죠. 해약 등을 통해 유연하게 보험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보험은 다 따로 가입해야 해요.”

그렇다면 모든 보험이 청년에게는 맞지 않는 걸까? 빠듯한 살림에 보험료 납부가 부담스러운 청년의 경우에도 실손보험만큼은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구 소장은 조언한다. 실손보험은 표준화돼 있어 보험사별로 금액차이도 적고, 투자를 위한 금융상품이라기보다 실질적 손해를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버는 돈은 한정적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는 청년들에게 구 소장은 강의 마무리에서 단순하지만 실천가능한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제가 이렇게 강의를 해도 망상적 재테크의 유혹을 받으실 테고 아는 사람을 통해서나 은행에 갔다가 금융상품이나 보험에 덜컥 가입할 수도 있어요. 이미 여러분들의 선배들도 수도 없이 그런 경험을 했을 겁니다. 그러니 꼭 기본 원칙을 기억하시고 단기금융상품 위주로 예·적금을 운영하고, 청약통장과 꼭 필요한 보험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호갱은 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10월 수업은…한국 와인의 독특한 매력

인생수업 10월 주제는 <한국 와인의 이해-한국 땅, 한국 과일, 한국 와인>입니다. 이름 외우기도 벅찬 수입 와인 대신, 우리 땅에서 난 과일로 빚은 와인에 한 번쯤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포도뿐만 아니라 오디, 오미자, 감, 머루 같은 다양한 과일로 와인을 빚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 와인의 ‘허브’라 불리는 광명동굴의 최정욱 와인연구소장(소믈리에)이 간단한 시음 기회와 함께 한국 와인의 독특한 매력을 소개해 드립니다.



일시 : 10월21일 월요일 오후 7시~8시30분

장소 : 서울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5층 여적향(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5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10분)

참가비용 및 인원 : 1인당 2만원, 30명 안팎

신청방법 : all.khan.co.kr/apply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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