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기억하세요 마술은 원래 ‘사기(사귀는 기술)’입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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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생활 마술 - 송년회 어색함 극복할 기술

김동준 마술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생수업 참가자들에게 휴지 마술을 강의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김동준 마술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생수업 참가자들에게 휴지 마술을 강의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12월이 끔찍한 건 오로지 ‘송년회’ 때문이다. 사람을 만날 때면 에너지가 소진되는 듯한 느낌을 외향적인 이들은 알리가 없다. 점심·저녁 약속에 팀 회식도 괴로운데 연말 평일 저녁에 연달아 있는 송년회는 오죽할까. 말없이 미소만 지으며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때 써 먹을 만한 ‘개인기’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태생이 ‘곰손’이다. 그래서 이번 인생수업 주제는 ‘송년회에서 쓸 수 있는 생활 마술’로 정했다. 많은 마술사들이 내향적인 성격을 바꾸려고 마술에 입문했다고 하지 않던가.

인생수업 참가자들이 휴지 마술을 직접 해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인생수업 참가자들이 휴지 마술을 직접 해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인생수업에서 김동준 마술사(판타지아매직 대표)는 “ ‘마술은 사기’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면서 “사람을 사귀는 기술이란 점에서 ‘사기’가 맞다. 마술은 트릭을 통해서 상대에게 재미를 주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쇼”라고 했다. “우리 모두 진짜 마법사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진짜인 것처럼 ‘연기’를 하는 겁니다. 그게 마술이죠.” 기사에는 수업서 공개된 세 가지 마술 중 두 가지만 공개한다.

◆‘1차’로 간 식당에서 무심한 듯 보여주자 ‘휴지 재생 마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구로 마술을 해보자. ‘1차’가 식당이라면? 당장 앞에 있는 휴지(냅킨)를 뽑아보자. 상대가 보는 앞에서 휴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린 뒤에, 찢긴 휴지를 손안에 넣고 주문을 외우면 멀쩡한 휴지로 돌아오는 ‘재생 마술’이다. 손이 굼떠도 할 수 있는 ‘생기초’ 기술이다.



사진을 보면서 따라해보자. ①멀쩡한 휴지 한 장을 작게 구겨 왼손(또는 오른손)에 쥔다. 이 손에 무언가 있다는 걸 상대에게 절대 들켜서는 안된다. ②휴지 한 장을 뽑아 두 손으로 쥐고 상대에게 보여준다. “자, 여기 휴지 한 장이 있습니다. 평범한 휴지예요.” ③“이제 찢어보겠습니다.” 왼손 안에 감춘 휴지를 들켜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오른손으로만 찢으면 주먹 쥔 왼손이 ‘세상에서 가장 수상한 손’이 된다. 반드시 양손으로 찢는다. ④“찢어진 휴지를 작게 구기겠습니다.”



⑤“작게 구겨진 휴지를 손안에 넣을게요. 온 힘을 다해서 이 휴지를 원래대로 만들어 볼 겁니다.” ⑥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휴지 두 개의 위치를 서로 바꾼다. 손안에 숨겨놨던 멀쩡한 휴지가 위로 올라오도록.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뇌자. ‘손은 눈보다 빠르다.’ ⑦“주문을 외울게요. 아브라카다브라. 이제 휴지를 꺼내봅니다.” 왼손에서 멀쩡한 휴지를 꺼낸다. ⑧짜잔~.

연습 초기에는 가장 고난도인 ⑥번을 진행하기도 전에 ②번, ③번에서 들키는 경우도 있다. 내 첫 마술을 본 아내가 말했다. “당신은 마술하지 말아야겠다. 왼손이 너무 티가 나게 꽉 쥐고 있잖아. 손에서 뭔가 바꾸는 것도 다 보여.”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눈이 손보다 빠르다. 하지만 마술은 기술로만 하는 게 아니다. 김동준 마술사는 “전문 마술사가 아닌 사람들은 동작에 어설플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이내 말했다. “나에게 오롯이 오는 시선을 분산시켜줄 누군가가 있다면 마술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마술 용어 중에 ‘미스디렉션(Misdirection)’이란 말이 있어요. ‘상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뜻이죠. 마술할 때 ‘도우미’를 부르는 경우가 바로 ‘시선 돌리기’를 위한 장치죠.”

응용해 보자. 옆 사람에게 화장지 한 장을 주고, 나는 두 장을 갖는다. “제가 하는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 보세요. 휴지를 찢고 뭉쳐서 왼손에 넣고는 주문을 외우는 겁니다.” 옆 사람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짜잔~’ 하고 멀쩡한 휴지를 꺼내드는 그 수초 동안, 그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청중들은 그의 표정을 보며 웃는다.

⑧번까지 끝났다. 아직 뒤처리를 못했다. 찢어진 휴지는 아직 왼손에 있다. 만화 <명탐정 코난>에서도 결국 범행 도구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아 꼬리를 밟히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았던가. 어영부영하다가 누군가 “혹시 왼손을 펴서 보여줄래요?”라고 물을지 모른다. 그럼 두 번째 마술은 보여줄 수도 없다. 선수를 쳐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연기’다. “49파토인데 빼시겠어요? 묻으시겠어요?” 고니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깔려 있어야 철용의 유행어 “묻고 더블로 가!”가 빛을 발하는 법이다. ⑧번까지 마치고 나면 멀쩡한 휴지로 땀을 닦거나 코를 푼 뒤 돌돌 말아 왼손에 있는 찢긴 휴지와 같이 버린다. “제가 땀이 많아서요.” 코 풀고 땀 닦은 휴지 보여달라고 할 사람은 없다. 비로소 범행(?) 도구까지 말끔히 처리한 ‘완전 범죄’ 아니, ‘완전 마술’이 된다.

◆동료의 손을 빌려 친밀감도 올려보자 ‘고무줄 공간이동 마술’

김동준 마술사가 참가자들에게 고무줄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김동준 마술사가 참가자들에게 고무줄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상대가 속았다면 좀 더 어려운 난도에 도전해 보자. 두 번째 마술로 가자. 작은 고무밴드 두 개를 교차해 걸었다가 분리하는 ‘공간이동’ 마술이다. 혼자서도 가능한 마술이지만, 마술을 도와줄 도우미가 있으면 남들을 속이기 더 쉽다.



이번에도 사진을 보며 따라해보자. ①도우미에게는 두 손으로 고무줄을 잡도록 한다. ②내 엄지와 검지에 또다른 고무줄을 걸고, 도우미가 잡고 있는 고무줄 아래로 교차시킨다. ③상대방 고무줄에 걸린 내 고무줄을 좌우로 움직여 본다. “제 고무줄을 좌우로 당겨볼게요. 자 이렇게 교차가 돼 걸려 있습니다. 옆으로 이렇게 당겨보는데도 고무줄은 빠지지 않죠.” 좌우로 당기는 건, 다음에 있을 ⑤~⑥번에서 기술에 들어가기 위한 ‘밑밥 깔기’다. ④이번엔 좌우가 아닌 위로 당긴다. “위로 당겨볼게요.”



⑤다음은 아래. “아래로도 당겨봅니다.” 기술이 시작됐다. 검지에 걸려 있는 고무줄을 중지 끝으로 누른다. ⑥중지로 고무줄을 눌러두면서 검지를 빼내 ⓐ로 표시된 고리 안에 집어넣는다. 중지를 들면 ⑦번처럼 서로 교차돼 걸려 있던 고무줄이 분리된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상대가 눈치채기 십상이다. ⑧그러니 쇼를 해야 한다. 고무줄이 분리되자마자 도우미가 잡고 있는 고무줄에 내 고무줄을 갖다 댄다. “돈데기리기리 돈데기리리” ‘공간이동’ 주문을 외운다. 마치 주문으로 분리가 된 것처럼.

연습 없이 하기란 쉽지 않은 마술이다. ⑥번에서 고무줄이 꼬이는 바람에 애써 만들어 놓은 고리(ⓐ) 구멍이 작아져 검지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②~④번에서는 걸려 있던 고무줄이 손가락에서 빠져 날아다녔다. 강의실에서도 고무줄이 이리 튀고 저리 튀었다. “여러분들 생활하시면서 이런 동작들을 하실 일이 없었을 겁니다. 손가락 근육 중에서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마술에서 쓰다보니 가끔씩 쥐가 나는 분도 있어요. 중간중간 손가락 스트레칭을 하면서 연습하시는 게 좋습니다.”

완벽한 ‘사기’를 위해서는 실전 같은 리허설이 필수다. 마술사는 말했다. “옆에 있는 짝에게 자신의 마술을 보여주세요. 각자 마술을 보고 어땠는지 피드백을 해주셔야 합니다. 다 하셨으면 앞에 나와서 여러 사람 앞에서 마술을 보여주세요. 나와서 해보면 좀 더 어렵죠. 비밀을 숨기면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들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마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다음달 있을 송년회에 고무줄 두 개를 챙겨가는 건 어떨까? 마술을 배워보니 기술도 필요하지만 ‘쇼맨십’이 더 중요하다 싶었다. 낯부끄러운 말도 해야 하고, 옆 사람에게 도우미를 해달라고 요청도 해야 한다.

몇 번 연습해보니 재미도 있고,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지인들에게 마술을 보여준 결과, 고무줄 마술을 아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만큼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기초 마술’이란 얘기다. “어릴 때 그 마술 유행이었어.”(직장 동료) “ ‘신기한 거 보여준다’며 고무줄 마술 보여준 사람이 있었어. 남자들의 ‘작업기술’인가봐.”(아내) 설령 상대가 알고 있거나, 마술의 비밀을 눈치챘더라도 지루한 송년회 분위기는 좀 달라져 있지 않을까.

※ 경향신문 유튜브 <이런경향>에서 김동준 마술사의 고무줄 마술 영상(youtu.be/JrPWxq6i-OY)을 보실 수 있습니다.







◆12월 수업은…‘웬수’ 같은 스마트폰서 자녀를 구출하는 법

인생수업 12월 주제는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부모코칭>입니다. 현대인에게 너무나도 편리한 스마트폰이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그만한 골칫거리가 없죠. 아이들에게는 동화책이나 친구들, 부모님 말씀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친숙한 존재가 돼 버린 마성의 도구, 스마트폰.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 스마트폰 시대 두뇌발달보고서>의 저자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자녀와 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20여년 간 게임, 컴퓨터 등 미디어 중독 예방교육 전문가로 활동해 온 권 소장과 함께 스마트폰 미디어를 적절하게 통제하면서 건강하게 자녀를 키울 수 있는 노하우를 알아보세요.


일시 : 12월16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30분

장소 : 서울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5층 여적향(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도보 15분, 5호선 서대문역 도보 10분)

참가비용 및 인원 : 1인당 2만원, 30명 안팎

신청방법 : all.khan.co.kr/apply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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